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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건호 기자] "마치 좋은 소식인 것처럼 발표했네."
레스터 시티는 21일 오전 12시 30분(이하 한국시각) 영국 레스터의 킹파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33라운드 리버풀과의 맞대결에서 0-1로 패배했다.
트렌트 알렉산더 아놀드의 결승 골에 무너진 레스터는 올 시즌 강등이 확정됐다. 레스터는 4승 6무 23패 승점 18을 기록하며 19위에 머물렀다. 남은 5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더라도 17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승점 36)를 넘지 못한다.
지난 2022-23시즌 18위로 PL에서 강등된 레스터는 지난 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리그)에서 31승 4무 11패 승점 97로 1위를 차지하며 한 시즌 만에 복귀에 성공했다.
하지만 올 시즌 다시 강등의 아픔을 맛보게 됐다. 지난 시즌 레스터를 이끌었던 엔조 마레스카 감독이 이번 시즌을 앞두고 첼시로 적을 옮겼고 새로운 감독과 함께 시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레스터의 선택은 스티브 쿠퍼 감독이었다.
쿠퍼 감독은 레스터로 오기 전 노팅엄 포레스트에 있었다. 2021-22시즌 노팅엄을 PL 무대로 올리는 데 성공했다. 2022-23시즌에는 16위로 잔류했다. 하지만 2023-24시즌 3승 5무 9패 승점 14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결국, 팀을 떠나게 됐다.
잠시 현장에서 떨어져 있던 쿠퍼 감독을 레스터가 데려왔다. 하지만 레스터에서도 반전을 만들지 못했다. 12경기에서 2승 4무 6패 승점 10으로 처참한 성적을 남겼다.
레스터의 선택은 뤼트 판 니스텔로이 감독이었다. 판 니스텔로이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에릭 텐 하흐 감독의 부름을 받으며 '친정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코치진에 합류했다.
텐 하흐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팀을 떠난 뒤 맨유의 감독 대행직을 맡기도 했다. 4경기에서 3승 1무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후 후벵 아모림 감독이 맨유 지휘봉을 잡았고 판 니스텔로이는 맨유에 잔류하지 못하게 됐다.
그에게 손을 뻗은 팀이 레스터였다. 하지만 레스터에서의 모습은 맨유 때와 달랐다. 부임 후 리그 첫 경기에서 승리했고 이어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알비온과 2-2 무승부를 거두며 분위기 반전을 이끄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리그 7연패 늪에 빠졌다.
지난 1월 26일 토트넘 홋스퍼 원정에서 2-1로 승리를 거두며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가는가 했지만, 이후 10경기 동안 승리가 없었다. 8연패 후 브라이턴과 또 2-2 무승부를 거둔 뒤 리버풀에 0-1로 패배했다. 결국, 강등이 확정됐다.
판 니스텔로이 감독 부임 후 20경기에서 2승 2무 16패를 기록했다. 득점은 11득점에 불과했으며 실점은 무려 46실점을 기록했다.
경기 후 판 니스텔로이 감독은 영국 'BBC 라디오 5 라이브'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강등이) 확정되었다는 사실이 매우 실망스럽다"며 "우리는 계속 희망을 품고 싸워왔지만, 지난 몇 주 동안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게 보였다. 그런 상황에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고, 시즌 마무리를 잘하기 위해 초점을 미래로 옮겼다. 다음 시즌은 챔피언십에서 시작할 것이고, 나는 클럽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나의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몇 주 동안 일하게 될 것이며, 레스터의 이익을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이다"고 했다.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구단이 어떤 방향을 원하는지 명확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레스터를 이끌고 싶다는 목표는 분명하다. 이제 클럽이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 보고,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스포츠 바이블'은 "하지만 팬들이 충격을 받은 건 경기 이후 클럽의 공식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올라온 게시물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레스터는 리버풀전이 끝난 뒤 곧바로 SNS에 강등 소식을 전했다. 그들은 킹파워 스타디움의 전경 사진과 함께 "오늘 경기 결과는 2025-26시즌 챔피언십에서 우리의 자리가 확정됐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강등 소식을 돌려서 말했다.
'스포츠 바이블'은 "이에 팬들은 SNS에서 다양한 반응을 쏟아냈다"고 했다. 팬들은 "3년 동안 2번의 강등, 빌랄 엘 카누스를 제외한 형편없는 여름 이적, 그리고 역사상 최악의 감독 선임 2건. 진심 한심하다", "마치 좋은 소식인 것처럼 발표했네", "이렇게 '강등됐습니다'를 말하는 방식이 다 있냐?", "이걸 긍정적으로 들리게 만든 SNS 관리자에게 박수를 보낸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지난 2015-16시즌 동화 같은 PL 우승을 차지했던 레스터에 올 시즌은 잔혹 동화 같은 시즌이 됐다. 다음 시즌 곧바로 PL 복귀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건호 기자 rjsgh2233@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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