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옛날엔 터무니없는 공을 많이 던졌는데…”
KIA 타이거즈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는 흔히 이의리로 알려졌다. 이의리는 토미 존 수술을 받기 전 150~151km를 거뜬히 구사했다. 리그에서도 매우 귀한 좌완 파이어볼러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이의리는 스피드 1인자가 아니다.
우완 홍원빈(25)이다. 홍원빈은 덕수고를 졸업하고 2019년 2차 1라운드 10순위로 입단한 우완투수다. 그동안 1군에 데뷔하지 못했고,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제구, 커맨드가 너무 불안했기 때문이다. 퓨처스리그에서도 제구 난조로 크게 고전했다.
그런 홍원빈은 올해를 기점으로 많이 달라졌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서 제구와 커맨드를 많이 다잡은 모습을 보여줬다. 퓨처스리그에선 20경기서 3승3패6세이브 평균자책점 2.79를 기록했다. KIA는 최근 홍원빈의 육성선수 신분을 해제하고 정식으로 계약을 맺고 1군에도 올렸다.
홍원빈은 3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서 11-3으로 앞선 9회초에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김민석에게 투구 탄착군이 흔들리면서 볼넷을 내줬고, 1사 후 김동준에게 151km 투심이 약간 높게 들어가면서 우중간안타를 내줬다. 1사 1,3루 위기서 박준순에게 희생플라이를 내줬으나 대타 김인태를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처리, 경기를 무사히 마무리했다.
KIA 불펜은 작년보다 크게 고전한다. 마무리 정해영은 잘 나가지만 조상우, 전상현, 최지민은 기복이 심하다. 스피드가 좋은 홍원빈이 당장 필승조에 들어갈 정도의 경쟁력을 보유한 건 아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커맨드 난조와 심한 기복을 어느 정도 극복하면 필승계투조에 편성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KIA의 인내, 홍원빈의 준비와 노력에 달렸다.
홍원빈은 3일 경기를 마치고 “기다려준 팬들, 감독님에게 감사하다. 마운드에서 집중하고 있어서 아무 것도 느끼지 못했다. 내가 워낙 볼넷을 많이 주다 보니, 코치님들도 볼넷을 안 주려고 하지 말고 삼진을 많이 잡으라고 한다. (한)준수 형이 사인을 낸대로 전력으로 던졌다. 마운드에 올라가면 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했다”라고 했다.
꿈에 그리던 1군 데뷔전이었다. 홍원빈은 “상상한 그대로였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정말 많이 했는데 긴장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내 공을 던진 것 같다. 볼넷을 내주더라도 선두타자 볼넷은 피하려고 한다. 옛날엔 터무니없는 공을 많이 던졌는데 그래도 이젠 내 손에 느낌이 있다, 긴장감 속에서도 내 공을 던진다는 느낌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흔들리지 않았다”라고 했다.
홍원빈의 감격의 1군 데뷔전은, 마침 서울에 거주하는 부모님이 직접 지켜봤다. 홍원빈은 “감사한 분이 너무 많다. 야구를 11살에 시작해서 지금까지 기다려준 부모님에게 가장 감사하다. 내가 나올 줄 알고 보러 오신 게 아니다. 집이 서울이다 보니 (잠실 경기에는)계속 오시는 것 같다”라고 했다.
필승계투조 진입이 꿈이다. 홍원빈은 “1군에서 필승조 형들 던지는 걸 보면 너무 멋있다. 거의 섹시하다고 생각할 정도다. 나는 아직 멀었지만, 언젠간 필승조를 하면서 팀의 승리를 위해 좀 더 많은 경기에 나가는 게 목표다”라고 했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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