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될만한 사업 육성…"선택과 집중" 강조한 LG 구광모 회장
LG그룹, 3년 만에 적자 사업 전기차 충전 사업 철수 결정
리밸런싱 속도 올리는 SK…'알짜' 회사 SK실트론 매각 추진
포스코, 저수익사업 125개 정리…2.6조 현금 확보해 '재투자'
"곳간 채워라" 대기업, 알짜 기업 매각으로 현금확보 사활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국내 기업들이 유례없는 초비상 경영에 돌입하고 있다. 경제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시작한 리밸런싱(사업재편)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더욱 속도를 높이는 모양새다. '초불확실성 시대' 파고를 넘기 위해 '선택과 집중' 리밸런싱을 통한 체질 개선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최근 LG전자는 3년 전 진출했던 전기차 충전 솔루션 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이 길어지고 충전 인프라 시장 경쟁이 심해진 영향이다.
LG전자는 2022년 GS에너지·GS네오텍과 공동으로 전기차 충전기 전문업체 하이비차저의 지분 100%를 인수하며 사업에 진출했다. 전기차 확산 추세에 발맞춰 완속·급속 충전기 등의 제품을 개발·출시하며 해당 사업을 매출 1조 원 이상의 '유니콘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마트 점포에 충전기를 설치하고, 작년에는 미국 시장에도 진출하는 등 사업 확장을 계획했다.
하지만 사업 실적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전기차 캐즘 영향으로 전기차 수요가 줄면서 타격을 입기 시작한 것이다. 하이비차저는 지난해 매출 106억원, 영업손실 7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2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지난해 감사보고서는 '의견거절'을 받았다.
하이비차저 지분 40%를 보유한 GS그룹도 경영 지속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GS는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통해 하이비차저 지분 가치를 0원으로 처리하며 사실상 청산을 예고했다. 결국 자회사 하이비차저는 청산 절차를 밟게 됐고 관련 업무를 수행해 온 인력 전원은 LG전자 내 다른 사업 조직에 전환 배치된다. 사업 종료 후에도 공급처 대상 유지 보수 서비스는 차질 없이 수행할 계획이다.
ES사업본부는 향후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가정용·상업용 에어컨, 칠러, 히트펌프,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등 냉난방공조(HVAC) 사업에 주력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는 "모든 사업을 다 잘할 수는 없다"며 '선택과 집중'을 강조한 구광모 LG전자 회장의 메시지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지난달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변화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구 회장은 2018년 취임 후 3년 만인 2021년 휴대폰 사업 종료를 결정했고, 2022년 태양광 패널 사업 철수에 이어 이번에는 전기차 충전기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LG그룹 계열사의 사업 개편 속도는 올해 더 빨라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그룹내 주요 전자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을 중국 차이나스타(CSOT)에 매각했으며, LG화학은 에스테틱 사업부와 여수 나프타분해설비(NCC) 2공장 매각 등을 추진 중이다. 이 외에도 계열사 상당수가 인력전환배치를 실시하는 등 재계에서는 올해 LG그룹이 '선택과 집중' 원칙 아래 전략적 사업 재편 차원으로 기존 주력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내는 신성장동력 육성에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재계에서는 리밸런싱이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 전략으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계열사 수를 빠르게 늘려가며 문어발식 확장을 거듭했던 기업들은 이제는 계열사 조직 통합과 구조조정을 통해 그룹 부채를 줄이고 사업구조 강화를 통해 실적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일찌감치 리밸런싱 신호탄을 쏘아올린 SK그룹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리밸런싱의 신호탄 격인 '통합 SK이노베이션' 법인이 출범했고 현재는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인 SK실트론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번 매각 규모는 5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SK실트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칩 핵심 소재 웨이퍼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2017년 LG그룹으로부터 인수했다. SK그룹은 당시 LG실트론 지분 51%를 6200억원에 인수했다. 소위 그룹 '알짜'로 분류되는 SK실트론 매각 역시 SK그룹이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리밸런싱 작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말 219개였던 계열사 수는 올해 200개 안팎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포스코그룹 역시 그룹 '군살빼기'에 한창이다. 그룹 핵심인 철강은 중국산 물량 공세와 고환율 등 비우호적 경영환경에 트럼프발 관세 폭탄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국면을 지나고 있다. 신사업인 이차전지 소재는 전기차 캐즘으로 진행이 더딘 만큼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저수익 사업 정리 등 '옥석 가리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장 회장은 지난해 3월 그룹 회장 취임 이후 비핵심 자산과 수익이 낮은 120개 사업 개편을 진행, 이후 정리 대상을 125개 프로젝트로 추렸다. 철강 업황이 최악의 국면을 지나고 있는 만큼 구조개편을 통해 2026년까지 저수익 사업 55개, 비핵심자산 70개를 정리해 2조8000억원의 현금 확보를 계획 중이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에만 저수익 장기화 사업을 125개로 추렸다. 이중 45개 사업을 정리해 6625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올해 총 106개 프로젝트에서 누적 2조1000억원을 충당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철강 사업의 원가 혁신과 비핵심 자산 정리 등 효율화 전략을 기본으로 필요한 투자는 과감히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작년 10월 인도 1위 철강사인 JSW그룹과 철강, 이차전지 소재, 재생에너지 분야 사업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인도 시장을 정조준했다. 인도 동부에 연 생산능력 500만t 규모의 포스코 일관제철소를 건설하고 이를 확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많은 기업이 지분 매각으로 현금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미래 먹거리에 집중하는 사업 재편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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