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경현 기자] LG 트윈스 임찬규가 4승을 수확, 리그 다승 1위로 올라섰다. 느린 구속에도 타자를 압도한다.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은 그 비결로 '손의 스피드'를 꼽았다.
임찬규는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 경기에 선발등판해 6이닝 7피안타 1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개막 4연승이다. 지난 3월 26일 한화전 9이닝 무실점 생애 첫 완봉승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4월 3일 KT전 5⅔이닝 1실점, 10일 키움전 7이닝 1실점으로 기세를 이어갔다. 이날 초반 2실점에도 남은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4연승을 완성했다.
임찬규는 이날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고 했다. LG 측 기록에 따르면 최고 구속은 143km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빠른 공이 140km대에서 형성됐다. 그럼에도 4개의 탈삼진 중 1개를 직구로 잡아냈다. 6회 2사 1, 2루에서 안주형에게 139km 빠른 공을 구사, 헛스윙 삼진으로 이날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솎아냈다.
다승 순위권에 오른 투수 중 구속이 가장 느리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임찬규의 평균 구속은 140.4km/h다. 다승 2위 그룹인 코디 폰세(한화·152.6km/h), 요니 치리노스(LG·150.0km/h), 박세웅(롯데·147.2km/h), 조병현(SSG·146.9km/h)은 빠른 구속을 자랑한다.
느린 구속에도 세부 지표는 훌륭하다. 평균자책점(1.30) 3위, WAR(1.19승) 4위, 9이닝당 볼넷 비율(1.95개) 6위, 이닝당 출루 허용률(0.98) 7위, 피안타율(0.210) 공동 15위다.
16일 경기 전 박진만 감독에게 임찬규 투구의 비결을 들을 수 있었다. 박진만 감독은 "(임)찬규는 워낙 제구가 좋다. 강약 조절을 뛰어나게 잘하는 선수"라며 "구종이 많아서 대처하기 어렵다"고 했다.
흔히 100km/h대 커브 다음 140km/h대 직구가 오면 150km/h로 보이는 효과를 낸다고 한다. 실제로도 그럴까. 박진만 감독은 "그렇게 느껴진다"고 단언했다.
이어 "(투수가) 손을 때리는 속도에 따라 타자가 타이밍을 맞춘다. 좋은 투수는 직구 때리는 포인트와 똑같이 변화구를 던진다. 이런 투수에게 대처하는 게 제일 어렵다"며 "(임)찬규 같은 경우는 커브 100km/h 던지다가 갑자기 140km/h를 던지면 150km/h 이상 느낄 수 있다. 손 스피드에 따라서 타이밍을 잡아야 하는데, 그것을 잡기가 (임)찬규는 타자 입장에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유희관을 예로 들었다. 박진만 감독은 "그래서 유희관이 살아남았다. 유희관은 80km/h대 (커브를) 던지다가 130km/h 던지면 140km/h 이상 느껴진다"고 말했다.
KBO리그에도 구속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어린 투수들은 손쉽게 150km/h를 뿌린다. 하지만 투수의 목적은 빠른 공이 아닌, 실점 최소화다. '느림의 미학' 임찬규는 느린 구속으로 투수의 본분을 착실히 보여주고 있다.
잠실=김경현 기자 kij445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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