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폰·노트북·반도체 면제 없다" 품목관세 예고에 관세 압박 다시 고삐
트럼프 "반도체 관세율, 다음주 발표…일부 기업에 유연성"
심화하는 미중 무역 갈등…반도체·배터리 '경고등'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 관세 전격 면제"
"관세 예외가 발표된 것이 아닌 단지 다른 관세 '버킷(Bucket·범주)'으로 이동하는 것"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반도체 관세 도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유예와 일부 품목 면제 등을 두고 갈지자 행보를 거듭하면서 오락가락 혼선을 이어가고 있다. 상호관세에서 제외된다는 소식에 안도했던 국내 반도체·스마트폰 기업은 품목관세 부과 가능성이 커지자 다시금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우리 첨단산업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반도체 등 전자제품 관세 면제 논란과 관련해 "관세 예외(exception)가 아닌 이들 제품은 기존 20% 펜타닐 관세를 적용받고 있으며 단지 다른 관세 범주(bucket)로 옮기는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의 혼란 속 이어진 트럼프의 해명은 전날(12일) 밤 관세국경보호국(CBP)이 '특정 물품의 상호관세 제외 안내'를 통해 총 20개 대상의 전자 제품에 대해 상호관세 면제를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면제 대상에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컴퓨터 외에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컴퓨터 프로세서, 메모리칩, 반도체 제조 장비 등이 대거 포함됐다.
외신은 이 같은 조치는 사실상 미국 대표 테크기업 애플을 위한 '맞춤형 면제'라고 분석했다. 미국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은 지난해 4분기(10∼12월) 기준 미국 내 스마트폰 시장의 65%를 점유하고 있다. 특히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 등 주요 제품을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중국에 총 14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결정으로 아이폰 등의 미국 가격이 2배 넘게 폭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삼성전자도 90일간 10%의 관세를 적용받는 베트남에서 북미향 스마트폰 대다수를 생산하고 있어 안도할 수 있게 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불과 이틀 만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핵심 인사는 이를 뒤집는 발언을 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13일 ABC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면제는 영구적이지 않다" 한두 달 내에 반도체, 스마트폰, 의약품 등에 품목별 관세를 별도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이들 제품의 품목별 관세는 상호 관세와 달리 협상이 불가능하다며 어떤 형태로든 관세 부과 조치를 이어갈 것임을 밝힌 것이다. 무엇보다 무엇보다 반도체 품목 관세 대상에 스마트폰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글로벌 반도체·스마트폰 기업의 불확실성은 다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에 품목별 관세가 부과되면 연관 제품인 휴대폰과 컴퓨터 등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상호관세는 특정 교역 상대국이 부과하는 만큼,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트럼프 정부는 대신 이들 품목에 한 해 한 달 후 품목별로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르면 외국산 수입 제품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경우 대통령이 관세 부과 같은 긴급 조치를 할 수 있다. 스마트폰 등은 반도체와 함께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라 품목별 관세가 부과될 확률이 높은 상황이다. 이미 25%의 품목별 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자동차나 철강·알루미늄도 상호관세는 예외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월요일인 14일 반도체 품목별 관세에 관한 구체적인 답을 내놓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은 "스마트폰과 노트북, 기타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에서 나온 일련의 엇갈린 신호가 미국 무역 정책에 대한 새로운 불확실성을 불러일으켰다"며 "월스트리트와 워싱턴에서 또 다른 혼란스러운 한 주가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불확실성에 관세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국내 반도체업계는 곧 발표될 반도체 관세율을 주시하고 있다. 철강과 자동차는 이미 관세율이 25%로 책정됐는데 반도체도 이와 비슷한 관세율이 적용될 경우 만만치 않은 여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갈수록 높아지는 관세정책과 불확실성은 대응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미국의 반도체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반도체가 들어가는 전 산업군의 가격 인상과 수요 둔화가 연쇄적으로 나타나 사실상 전 산업군에 적지 않은 파장이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메모리 등 반도체의 경우 미국으로 향한 직접 수출 비중은 낮아 관세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 산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90일 유예도 언제 입장을 바꿀지 모르는 만큼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이 본격화된 것도 우리나라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다. 미국과 중국간 교역이 줄어들면 중국에 수출하는 우리나라 반도체 등 중간재 수출이 급감하며 유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갈등이 핵심광물 수출통제 강화로 이어질 경우 중국이 현재보다 핵심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통제국에 포함될 경우 장기적으로 반도체·베터리 등 주요 수출 품목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수출은 물론 경제 안보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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