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마이데일리 = 이정원 기자] "다시는 못할 것 같아요."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5차전이 끝난지 사흘이 지났지만, 정관장 레드스파크스 캡틴 세터 염혜선의 목은 여전히 잠겨 있다. 흥국생명과 1~5차전 치열한 승부 속에서 2011-2012시즌 이후 노렸던 우승컵은 가져오지 못했지만 정관장이 보여준 투혼은 눈부셨다. 1, 2차전을 내줬지만 3, 4차전을 따내고 마지막 5차전에서도 역대급 풀세트 승부를 펼쳤다.
플레이오프에서 현대건설과 세 경기를 치르고 왔고, 또 챔프전에서도 주축 선수들의 컨디션이 100%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배구 팬들에게 투혼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염혜선과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는 무릎, 노란은 등, 반야 부키리치(등록명 부키리치)와 박은진은 발목 부상을 안고 뛰었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 은퇴를 선언한 김연경은 물론 배구 팬들도 감동을 받았다.
시상식 때에는 구단이 직접 김연경의 마지막 가는 길을 축하하기 위해 현수막을 준비했다. 팬들은 그런 정관장을 두고 '아름다운 패자'라며 박수를 보냈다.
무릎이 아프지만 통증을 참아가며 뛴 염혜선, 지난 10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뭔가 공허하네요"라고 웃으며 "길었던 시즌이 안 끝날 거 같았는데 끝나니 6개월이 사라진 느낌이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사실 나는 '졌잘싸'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끝나고 '졌잘싸'라는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정말 모든 선수가 최선을 다했다. 다시는 이런 시리즈를 못할 것 같다. 모든 걸 쏟아부었으니까"라고 이야기했다.
아쉬운 경기는 역시 2차전. 인천 원정에서 1, 2세트를 가져왔는데 내리 3, 4, 5세트를 내주며 리버스 스윕패를 내줬다. 만약 1승 1패로 대전 홈에 왔다면 시리즈 향방은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염혜선은 "1차전을 무기력하게 끝냈으니까 2차전에서 이겼다면 어떻게 됐을지 몰랐을 것 같다. 5차전도 아쉽다"라며 "그렇지만 모든 선수가 잘했다.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미소 지었다.
한 시즌을 돌아본 염혜선은 "지난 시즌보다는 나은 시즌이라고 말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도 팀적으로도"라고 했다.
지난 시즌 7년의 한을 풀며 봄배구 무대를 밟은 정관장은 올 시즌에는 13년 만에 챔프전 무대를 밟았다. 또한 염혜선은 올 시즌 여자부 세트당 11.214세트를 기록하며 세트 부문 1위에 올랐다. 무엇보다 여자부 최초 16000세트를 넘으며 이효희 한국도로공사 코치를 제치고 여자부 역대 누적 세트 1위에 등극했다.
그는 "우승도 했으면 좋았겠지만"이라고 웃으며 "개인 기록만 달성하니 기분이 좋으면서도 아쉬움도 있다. 이제는 20000세트를 바라보고 갈 것이다. 은퇴를 하지 않은 이상 내 기록이 역사가 되는 만큼, 공격수들에게 좋은 볼을 올려줄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한 시즌을 함께 한 선수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표승주와 노란 베테랑 듀오는 물론, 타국에서 많은 고생을 한 메가와 부키리치에게 진심이 담긴 한 마디를 전했다.
염혜선은 "메가와 부키리치가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덕분에 이 자리까지 왔다. 없었다면 우리가 봄배구에 올라갈 수 있었을까, 너무 좋은 선수들이다. 떠나는 게 아쉽다"라며 "특히 부키리치는 아포짓 스파이커에서 아웃사이드 히터로 전향을 해 공격은 물론 리시브도 다했다. 세터로서 든든했다"라고 박수를 보냈다.
그러면서 "승주와 란이는 나에게 정말 고마운 선수들이다. 내가 힘들 때 옆에서 정말 많이 도와줬다. 내가 주장으로서 아빠 역할을 했다면, 두 선수는 엄마 역할을 한 선수들"이라고 미소 지었다.
2024-2025시즌의 아쉬움을 딛고 2025-2026시즌을 바라본다. 메가와 부키리치가 떠났지만 챔프전 진출팀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달릴 준비를 마쳤다.
이정원 기자 2garde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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