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형 뭔가 깨달은 것 같은데?'
KIA 타이거즈 변우혁은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1차전 원정 맞대결에 3루수, 6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 3타점 1득점으로 펄펄 날아올랐다.
지난해 69경기에 출전해 51안타 5홈런 21타점 22득점 타율 0.304 OPS 0.839로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변우혁은 올 시즌에 앞서 입지에 큰 위협을 받게 됐다. 새 외국인 선수로 1루수 패트릭 위즈덤이 KIA 유니폼을 입게 되면서, 1루에는 위즈덤을 비롯해 이우성이 있고, 3루에는 'MVP' 김도영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즌이 시작된 후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고, 이는 변우혁에게 기회로 작용됐다.
지난달 22일 NC 다이노스와 개막전에서 김도영이 왼쪽 다리 근육 부상을 당하면서 전열에서 이탈하게 된 까닭. 이에 2군에서 개막을 맞았던 변우혁이 1군의 부름을 받았고, 3월 4경기에서 4안타 2타점 1득점 타율 0.286으로 나쁘지 않은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4월부터 타격감이 눈에 띄게 좋아지기 시작했다.
지난 3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멀티히트 3타점을 기록했던 변우혁은 지난 6일 LG 트윈스와 맞대결까지 3경기 연속 안타를 터뜨리더니, 8일 경기에서 주인공으로 거듭났다. 이날 변우혁은 첫 번째 타석에서 롯데 선발 김진욱을 상대로 삼진, 두 번째 타석에서는 2루수 땅볼에 그쳤는데, 세 번째 타석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1-2로 추격을 시작한 6회초 2사 만루 찬스에서 롯데의 바뀐 투수 박진을 상대로 초구 131km 슬라이더를 받아쳐 중견수 병면에 안타를 뽑아내며, 두 명의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하지만 KIA가 7회말 수비에서 동점을 허용하면서, 변우혁의 활약이 빛을 바라게 되는 그림이었는데, 8회 공격에서 다시 해결사 본능을 뽐냈다.
변우혁은 3-3으로 팽팽하게 맞선 8회초 1사 2루 찬스에서 다시 한번 타석에 들어섰고, 롯데의 '필승조' 정철원을 상대로 0B-2S의 매우 불리한 카운트에서 3구째 147km 직구를 공략, 다시 한번 적시타를 뽑아냈다. 그리고 이는 결승타로 이어졌고, KIA는 2연패의 늪에서 벗어나면서 한 주의 시작을 승리로 장식했다.
변우혁은 팀 성적이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으면서 마음고생이 심했던 모양새였다. 그는 "너무 힘들었다. 매 순간 긴장이 돼갖고, 오늘 많이 힘들었는데, 그래도 우리가 힘든 상황일 때 승리해서 의미가 큰 것 같다"며 어떤 것이 힘들었냐는 물음에 "그동안 팀 분위기가 좋지 않았는데, 그 부분이 컸다. 잠실에서도 2연패를 하고 왔고, 개인적으로 3루에서 풀타임을 뛰는 것이 처음이라, 그런 부분에서 조금 힘들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래도 힘겨운 시간을 극복한 변우혁은 이날 경기의 주인공이었다. 변우혁은 "오늘 노림수가 잘 맞았던 것 같다. 첫 번째 적시타 때 처음부터 변화구를 노리고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 타석에서도 빠른 공을 생각하고 들어갔고, 내가 생각했던 코스에 온 직구를 놓치지 않았다. 지금 팀 분위기가 '계속해보자'하는 분위기다. 선배님들과 코치님들께서 분위기를 잘 만들어주고 있다. '해보자, 해보자' 했던 것이 상대 선발이 내려간 뒤 잘 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도영이 이탈한 것은 KIA 입장에서 분명 치명타. 하지만 변우혁이 이 같은 활약을 이어간다면, KIA는 김도영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변우혁은 "오늘 경기 전에 (김)도영이랑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도영이가 내게 '뭔가를 깨달은 것 같다'고 하더라"며 "내가 도영이보다 3살이 많긴 한데, 작년 겨울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그런 것을 신경 쓰다 보니 야구가 더 잘 되는 것 같다"고 웃었다.
김도영의 말처럼, 변우혁은 최근 경기들을 통해 무언가를 느꼈다고. 변우혁은 "확실히 깨달은게 있는 것 같다. 이전에는 타석에 들어가면 욕심을 내는 경우가 많았고, 수 싸움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최대한 욕심을 버리고, 득점권에 있을 때 하나 두 개씩 나오기 시작하니, 그 맛이 더 좋은 거 같더라. 그래서 지금은 욕심을 내서 멀리 치는 것보다 득점권 찬스에서 안타를 치는게 내게도 더 긍정적이더라"고 설명했다.
위즈덤의 영입 등으로 인해 지난해보다 경쟁이 더 치열해졌지만, 변우혁은 오히려 이를 통해 더 배워나가고 있다. 그는 "캠프 첫날부터 위즈덤에게 '많이 배우고 싶으니, 알려달라'고 했다. 그리고 (김)도영이랑 겨울에 운동하면서 많이 보고 배웠다"며 이런 환경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발전을 다짐했다.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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