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민호, 연극 '랑데부' 태섭 役
"나 자신을 좀 더 드러내고 싶었어요"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연극과 사랑에 빠지게 된 것 같아요. 연극이라는 무대, '랑데부'라는 무대를 하면서도. 이다음 또 어떤 연극 무대가 제게 찾아올지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애정으로 작품에 참여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에요."
그룹 샤이니 겸 최민호는 최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마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극 '랑데부'를 비롯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랑데부'는 로켓 개발에 몰두하는 과학자 '태섭'(최민호)과 춤을 통해 자유를 찾고자 하는 '지희'(김하리)가 우연한 만남으로 각자의 상처와 감정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은 2인극. 최민호는 극 중 아픈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기만의 법칙에 스스로를 가둬버린 남자 태섭 역을 맡았다.
이날 최민호는 "예전부터 연극을 하고 싶었고, 막연히 너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작년에 좋은 기회로 시작하게 돼서 너무 행복했다. 준비 과정도 연극을 하는 무대에서도 너무 행복했다"며 "'랑데부'는 정말 마법처럼 찾아왔다. 공연을 하는 순간이 너무 행복하고 끝나가는 게 아쉽다. 매일매일 행복과 아쉬움이 공존한다"고 말했다.
2008년 샤이니로 데뷔한 뒤 최민호는 팀은 물론 솔로 아티스트로서도 해외 여러 나라를 찾았고, 다양한 팬들을 만났고, 수많은 무대에 섰다. 배우로서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꾸준히 활동했다. 그런 최민호가 연극에 도전하면서 처음으로 소극장 무대에 올랐다. 관객과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을 나누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무대였다.
"콘서트와 연극은 같은 무대지만 전혀 달라요. 많은 관객들 앞에서 무대를 했지만 연극은 관객들의 숨소리와 웃음소리, 훌쩍거리는 울음이나 흐느낌도 다 느껴져요. 그러다 보니 더 디테일하게 들어갈 수밖에 없고, 그런 관객의 호흡을 사용할 수밖에 없어요. 같은 무대지만 다르고, 그래서 더 디테일하게 준비하고 완벽하게 해내려고 했어요. 실수가 없으려고 노력했고요."
최민호가 연극 무대에 첫 발을 내디딘 것은 지난해, 역시 소극장 무대였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에서 대한민국 현역 최고령 배우 이순재와 페어로 호흡을 맞췄다. 비록 이순재가 건강 상의 이유로 중도하차하면서 최민호 역시 남은 공연을 마무리하지 못했지만 뜻깊은 배움의 시간이었다.
최민호는 "저번에는 이순재 선생님과 함께 했기 때문에 너무 많이 배웠다. 연습과 리허설 과정에서 하루하루가 배움의 연속이었다. 무대를 하면서 함께 대사를 하고 호흡을 하는 그 순간에도 엄청난 배움의 시간이라고 느꼈다"며 "그 배움들이 고스란히 이 두 번째 연극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두 연극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때 배우고 경험했던 걸 지금 무대에서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생님께서 가장 중요시 여기셨던 부분이 완벽한 발음과 대사 전달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딱딱하게 들릴 수 있고 극 중에서 부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대사를 흘리지 않고 정확하게 관객에게 전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래야 그걸 받고 제게 호흡을 줄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지점을 잘 정해주시고 알려주셨어요. 저도 그래서 대본을 볼 때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연극 경험이 없던 최민호에게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는 모든 것이 물음표였다. 지금 이 연기가 맞는지, 방향은 옳은지 고민하고 되묻는 시간이었다. 항상 카메라 앞에서 매체 연기에 임해온 최민호에게 연극의 라이브감은 낯설었다. 물음표는 스스로에게도 향했다.
걱정과 우려가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무대에 오를 때마다 좋은 지점을 바라봐주는 시선이 있었고, 표현하려 했던 감정과 메시지가 관객에게 닿는 순간이 찾아왔다. 신기했고, 무엇보다 행복한 순간이었다.
지금 이 순간 다시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를 돌아보며, 최민호는 감사를 전했다. 그는 "그냥 리드를 당했다. 선생님께서 잘 이끌어주셨다. 그때 캐릭터 자체가 연극 무대에 서지 못하고 막연히 무대를 기다린다. 처음 연극하는 나를 비춰도 너무 찰떡이었다"며 "선생님께서 나를 마치 사랑하는 후배처럼 귀여워해주셨다. 극 중에서도 애송이 같고 기어올라도 다 귀엽게 받아주셨다. 내가 오히려 편했고, 어떤 걸 던져도 다 받아주시는 느낌을 받았다"고 마음을 표했다.
