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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내가 할 일을 해내면 언젠가 기회는 올 거라고 믿었다"
무명 우완 투수가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역사를 썼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우완 투수 팩스턴 슐츠가 구원 투수 데뷔전 최다 탈삼진 타이 기록을 작성했다.
슐츠는 21일(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에 위치한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홈 경기에서 구원 등판해 4⅓이닝 2피안타 8탈삼진을 기록했다.
전격적인 빅리그 등판이다. 토론토 산하 트리플A 버팔로 바이슨스에서 뛰던 슐츠는 20일 밤 택시 스쿼드에 포함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음날 26인 로스터에 들었고, 로저스 센터에 도착한 후 곧장 빅리그 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몇시간 뒤 데뷔전까지 소화하며 인생 최고의 날을 맞이했다.
토론토 선발 이스턴 루카스는 1⅔이닝 6실점으로 크게 흔들렸다. 2회 2사 1, 3루에서 루카스가 강판됐고, 슐츠가 마운드에 올랐다. 도노반 솔라노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며 슐츠는 데뷔 첫 아웃 카운트를 만들었다.
피칭은 깔끔했다. 3회 선두타자 루크 레일리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후속 세 타자를 모두 범타로 솎아냈다. 4회에는 선두타자 훌리오 로드리게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지만, 낫아웃 상황에서 포수의 송구 실책이 나왔다. 흔들리지 않고 삼진 2개와 직선타를 곁들여 4회를 끝냈다. 5회는 첫 삼자범퇴를 만들었고, 6회도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7회 딜런 테이트가 마운드에 오르며 슐츠는 이날 임무를 마쳤다.
구원투수 데뷔전 8K는 메이저리그 최다 삼진 타이 기록이다. 슐츠에 앞서 단 4번만 나온 대기록. 2022년 9월 7일 헤이든 웨즈네스키가 작성한 것이 최근 기록이다.
2019 신인 드래프트 14라운드에서 밀워키 브루어스에게 지명된 슐츠는 긴 무명 세월을 거쳤다. 마이너리그 통산 성적은 25승 28패 평균자책점 4.48이다. 2021년 트레이드를 통해 토론토에 합류했다. 한 번도 유망주 랭킹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올해도 빅리그 스프링캠프에 초청받지 못하고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경기 종료 후 슐츠는 'MLB.com'을 통해 "현실 같지 않은 기분이다. 생을 바쳐 준비해 온 일이다. 저 무대에 서서 좋은 성과까지 거둘 수 있었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슐츠는 "시즌 전 코치 한 분이 따로 불러 이야기를 해줬다. 그분은 제가 비시즌 내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알았고, '지연될 뿐, 좌절되진 않는다'는 말을 해줬다. 그 생각을 마음속에 새기고 준비했다. 내가 할 일을 해내면 언젠가 기회는 올 거라고 믿었고, 결국 오늘이 그날이 됐다"고 했다.
8K 맹활약으로 슐츠의 인생이 바뀌었다. 'MLB.com'은 "루카스가 마운드를 내려왔을 때 슐츠는 단지 불펜을 쉬게 하기 위한 '희생양'이 될 것으로 보였다. 단기적으로 마운드에 올려져 몇 이닝을 채우고 다시 마이너로 돌아가는, 메이저리그에서 흔히 있는 역할이다. 하지만 슐츠는 그 이야기를 완전히 뒤집었다"고 설명했다.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은 "오늘 아침 차를 타고 와서 계약서에 사인한 선수가 이런 투구를 보여주다니, 정말 대단했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현재 토론토는 맥스 슈어저가 부상으로 이탈한 상태다. 루카스도 2경기 연속 부진했다. 헐거워진 선발 로테이션에 슐츠라는 신성이 떠오른 것. 'MLB.com'은 "슐츠가 보여준 활약은 토론토로 하여금 그를 선발진 후보로 고려하게 했다"고 전했다.
한편 토론토는 3-8로 패했다.
김경현 기자 kij445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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