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심혜진 기자] '아기사자' 심재훈이 잠들었던 삼성의 타선을 깨웠다.
심재훈은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8번 2루수로 선발 출전해 2타수 1안타 3볼넷 1도루 2득점 만점 활약을 펼쳤다.
그야말로 파격 선발이었다. 심재훈은 이날 처음으로 1군에 콜업됐다. 데뷔 첫 1군 등록이었다.
1군에 올라오자마자 선발 라이업에 이름을 올렸고, 데뷔전에서 무려 4출루 경기를 펼쳤다.
심재훈은 2025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13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지명 당시 삼성은 심재훈에 대해 "청소년 대표팀 주전 내야수로 큰 대회 경험이 풍부하다. 공수주 3박자 갖춘 선수로 일발 장타력을 보유, 중장거리 주전 내야수로 성장 기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마무리캠프, 2군 스프링캠프를 거쳐 시범경기에 출전했다. 심재훈은 9경기 나와 타율 0.154 1홈런 4타점을 기록했다.
아쉽게 눈도장을 받지 못하고 퓨처스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2군 18경기 타율 0.175(63타수 11안타) 2홈런 16타점으로 부진했다.
하지만 박진만 감독은 타선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심재훈을 선택했다. 연패 기간 팀 타율은 0.189(리그 9위), 타점은 6점(10위)에 불과할 정도로 타격 부진이 심했다.
박 감독은 "변화가 좀 필요한 시기"라면서 "팀 전체적으로 침체돼 있기 때문에 젊은 선수들이 들어와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그런 상황을 만들기 위해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심재훈 카드는 적중했다. 심재훈이 침묵하던 타선을 깨웠다.
2회까지 상대 선발 송승기에게 한 개의 안타도 때려내지 못하고 있던 삼성 타선은 3회초 선두타자 심재훈의 안타로 물꼬가 텄다. 심재훈 3루 방면으로 강습 타구를 보냈다. 타구는 3루수 문보경의 다이빙캐치에 잡혔지만 심재훈이 1루를 향해 전력질주했고, 3루수의 송구 실책까지 유도하며 2루에 안착했다.
0-1로 끌려가던 4회 디아즈의 역전 투런포로 마침내 혈이 뚫렸다.
심재훈은 2사 2루에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이번에도 같은 코스로 강습타구를 날려 보냈지만 문보경이 잡아내 직선타로 물러났다.
타격만 좋았던 게 아니다. 눈과 발도 빛났다. 6회 2사 에서 볼넷을 골라 나갔다. 냉정함을 잃지 않고 볼을 골랐다. 이날 경기 해설을 맡은 허도환, 김선우 해설위원은 "심재훈이 신인답지 않게 엄청 침착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1루에 진출한 심재훈은 김성윤의 타석 때 2루를 훔치며 도루까지 기록했다. 그리고 김성윤의 적시타에 홈을 밟으면서 첫 득점까지 만들어냈다. 다소 짧은 안타였지만 빠르게 3루를 돌아 홈을 밟았다.
심재훈은 8회에도 선두타자로 나와 볼넷을 추가했다. 이후 김성윤의 땅볼로 2루까지 진루한 심재훈은 이재현의 적시 2루타 때 추가 득점을 올렸다.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는 득점이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심재훈은 9회 1사 1, 2루에도 볼넷 출루하면서 3볼넷, 4출루 경기를 완성했다.
데뷔전에서 첫 안타, 첫 도루, 첫 득점까지 완성하며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삼성은 4연패에서 탈출하며 리그 공동 3위로 점프했다.
사령탑도 만족스럽다. 박진만 감독은 "심재훈은 신인인데도 차분하게 경기를 뛴 모습이 인상적이다. 기대치의 200% 역할을 해줬다"고 칭찬했다.
경기 후 심재훈은 "(경기에) 나가기 전부터 선배님들과 형들이 자신있게만 플레이 하라고 하셔서 자신있게만 하자고 계속 주문을 외웠던 것 같다. 긴장되는 속에서도 재미를 찾으면서 좀 즐기려고 했다"고 돌아봤다.
2군에 있는 동안 1군 경기를 보며 빨리 경기에 뛰고 싶은 마음이 컸다.
심재훈은 "옛날부터 만원 관중 속에서 야구하는 걸 꿈꿔왔다. 이제 꿈을 이룰 때가 됐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준비했다"고 했다.
하지만 팀이 4연패에 빠진 터라 부담이 됐을 수 밖에 없다.
심재훈은 "신인이기도 하고 파이팅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팀 분위기가 올라갈 거라고 생각했다. 또 자신있는 모습이 파이팅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해 거침없이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일까. 심재훈은 "제 자리가 아직은 없기 때문에 이렇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잘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1군에서 시합을 많이 나가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잠실=심혜진 기자 cherub032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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