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드디어 잠재력이 만개하는 것일까. 삼성 라이온즈 이승민이 연일 효과적인 투구를 펼친다. 세부 지표를 보면 이전과 다른 선수가 됐다.
이승민은 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홈 경기에서 구원 등판해 1⅔이닝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2000년생인 이승민은 본리초-경상중-대구고를 졸업한 뒤 2000 신인 드래프트 2차 4라운드 35순위로 삼성의 지명을 받았다. 174cm의 크지 않은 체구에도 날카로운 제구력으로 고교 시절부터 이름을 날렸다. 퓨처스리그 통산 평균자책점이 3.30일 정도로 가능성은 확실했다.
다만 1군에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다. 2020년 1군에 데뷔해 7경기 1승 3패 평균자책점 6.84를 기록했다. 이듬해 평균자책점 8.58로 흔들렸고, 2022시즌 도중 상무에 입대했다. 전역 후 2024년 팀에 합류, 25경기 1승 4패 평균자책점 8.56의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올해는 다르다. 부상으로 4월 중순부터 1군에 합류한 이승민은 18경기에 등판해 1승 무패 평균자책점 2.86을 기록 중이다. 최근 10경기 성적은 9이닝 2실점 1자책 평균자책점 1.00이다. 지난 5월 17일 롯데전 1실점 이후 6경기 연속 무실점 호투다. 필승조는 아니기에 여유 있는 상황에서 등판이 잦았다. 그렇더라도 가볍게 넘길 성적은 아니다.
7일 등판도 책임주자를 들여보내긴 했지만, 훌륭한 구위를 보여줬다. 양 팀이 7-7로 팽팽히 맞선 7회 1사 만루에서 이승민이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는 이날만 5안타를 몰아친 김주원. 이승민은 2-2 카운트에서 몸쪽 직구로 헛스윙 삼진을 끌어냈다. 김주원이 유일하게 당한 아웃. 다만 박민우에게 직구를 던지다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맷 데이비슨을 좌익수 뜬공으로 유도하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8회에도 이승민이 마운드를 지켰다. 이승민은 박건우를 헛스윙 삼진, 손아섭을 유격수 땅볼, 오영수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이날 삼성이 만든 두 번의 삼자범퇴 중 하나이자 구원 투수 중 유일한 삼자범퇴다. 선발 데니 레예스가 2회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세부 지표가 아름답다. 이승민은 9이닝당 탈삼진 비율(K/9) 10.23개, 9이닝당 볼넷 비율(BB/9) 2.05개를 자랑한다. 볼넷 대비 삼진 비율(K/BB)은 5.00으로 이상적이다. 10이닝을 넘긴 구원 투수 중 K/9는 12위, BB/9는 7위, K/BB는 4위다. 지난 시즌 K/9는 4.37개, BB/9는 8.44에 불과했다.
플루크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 야구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에 따르면 삼진 비율과 볼넷 비율은 가장 빠르게 안정화되는 지표다. 적은 표본에서도 그 선수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뜻. '팬그래프'는 70타자를 상대하면 삼진 비율, 170타자를 상대하면 볼넷 비율이 안정화된다고 계산했다. 이승민은 7일까지 96타자를 상대했다. 볼넷 비율은 아직 표본이 더 필요하지만, 삼진 비율은 부상 등 문제가 없다면 이 수치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구속 상승이 원인으로 보인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지난 시즌 이승민의 평균 구속은 137.7km/h였다. 올해는 142.0km/h로 무려 4.3km/h가 상승했다. 물론 이는 공식 구속 측정 장비가 '트랙맨'으로 일원화됐기 때문일 수 있다. 라이온즈 파크에서 방송사 스피드건은 유독 구속이 늦게 측정되기로 유명했다. 그렇더라도 '평균' 4km/h는 어마어마한 차이다.
지난해 삼성은 좌완 불펜 부족으로 고생했다. 올해는 '슈퍼 루키' 배찬승과 불펜으로 전환한 백정현이 든든하게 좌완 갈증을 해결했다. 이승민도 묵묵히 한팔 거드는 형국이다. 드디어 이승민이 유망주 딱지를 떼고 팀의 중추로 우뚝 서게 될까.
김경현 기자 kij445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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