야구
[마이데일리 = 수원 김경현 기자] "목표를 잡을 상황이 아니다"
KT 위즈의 내야수 황재균이 자신의 상황을 담담하게 전했다.
황재균은 17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시범경기 두산 베어스와의 홈 경기에서 6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시범경기 최고의 활약이다. 앞선 시범경기에서 1할 중반대 타율로 부진하던 황재균은 멀티 히트를 때려내며 타율을 0.267까지 끌어올렸다. 3타점을 쓸어 담으며 팀의 9-6 승리 역시 견인했다.
시작부터 황재균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1회말 2사 1, 2루에서 황재균이 우전 1타점 적시타를 뽑았다. 3회말 2사 3루에서도 우중간 1타점 적시타로 기세를 끌어올렸다. 5회 2사에서 루킹 삼진으로 물러난 황재균은 7회말 1사 1, 3루에서 중견수 방면 희생플라이로 다시 1타점을 추가했다.
KBO리그 통산 220홈런 232도루를 자랑하는 황재균이 백업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KT는 2024시즌 종료 후 '국가대표 3루수' 허경민과 4년 총액 40억원 계약을 체결했다. 기존 3루수 황재균의 입지가 불안해진 상황.
황재균은 생존을 위해 내외야를 가리지 않고 수비 훈련에 나섰다. 비시즌 12kg을 감량하는 열정을 보였고, 스프링캠프지에 4개의 글러브를 챙겨가며 내외야 유틸리티로 발돋움하려 했다.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도 내외야를 오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 11일 경기 전 이강철 감독은 "황재균을 1루, 3루만 다시 시켜보려 한다"며 "(다양한) 포지션에 나가면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될 것 같다. 잘하는 포지션이라도 잘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밝혔다. 3루는 허경민이 버티고 있고, 1루 주전은 문상철이다. 내야 백업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17일 경기 전 황재균을 만날 수 있었다. 황재균은 "똑같이 준비하고 있다. 다른 것은 없다"며 "끝까지 주전 선수들이 나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언제든지 나갈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 한 명이라도 주춤하면 그 자리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으니까 이제 똑같이 준비를 해야죠"라고 했다.
올 시즌 목표를 묻자 "목표를 잡을 상황이 아니다.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그때그때 맞춰서 하는 것으로 생각을 편하게 하고 있다"고 답했다.
12kg을 감량했는데 파워에 문제는 없을까. 황재균은 "잘 맞으니까 넘어가던데요. 크게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 11일 키움 히어로즈전 황재균은 시범경기 1호 홈런을 쏘아 올린 바 있다. 올 시즌은 현재 체중을 유지한 채 시즌을 보낼 생각.
2025시즌이 끝나면 다시 FA 자격을 얻는다. 황재균은 "지금 생각할 건 아니다. 일단 시즌을 잘 마무리하는 게 저한테는 중요하다"고 밝혔다.
2루와 좌익수 수비에 대해 "나중에라도 감독님께서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한다"며 "감독님이 원하시면 유격수든 2루수든 좌익수든 그냥 나가면 된다"고 의지를 보였다.
인터뷰 내내 황재균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경기력은 뜨거웠다. 이강철 감독 앞에서 3타점을 뽑아내며 무력시위를 진행했다. 허경민은 3타수 1안타 1득점 1타점, 문상철은 1타수 무안타 1볼넷 1득점을 적어냈다.
황재균의 말대로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즌은 길고 기회는 언젠가 온다. 그날을 위해 황재균은 조용히 칼을 갈고 있다.
수원=김경현 기자 kij445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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