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이건 공 안 던지면 모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롯데 자이언츠 정철원은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팀 간 시즌 3차전 홈 맞대결에 구원 등판해 1이닝 동안 투구수 16구, 2탈삼진 퍼펙트 피칭을 선보이며 시즌 6호 홀드를 수확했다.
군더더기가 없는 투구. 정철원이 마운드에 오른 것은 롯데가 6-3으로 앞선 7회초 2사 1, 2루의 실점 위기였다. 정철원은 승부처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메이저리그에서만 88개의 홈런을 터뜨린 패트릭 위즈덤과 상대했다. 등판 직후였던 탓인지 정철원은 제구에 애를 먹으며 3B-0S로 매우 불리한 스타트를 끊었지만, 7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135km 슬라이더로 삼진 처리하며 이닝을 무실점으로 매듭지으며 경기를 출발했다.
마무리까지 완벽했다. 정철원은 8회에도 마운드에 모습을 드러냈고, 첫 타자 이우성을 우익수 뜬공으로 묶어냈다. 그리고 후속타자 변우혁과도 7구까지 가는 승부를 통해 147km 직구를 위닝샷으로 던져 삼진을 뽑아냈고 '마무리' 김원중에게 바통을 넘기며 6호 홀드를 손에 쥐었다. 지난 6일 '친정' 두산 베어스전에서 1이닝 4피안타 2볼넷 3실점(3자책), 8일 KIA전에서 ⅓이닝 2실점(2자책)의 아쉬움을 완벽하게 털어냈다.
올 시즌에 앞서 롯데 유니폼을 입은 정철원은 롯데가 정규시즌 16경기를 치른 가운데 벌써 10경기에 등판했다. 이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롯데의 불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김태형 감독은 지난 9일 경기에 앞서 "(정)철원이도 혼자 버티려니까 힘들지. 앞에 누가 하나 딱 잡아주면 괜찮을 텐데…"라며 팀 상황상 자주 마운드에 오르고 있는 '애제자'를 향해 고맙고도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정철원은 '안 지치느냐'는 말에 "조금 지쳐 보였다면, 그것마저도 내 실수인 것 같다. 더 좋은, 강한 공을 던질 수 있도록 몸 관리를 못한 내 탓인 것 같다"며 "지난 두 경기에서 개인적으로 화도 많이 나고, 만족하지 못하는 경기여서, 오늘 더 철저하게 준비를 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철원은 롯데 유니폼을 입은 뒤 실점 위기 상황에서 벗어날 때에는 마운드에서 포효하며 기쁨을 표출하는 등 매우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이 같은 정철원의 모습에 대한 물음이 나올 때면 "그게 현재 정철원의 마음"이라며 "선수 입장은 또 다르다. 트레이드로 와서 작년보다는 올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그런 마음이 큰 것 같다"고 제자의 간절한 모습을 좋게 바라봤다.
하지만 지난 두 번의 등판에서 정철원이 포효하는 모습은 없었다. 특히 '친정' 두산전에서는 만루 위기를 벗어난 뒤에는 글러브로 얼굴을 가리는 등 분노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철원은 '화가 낫던 것인가?'라는 물음에 "맞다. 그러면 안 됐는데, 몸에 힘도 많이 들어가고, 신경도 많이 썼던 것 같다. 걱정도 많았다. 어떻게 보면 7년 동안 같이 먹고자고 했던 동료들을 상대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신경도 많이 쓰였다"고 털어놨다.
두산전 이후 정철원은 또 무언가를 깨달은 듯했다. 당시 정철원은 경기가 끝난 뒤 불 꺼진 사직구장에 홀로 남아 외야에서 공을 던지며 구슬땀을 흘렸다. 그만큼 간절한 것이다. "그날 경기에서 부족했던 것을 보완하고 싶어서 훈련을 더 했다. 불펜장에서 섀도피칭을 하다가 '이건 공 안 던지면 모를 수 있겠다'는 생각에 공까지 던졌다"며 "앞으로 같은 밥을 먹고 같이 잠을 잘 우리 롯데 팀원들에게 피해를 안 줄 수 있게, 내가 잘 던져서 승리를 많이 가져올 수 있도록 노력하는 방향으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경기 부진했지만, 정철원은 현재 KBO리그 홀드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부진을 털어내고 부활한 것에 뿌듯함은 없을까. 정철원은 "경기가 끝나고 나면 굉장히 뿌듯하고 좋다. 감독님께서 '잘 던진다', '고생 많다'라는 칭찬을 직접적으로 하시진 않지만, 경기에 나갈 수 있게 해주고, 특히 승리를 지켜야 하는 중요한 순간에 올려주는 것에 내게는 최고의 칭찬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감독님과 팀원, 코치님들, 팬분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 열심히 던지려고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금도 이미 너무 훌륭한 모습이지만, 정철원은 더 보여줄 것이 남았다고. 그는 "나는 아직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못 던질 때 혼도 나겠지만, 내가 던질 수 있는 베스트 공을 보여드릴 수 있게 몸 관리도, 준비도 잘 하겠다"며 "내가 못 던진 날 팀이 지더라. 그래서 부담은 갖지 않되 '나만 잘하면 팀이 이길 수 있겠구나'라는 걸 깨닫고 최선을 다해서 남은 경기 열심히 던지겠다"고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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