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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지우 기자] 진짜 '약쟁이 래퍼'를 데려오면 어떡합니까.
26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2'가 공개된 가운데, 극 중 탑의 어색한 모습과 배역에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오징어 게임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은 이야기다.
탑은 은퇴한 래퍼 타노스를 연기한다. 비트코인 유튜버 이명기(임시완)를 믿고 투자했지만, 빚을 지고 게임에 참가한다. 이명기에게 앙심을 품고 과격한 행동을 하며, 게임 중간중간 마약을 섭취한다. 랩 서바이벌 준우승자라는 설정도 있다.
탑의 연기를 기대한 사람은 애초에 없었지만, 공개된 캐릭터는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실제 래퍼들의 모습과는 다소 동떨어진, 중년 감독이 만들어낸 '허상의 래퍼' 같은 타노스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민망하게 했다. 이를테면 '나 타노스 님이~'라는 말버릇이라던가, 랩으로 대화하고 플러팅하는 어색한 설정 말이다. 작위적인 캐릭터 설정은 극의 흐름을 뚝뚝 끊었고, 작품 전반을 유치하게 만들었다.
탑은 '오징어 게임2' 캐스팅 단계서부터 시청자들의 반발을 샀다. 2016년 자택에서 대마초를 흡연해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의경 신분을 박탈당해 사회복무요원으로 전환됐고, 2019년 7월 소집해제 됐다.
그는 "복귀하지 말라"는 한 누리꾼의 댓글에 "네 하느님! 저도 할 생각 없습니다"라고 맞받아치며 은퇴를 시사했고, 이후 라이브 방송에서는 "한국에서 컴백 안 할 거다. 컴백 자체를 안 하고 싶다"고 못 박았기에 여론은 더욱 싸늘했다. 사건과 별개로 배우로서 두각을 보인 적도 없는바, 이정재·이병헌 등의 인맥 캐스팅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2' 속 마약을 섭취하는 타노스의 모습은 마약 전과범인 탑의 현실과 결코 분리해 볼 수 없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뻔뻔하다" "시청자 기만이다"는 반응까지 터져 나왔다. 예상과 달리 분량이 많은 점도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했다. 탑도, 타노스도 대중의 지지를 얻기엔 역부족이었다.
황동혁 감독은 지난 8월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까지 논란이 될 줄 몰랐다. 캐스팅하기로 했을 때 꽤 시간이 지난 일이었다. 그쯤 시간이 지났으면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판단해서 캐스팅했다"고 말했다.
리스크를 감수한 탑의 캐스팅은 결과적으로 본인에게도, 작품에도 득이 되지 못했다. 공개 직후 이정재, 이병헌, 양동근, 박성훈, 강하늘, 임시완, 조유리 등의 열연까지 죄다 묻어버렸으니 말이다. 약쟁이 래퍼 캐릭터에 진짜 약쟁이 래퍼 출신을 데려온 일차원적 판단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김지우 기자 zw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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