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일반
K반도체 "구형 D램 접고 고사양 집중"
첨단 메모리 '고사양' DDR5·HBM3E '맞대응'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중국발 저가 물량 공세에 앞서 구형(레거시) D램 제품 생산을 줄이고 고사양·고용량 첨단 제품 비중을 늘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28일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와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PC·모바일에 탑재되는 구형 D램 DDR(더블데이터레이트)4에 이어 3세대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2E' 제품도 단계적인 생산 중단에 돌입하고 HBM3E(5세대)·HBM4(6세대)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업체들의 공세로 수익성이 떨어진 레거시 시장의 비중을 축소하는 대신 최신 제품에 집중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마이크론도 서버용 구형 DDR4 모듈의 단종 계획을 고객사들에 알렸으며, SK하이닉스 역시 DDR4의 생산량을 줄이는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메모리 업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최신 D램은 DDR5와 HBM3E다. DDR5는 PC와 데이터센터에 공급되는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에 탑재되며, HBM은 엔비디아, AMD 등이 만드는 인공지능(AI) 가속기에 들어간다.
DDR4·LPDDR4 등 구형 D램 가격은 중국 업체들이 저가로 물량을 쏟아내면서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주요 메모리 제조업체들이 특정 제품의 생산 중단 계획을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수익성이 떨어지는 시장에서 발을 빼고 선단 공정의 전환이나 운영 효율화, 고부가 제품의 생산 비중 확대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겠다는 대응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기존 D램 생산 라인을 DDR5 등 고사양 제품 생산 라인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1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DDR4·LPDDR4의 경우 2024년 (D램 사업에서) 30% 초반 수준이었던 매출 비중을 올해 한 자릿수 수준까지 가파르게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같은 달 "DDR4·LPDDR4 매출 비중은 지난해 20% 수준에서 올해 약 한 자릿수로 크게 축소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실제로 구형 D램 시장은 중국 업체들의 물량 공세로 가격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2018년 8.19달러를 정점으로 지난달 말 기준 1.35달러까지 하락했다. 여기에 구형 D램은 중국 반도체 회사 CXMT(창신메모리)가 DDR4의 생산을 더 늘리고 있어 하락세는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주요 제조사들이 구형 시장의 비중을 줄이는 것은 결국 이익률을 낮추는 저가 시장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다.
이러한 경향은 비교적 최근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시장에 나온 지 5년 가까이 된 HBM2E는 HBM3E와 비교하면 두 세대 전 제품으로 이미 구형 취급을 받고 있다. 일부 업체들이 HBM2E를 사용하고 있지만 지금의 시장 수요는 대부분 HBM3(4세대), HBM3E에 몰려있다.
삼성전자는 HBM2E 사업 규모를 줄이고 HBM3E와 HBM4 등 고부가 HBM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 인력도 차세대 HBM 개발·양산을 위해 전환 배치했다. HBM4의 두뇌를 담당하는 '로직 다이'도 파운드리 공정으로 선제적으로 양산해 HBM4에 탑재되는 10나노급 6세대(1c) D램이 생산되는 즉시 HBM4 제품을 개발해 고객사에 납품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HBM 큰손인 엔비디아에 HBM3E 납품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품질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HBM3E와 HBM4의 품질 테스트가 늦어져 경쟁사가 선제적으로 공급 물량을 확보하게 될 경우 내년도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SK하이닉스의 HBM 라인업 중 HBM2E 이하의 제품 비중은 거의 없는 수준이며, 마이크론은 앞세대를 건너뛰고 HBM3E에 바로 진입했다. 특히 HBM 시장 1위인 SK하이닉스는 5세대 HBM인 HBM3E 12단 제품 판매 확대 등으로 비중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SK하이닉스는 2분기 HBM3E 12단 매출 비중이 HBM3E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6세대인 HBM4에서도 승기를 이어갈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3월 엔비디아에 HBM4 샘플을 처음 납품한 데 이어 연내 양산 준비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2026년부터 HBM4가 주력 제품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HBM4는 전송 속도, 대역폭, 전력 효율 등 모든 면에서 성능이 HBM3 대비 30~50% 향상된 차세대 HBM으로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전쟁에서 1등 경쟁력을 바탕으로 승기를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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