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수원 김진성 기자] “거르고, 다음타자가 나지 않겠니?”
21일 수원 KT위즈파크. KT 위즈 이강철 감독은 2-1로 앞선 5회초 2사 2,3루 위기서 마운드를 방문, 선발투수 고영표와 포수 장성우를 만났다. 이강철 감독은 고영표와 장성우에게 위와 같이 말했다. 타석에 들어선 한준수가 좌타자인데다 한 방이 있다. 아무래 사이드암 고영표를 잘 공략할 수 있다. 한준수가 평소 고영표를 잘 공략해왔다.
게다가 KIA의 7번타자는 타격이 다소 약한 김호령이었다. 한준수를 거르고 김호령을 상대하는 게 팀과 고영표 본인을 위해서라도 좋을 것 같다는 게 이강철 감독 얘기였다. 그러나 고영표와 장성우는 정중하게 이강철 감독의 제안을 거부했다.
고영표는 “다음타자가 우타자이고, 현재 타자가 좌타자이니. 한준수의 데이터도 그렇고, 타격이 능한 선수이니 감독님은 고민한 것 같다. 여기서 포인트라면서, 안타 하나를 맞으면 역전이 되는 상황이니까 거르고 다음타자가 낫지 않겠냐고 했다. 성우 형이랑 내 생각은 ‘쉽게 보내주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였다”라고 했다.
이유가 있었다. 고영표는 “어렵게 승부해서 내보내도 되니까, 어렵게 하자는 생각이었다. 지금 컨디션이 그렇게 좋은 타자도 아니니까. 안타를 맞긴 했지만, 해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다 내보내면 호령이랑 하면 되고. 김호령이 우타자지만 나한테 나쁘지 않은 선수다. 그래서 그렇게 생각했다”라고 했다.
결국 고영표-장성우 배터리의 생각이 옳았다. 고영표는 한준수를 상대로 어렵게 승부했다. 3B1S서 5구에 136km 포심을 넣어 1루수 파울플라이로 처리, 이닝을 마치고 승리요건을 갖췄다. 고영표는 여세를 몰아 7회까지 KIA 타선을 압도했다. 7이닝 8피안타 4탈삼진 1사사구 1실점으로 시즌 3승(4패)을 따냈다.
최근 4연패를 끊었다. 4연패 기간 20⅔이닝 15자책, 평균자책점 6.53이었다. 작년 부진을 딛고 주무기 체인지업의 피치터널을 늘리면서 재미를 봤지만, 4연패 기간 투구 밸런스가 흔들리면서 고전했다. 이날은 고영표의 또 다른 터닝포인트가 된 하루였다.
고영표는 “안타는 꽤 맞았지만, 긴 이닝을 버틸 수 있어서 좋았다. 매년 이런 시기를 안 거친 건 아니어서 꿋꿋이 이겨내려고 했다. 운이 안 따라서 힘들긴 했다. 야구를 하다 보면 그럴 수 있지만, 팀도 어려워서 마음은 무거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고영표는 “5월로 넘어오면서 어려워졌다. 투구밸런스가 안 좋아서 고민을 했다. 슬럼프 아닌 슬럼프였는데, 내 공을 못 던지면서 고민이 깊었다. 사용하던 근육이 지친 것 같은데 딜레마에 빠졌다. 스스로에게 의심했다”라고 했다.
그렇게 고영표가 KIA를 상대로 깔끔한 투구로 승리를 따내며 다시 한번 좋은 흐름을 탔다. 고영표는 5년 107억원 비FA 다년계약의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10경기서 3승4패 평균자책점 3.28. KT는 당연히 고영표가 전성기 기량을 보유할 때 다시 한번 대권에 도전해야 한다.
이강철 감독은 "고영표가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으로 완벽한 투구를 하며 경기를 분위기를 이끌었다. 장성우의 볼배합도 칭찬해주고 싶다. 불펜 투수들도 이틀 연속 고생 많았다"라고 했다.
수원=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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