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수원 김경현 기자] "팀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 됐다"
데뷔 첫 홈런을 치기까지 4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SSG 랜더스 내야수 석정우의 이야기다. 석정우의 목표는 소박하면서 거대했다. 팀의 도움이 되는 선수, 그것이 석정우가 바라는 미래다.
석정우는 8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의 원정 경기 9번 타자 겸 2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1홈런 1볼넷 1득점 1타점을 기록했다.
첫 타석부터 볼넷을 골라낸 석정우는 팀이 2-1로 앞선 5회 주자 없는 1사 타석에 들어섰다. 2-2 카운트에서 상대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의 5구 139km/h 커터가 높이 들어왔다. 석정우의 방망이가 날카롭게 들어갔고, 타구는 123.9m를 비행해 좌중간 담장을 넘어갔다. 석정우의 1군 마수걸이 홈런.
석정우가 아니었다면 승리를 장담하지 못했다. SSG는 3일 화요일 등판한 김광현을 휴식차 2군으로 보냈다. 자연스럽게 일요일 대체선발이 필요했고, 박기호가 생애 첫 선발로 출전했다. 박기호는 2⅔이닝 1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갔고, 6명의 불펜 투수가 차례로 등판했다. SSG가 리드를 잡긴 했지만 타선이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6회 김상수가 추격의 솔로홈런을 쏘아 올리기도 했다. 투수의 소모가 심했기에 동점이 됐다면 누구도 SSG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이숭용 감독은 "(석)정우의 데뷔 첫 홈런을 축하한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경기 종료 후 SSG 선수단은 석정우에게 물세례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래서 석정우는 물에 빠진 생쥐, 그것도 매우 행복한 생쥐 꼴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석정우는 "출장할 때마다 안 좋은 모습을 보여서, 오늘은 제발 좀 잘하자고 생각했다. 오늘은 팀에 보탬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홈런 상황에 대해 묻자 "코스 생각은 하지 않았다. 투 스트라이크 이후 직구 타이밍보다는 중 타이밍에 치자고 생각했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돌아봤다.
처음에는 홈런인지 몰랐다고 했다. 석정우는 "2루 베이스 밟을 때까지 넘어간 줄 몰랐다. 심판 홈런 사인 보고 알았다. 얼떨떨했다"라면서 "(타구 방향이) 좌중간이어서 안타만 됐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게 넘어갔다"고 했다.
육성선수로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동일중앙초-경남중-경남고-연세대를 졸업한 석정우는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하고 2022년 육성선수로 SSG에 입단했다. 이날 전까지 총 17경기 출전이 전부다. 대부분 교체 선수로 경기에 나섰다. 오늘 경기는 올해 4번째 선발 출전.
매 경기, 타석이 소중할 수밖에 없다. 석정우는 "만약 (경기에) 나가게 된다면 팀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 됐다"며 웃었다.
홈런의 기쁨을 누구와 나누고 싶을까. 석정우는 "일단 감독님, 코치님이 계속 기회를 주셨다. 부모님께도 계속 안 좋은 모습 보여드렸다. 제 자신도 어두웠는데 오늘은 밝게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같은 육성선수 출신 조용호가 은퇴식을 치렀다. 석정우는 "육성선수라고 해서 기회가 없는 건 아니다. 들어와서 남들보다 두 세배 더 열심히 하면, 기회는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온다"고 전했다.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 속에 숨은 열정과 땀을 엿볼 수 있었다. 조용호도 "저는 SK(현 SSG) 시절부터 방출 안 되려고 (근성이) 몸에 뱄다"고 했다. 한 번의 기회를 받기 위해 흘린 땀이 오늘이 홈런을 만들었다.
한편 인터뷰 도중 김광현이 지나가며 "(석)정우야 내 덕분인 거 알지?"라는 말을 남겼다. 김광현이 경기 전 긴장을 계속 풀어줬다는 것. 진짜 도움이 됐는지 묻자 석정우는 답하지 않고 애매한 미소만 지어 좌중을 웃겼다.
수원=김경현 기자 kij445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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