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 김진성 기자] “원래 내년부터 시키려고 했는데.”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이 문보경(25)에게 4번타자를 본격적으로 맡기기 시작한 건 작년 7월10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부터였다. 본래 올 시즌부터 4번타자의 책임감을 부여할 생각이었지만, 당시 팀 사정에 따라 전략적 차원에서 과감하게 4번을 맡기기로 했다.
올 시즌 12경기도 전부 4번타자로 나갔다. 그리고 10경기서 3루를 지켰다. 우투좌타 내야수로서 일발장타력과 클러치능력을 갖췄다고 판단, LG의 10년 미래를 책임질 간판으로 점 찍었다. 염경엽 감독의 혜안은, 올 시즌 맞아떨어질 조짐이다.
비록 12경기에 불과하지만, 문보경의 시즌 출발이 상당히 좋다. 45타수 18안타 타율 0.400 4홈런 17타점 13득점 OPS 1.186 득점권타율 0.353이다. 수비에서도 단 1개의 실책만 범할 정도로 깔끔한 모습. 8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서도 5타수 3안타 3타점 1득점으로 4번타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문보경은 1회 무사 만루 찬스서 키움 선발투수 윤현의 146km 바깥쪽 포심을 가볍게 밀어 2타점 적시타를 만들었다. 경기를 중계한 SPOTV 김재호 해설위원은 “바깥쪽 공을 힘들이지 않고 밀었다. 올해 문보경이 장타력이 좋아졌다”라고 했다.
문보경은 12-1로 앞선 8회에도 우전안타를 날렸다. 그러자 김재호 해설위원은 “보통 점수 차가 크면 타자들도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는데, 문보경은 욕심이 많은 친구”라고 했다. 그만큼 집중력이 좋다는 뜻의 칭찬이다.
LG 중심타선은 최근 수년간 외국인타자와 김현수가 책임졌다. 그러나 염경엽 감독은 올 시즌 베테랑 김현수를 2번, 6번, 7번으로 기용한다. 심지어 선발라인업에서 과감하게 빼기도 한다. 김현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문보경이 자연스럽게 타선의 새로운 기둥이 되는 과정이다.
올 시즌 KBO리그 3루수 레이스는 춘추천국시대 조짐이다. 작년 최강자 김도영(KIA 타이거즈)은 사실상 개점휴업 중이다. 햄스트링 부상에서 회복돼 곧 돌아올 예정이다. 최정(SSG)은 실제로 단 1경기도 못 뛰었다.
이런 상황서 시즌 초반 3루수들 중 가장 돋보이는 선수가 문보경이다. 실제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WAR 1.13으로 리그 3위(야수 2위)다. 제임스 네일(KIA 타이거즈, 1.54), 이재현(삼성 라이온즈, 1.36)이 1~2위다.
아직은 시즌 극초반이다. 염경엽 감독의 혜안, 승부수가 완전히 맞아떨어질 것인지는 긴 호흡을 통해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조짐이 좋아 보이는 건 사실이다. 문보경도 이미 4년 연속 1군에서 100경기 이상 뛴 타자다. 경험과 노하우가 경쟁력으로 꽃피울 시기가 됐다.
고척=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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