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 선수가 10월부터 3월까지 굉장히 좋아요. 희망의 끈을 못 놓겠어요.”
키움 히어로즈 홍원기 감독이 오랜만에 입담 봉인을 해제했다. 사석에선 정말 재밌게 말하지만, 취재진 브리핑에선 의도적으로 ‘엄근진 모드’다. 말 실수를 안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유망한 젊은 선수들에게 헛된 바람과 희망을 주지 않기 위한 목적도 있다. 싹이 보이는 젊은 피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되, 말로는 매 한 대를 더 드는 스타일이다.
지난달 30일 고척 SSG 랜더스전을 앞두고 특유의 무표정으로 폭소를 안겼다. 그렇게 말한 대상은 외야수 박주홍(24)이다. 장충고를 졸업하고 2020년 1차지명으로 입단한 외야수. 입단 당시만 해도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함께 팀의 중심타선을 책임질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1차 지명을 투수가 아닌 야수로 택했다는 건, 그 자체로 박주홍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방증이다.
그동안 박주홍의 성장속도는 기대이하였다. 1군 통산 121경기서 타율 0.157 1홈런 14타점 21득점 OPS 0.477. 대신 마무리훈련과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서는 늘 펄펄 날았다. 올해 시범경기도 8경기서 22타수 7안타 타율 0.318 1홈런 3타점 2득점 OPS 0.848로 좋았다.
홈런타자는 아니어도 중거리 좌타자로 성장할 것이란 기대감과 달리, 좀처럼 자리를 못 잡았다. 그래도 1차 지명자이니 구단은 쉽게 포기하지는 못했다. 매년 캠프에서 펄펄 나는 선수들은, 프런트들의 머리를 아프게 한다.
홍원기 감독은 또 속는 셈 치고 박주홍에게 투자하기 시작했다. 주전 외야진은 루벤 카디네스~이주형~야시엘 푸이그. 제4의 외야수로 베테랑 이형종이 중용될 것으로 보였지만, 박주홍이 이형종보다 많이 기용된다.
5일 고척 NC 다이노스전. 이날 박주홍은 이주형이 선발라인업에서 빠지자 7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그리고 2회 1사 1,2루 찬스서 NC 강속구 우완 라일리 톰슨을 상대로 볼카운트 1B1S서 3구 152km 포심이 가운데에서 약간 낮게 들어오자 잡아당겨 우월 스리런포를 터트렸다. 무려 데뷔 5년만에 처음으로 손맛을 본 순간이었다.
이 한 방이 결승타가 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당분간 박주홍이 상승세를 이어갈 기회가 찾아올 전망이다. 카디네스가 곧 아내의 출산으로 잠시 미국에 다녀와야 하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선 카디네스가 잠시 자리를 비우면 박주홍이 기회를 많이 받을 가능성이 크다. 홍원기 감독은 타자들을 좌우 플래툰으로 기용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박주홍으로선 카디네스가 없을 때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1군 붙박이 멤버로 자리매김할 절호의 기회다. 카디네스가 돌아와도 키움이 지명타자 로테이션을 활발하게 하기 때문에 박주홍도 충분히 출전시간을 확보할 기회를 잡을 전망이다.
홍원기 감독의 얘기와 달리, 박주홍이 올해는 4월에도 힘을 낼까. 감독의 기대, 평가가 빗나가야 박주홍이 살고 키움도 산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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