"이번에는 함께 호흡했어요. 저번에는 호흡을 안 했다는 게 아니고요! '랑데부'에서는 제가 조금 리드하는 부분도 있고 당하는 부분도 있어요. 완벽하게 서로 50대 50 싸움이라서 연습도 정말 많이 하고 서로의 컨디션 체크도 많이 하면서 준비를 했어요. 저번에 배웠던 걸 이번에 정말 잘 써먹었고요."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에 이어 다시 연극 무대에 오른 최민호는 이번에도 소극장에 선다. 특히 '랑데부'는 패션쇼 런웨이를 연상시키는 직사각형에 트레드밀이 설치된 독특한 구조로, 두 배우가 퇴장 없이 100분간 극을 이끈다. 관객과 눈을 마주치며 '소개팅'을 하는 장면도 있다. 관객과의 호흡은 가깝지만 배우로서는 만만치 않다.
워낙 팬층이 두터운 만큼 한정된 좌석 수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팬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최민호가 출연하는 회차는 전 회차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더 많은 관객 앞에 서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최민호가 택한 길은 숨을 곳 없는 무대 위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최민호는 "나 자신을 좀 더 드러내고 싶었다. 멀리 있다 보면 안 보이는 것들이 많다. 그러면 자꾸 숨으려 했을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 이왕 시작한 거 정말 제대로 된, 완벽한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있었다. 정말 숨을 곳 없는 이곳에서 내 연기를 해야 많은 분들에게 납득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단단한 마음가짐을 드러냈다.
그만큼 최민호는 태섭을 준비하며 많은 것을 신경 썼다. 완벽한 계획형 'J' 성향의 태섭과 달리, 본인은 즉흥형 'P'다. 그래서 태섭처럼 살아보려 두 달 반 넘게 짜장면을 먹고 있다. 극 중 태섭이 수년간 매주 수요일, 같은 시간에 같은 짜장면을 먹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장난처럼 시작했지만 리허설과 연습, 공연까지 점점 '나만의 루틴'도 만들었다.
평소 자유롭게 대기하다 무대에 오르던 최민호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양말을 늘 오른쪽부터 신었고, 공연장에 도착하면 가방은 정해진 자리에 두는 습관을 들였다. 공연 몇 시간 전에 식사를 마친 뒤 준비하고 리허설을 거쳐, 일정한 장소에서 대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작은 규칙을 반복하며 태섭과 태섭의 삶에 한 발 한 발 가까워졌다.
"감정적인 부분은 제가 살아오면서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가져왔고, 연출님의 어드바이스도 있어요. 연습하면서 관객에게 어떻게 하면 잘 전달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노력했어요. 제가 인생을 살면서 경험했던 부분을 가져온 것도 있고요. 간접경험과 연출님이 어드바이스 해주신 부분들을 잘 혼합해서 표현하려 했습니다."
인터뷰 내내 최민호는 '완벽', '연습', '디테일', '실수'라는 단어를 수차례 반복했다. 그렇다면 스스로 돌아본 '랑데부'는 어땠을까. 과연 만족할 만큼 '완벽'했을까. 이 질문에 최민호는 "완벽을 추구는 하지만 항상 스스로에게 짜다. 당연히 아쉬운 부분도 있었고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좀 짜게 점수를 주고 싶다. 아직 멀었다"며 단호히 말했다.
그러면서 "나의 '완벽'은 뭉뚱그려진 형태라면, 태섭의 '완벽'은 각지고 단단하다. 나는 둥근 '완벽'이라면 태섭이는 네모난 '완벽'이다. 그래서 그런 새로운 '완벽'한 지점에 다가가는 것도 재밌었다"며 "어느 순간 내가 생각하는 '동그란 완벽'도 점점 각이 생기고, 나 자신도 달라졌다. 캐릭터에 한 발 다가가니까 스스로의 모습이 바뀌는구나 싶어서 재밌기도 했다"고 짚었다.
연극 데뷔는 지난해지만 최민호는 그간 다양한 개인활동을 펼쳤다.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 '메디컬 탑팀', '화랑', '더 패뷸러스', '가족 X멜로' 등에 출연했고 솔로 아티스트로서도 두 장의 실물앨범을 발매했다. 하지만 그 모든 활동의 중심에는 늘 샤이니가 있었다. 무엇보다 우선인 것은 단연 샤이니다. 올해 역시 예외는 아니다.
최민호는 "연극뿐 아니라 어떤 작품이든 선택할 때 보통 팀 스케줄을 우선으로 한다. 팀 일정을 먼저 잡아두고,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편이다. 사실 이번 '랑데부' 후반부와 샤이니 콘서트 연습 일정이 겹친다. 하지만 나는 매번 이렇게 해와서 내가 잘 견디고 이겨내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멤버들의 '랑데부' 반응이요? 매번 똑같이 사서 고생한다고 하더라고요. 대단하다고도 하고, 자긴 못 할 거라고 하는데. 이게 칭찬인지, 욕인지, 놀리는 건지. 막 장난치면서 힘을 실어줘요. 그래도 최대한 배려해 주고 연습 일정도 저한테 맞춰주려고 해요. 하하."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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