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ABS가 결정한 운명의 9회말.
20일 서울 잠실구장. 두산 베어스는 9회초에만 3실점하며 2-6으로 뒤졌다. 마무리 김택연을 과감하게 올리고도 실책이 잇따라 나오며 치명상을 입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건 아니었다. 두산은 KIA 타이거즈 마무리 정해영의 난조를 틈타 1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타석엔 양의지. KBO리그 최고의 포수이면서 여전히 최고의 오른손타자. 투수로선 클러치 상황서 가장 부담스러운 타자. 비록 4점차지만, 양의지의 장타 한 방이면 경기 분위기가 완전히 바뀔 수 있었다. 이 경기의 마지막 승부처였다.
정해영은 침착했다. 초구에 148km 포심을 높게 넣어 스트라이크를 이끌어냈다. 2구 슬라이더 역시 바깥쪽으로 흘러 나갔으나 보더라인에 걸치는 공. 양의지가 파울 커트를 해냈다. 그렇게 2스트라이크. 정해영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볼카운트가 됐다.
배터리는 이럴 때 일반적으로 공 하나를 버린다. 유인구를 던져 헛스윙을 이끌어내면 땡큐지만, 볼 하나가 올라가도 여전히 1B2S로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해영은 3구 패스트볼을 택했지만, 딱히 스트라이크 존에 넣을 생각은 없어 보였다. 실제 포수 한승택이 아예 일어나서 공을 받을 채비를 했다. 완전히 빼라는 얘기였다.
그런데 정해영이 던진 공은 낮게 들어갔다. 완벽한 실투였다. 한승택도 주저앉으며 미트를 벌렸고, 양의지도 자연스럽게 주저앉으며 공을 따라갔다. 한승택은 가까스로 공을 잡았다. ABS는 공이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다고 판단했다. 실제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다는 증거가 하단에 나온다.
양의지는 그대로 주저앉아 망연자실했다.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반면 공을 받은 정해영은 얼떨떨한 미소를 지었다. 정해영에겐 소위 말하는 ‘X꿀’이다. ABS 시대에 나온 판정이니, 누구도 원망할 수도, 의심할 수도 없다.
ABS 시대에 커브가 바닥까지 떨어졌음에도 스트라이크 콜을 받아 삼진 처리되는 경우가 종종 나온다. 그런데 포수가 하이패스트볼을 유인구로 요구한 상황서 명백한 실투이자 반대투구가 나왔음에도 스트라이크와 함께 삼진 선언까지 나오고 말았다. 별일이 다 있다.
양의지가 허무하게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두산은 추격 동력을 잃었다. KIA가 6-2로 승리하면서 2연속 위닝시리즈를 달성했다. 정해영은 시즌 6세이브를 따냈다. 올 시즌 10경기서 1승1패6세이브 평균자책점 2.61.
잠실=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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