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성공이 다가온 것 같다"
두산 베어스 제이크 케이브는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 팀 간 시즌 3차전 원정 맞대결에 우익수, 3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1홈런) 4타점 2득점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두산은 올 시즌에 앞서 외국인 선수를 모두 갈아치우는 결단을 내렸다. 지난해 헨리 라모스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두산에 입단한 제러드 영이 엄청난 활약을 펼쳤고, 이에 두산은 재계약의 뜻을 밝혔지만,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케이브를 영입했다. 케이브는 지난 2011년 신인드래프트 6라운드 전체 209순위로 뉴욕 양키스의 지명을 받은 뒤 미네소타 트윈스-필라델피아 필리스-콜로라도 로키스에서 통산 7시즌 동안 통산 45홈런을 친 선수. 두산의 기대감은 매우 컸다.
하지만 시즌 초반 케이브의 활약은 실망스러웠다. 케이브는 시범경기 9경기에서 6안타 1타점 타율 0.240로 인상적이지 못했고, 정규시즌 일정이 시작된 3월 한 달 동안의 성적도 6안타 3타점 타율 0.214로 실망스러웠다. 급기야 지난달 30일 삼성 라이온즈전에 끝난 뒤에는 몸살 증세로 인해 1군에서 말소돼 자리까지 비우게 됐다. 그런데 이 공백기는 케이브가 감을 되찾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케이브는 1회초 경기 시작부터 돋보였다. 정수빈의 2루타와 박계범의 희생번트로 마련된 득점권 찬스에서 LG 선발 손주영을 상대로 땅볼로 주자를 불러들이며 선취점을 뽑아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케이브는 3회 다시 만난 손주영을 상대로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기록했고, 양의지의 연속 안타에 3루 베이스를 밟았다. 그리고 양석환의 희생플라이에 홈을 밟으며 이번에는 득점까지 손에 쥐었다.
케이브의 한 방이 폭발한 것은 4회초. 4-0으로 앞선 4회초 1사 2, 3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선 케이브는 LG의 바뀐 투수 이지강과 맞붙었다. 그리고 2구째 142.5km의 하이패스트볼에 거침없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리고 무려 163.3km의 속도로 뻗은 타구는 118.9m를 비행한 뒤 잠실구장 좌측 담장을 넘어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케이브의 KBO리그 데뷔 첫 홈런.
이후 케이브는 추가 안타를 생산하진 못했으나, 이미 선취점에 이어 사실상 승기를 잡는 홈런까지 폭발시키는 등 5타수 2안타(1홈런) 4타점 2득점으로 펄펄 날았고, 두산은 케이브의 활약에 힘입어 9-2로 승리하며 4연패의 늪에서 벗어났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케이브는 "일단 스윕패를 막는다는 것은 항상 좋은 것 같다. 특히 LG와 같은 강팀을 상대로 점수차를 많이 내서 이긴 것이 기분이 좋다"며 "홈런은 내가 원하는 대로 스윙을 했고, 원하는 방향으로 타구가 나온다는 의미다. 오늘 좌익수 쪽으로 친 게 아주 좋았던 것 같고, 앞으로 홈런이 많이 나올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케이브는 "오늘 홈런이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는 잘하지 못하고 가까스로 생존을 하고 있는데, 이 타구가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스윙을 잘못하고 있는 것도 있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다 보니 어려움도 있었는데, 이제 곧 성공이 다가온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날 잠실의 날씨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경기 시작부터 우박이 쏟아지면서 경기가 중단되는 등 총 네 차례 동안 무려 26분이나 경기가 멈췄다. 특히 팬들은 두꺼운 외투가 없다면 경기 관람이 힘들 정도로 날씨가 좋지 않았다. 이에 케이브도 6회 우박이 쏟아졌을 때 경기가 끝나기를 바랐다고.
케이브는 "경기가 중단된 것은 당연히 좋지 않았다. 하지만 6회에는 경기가 멈췄으면 싶었다"며 "승리를 챙길 수 있는 상황에서는 경기가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추운 곳에서 야구를 하는 것은 썩 기분 좋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경기가 잘 마무리됐으니, 기분 좋게 끝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시즌 초반 부진한 상황에서 부상까지 겹치면서 자리를 비웠던 케이브. 그동안 마음고생은 없었을까. 그는 "질병이나 부상으로 빠지는 것은 당연히 좋지 않다. 그러나 어떤 뜻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빠졌는데 팀이 많이 이겼다"고 웃으며 "개인의 성공이 팀의 성공이고, 팀의 성공도 개인의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팀이 잘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아팠던 것도 차라리 시즌 초반이라서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케이브는 짧지만 KBO리그를 경험한 소감도 보탰다. 그는 "야구는 전 세계 어딜 가도 똑같다. 다만 KBO리그는 와인드업 등이 달라서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게 많은 것 같다. 때문에 아직도 적응 중이다. 경기 외적으로는 타석에 있는데 응원가와 노래가 나오는 것은 처음 경험해 보는 것이지만 재밌다"며 잠실구장에서 더그아웃만 바꾸며 홈-원정 경기를 치른 것에 대해서도 "이런 건 처음인데, 신기하고 재밌다"고 웃었다.
잠실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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