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 카이, 보란 듯이 'Rover' [MD칼럼]

[강다윤의 카페인]

더 명확하게, 더 뚜렷하게. 올해 데뷔 12년 차, 서른이 된 카이의 'Rover'다.

'Rover'는 방랑자를 뜻한다. 그러나 카이가 길을 잃었다는 뜻은 아니다. '어디로든 이끄는 바람을 따라 멋대로 내 뜻대로 걸을 뿐이다'. 속박을 벗어던진 카이는 'Rover'를 통해 자유를 노래하고 사랑을 이야기한다.

가끔 어떤 길을 걸어갈지 궁금한 사람이 있다. 절제된 섹시미의 '음 (Mmmh)'으로 첫 발을 떼었을 때, 사랑스러운 스윗 바이브의 '피치스(Peaches)'라는 예상치 못한 행보를 보였을 때의 카이가 그렇다.

'Rover'는 카이의 발자취를 쫓은 보람을 느끼게 한다. 특히 강점인 퍼포먼스가 '와일드 힙'하게 무르익었다. 시원시원 뻗어가는 춤사위 아래 탕탕 발을 구르는 파워풀함이 있다. 여유롭고 나른한 웨이브에는 화려한 스텝이 함께다. 고개를 정렬하거나, 어깨가 솟아오르고 손끝을 정리하는 디테일은 짜릿하다.

묵직한 808 베이스와 리드미컬한 멜로디에 얹어진 카이의 보컬이 재미를 더한다. 기상천외한 고음이나 환상적인 스킬을 자랑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카이는 홀로 곡을 이끌며 주도권을 잃지 않는다. 농염한 목소리로 그 맛을 살린다.

카이는 'Rover'를 통해 자신이 나아갈 이정표를 제시한다. '자유롭게 더 뜨겁게'(Bomba), '빠져들수록 더 헤어 나올 수 없고'(Black Mirror), '머뭇거릴 필요 따윈 없이(Say You Love Me), '휩쓸려 엉망이 된다'(Slidin')'. 설사 '날갯짓을 잃은'(Sinner) 순간이 오더라도 제 갈길을 뚜벅뚜벅 걷을 테다.

수록곡의 퍼포먼스까지 담은 'FILM : KAI #Rover'는 이번에도 역시 아름답고 감각적이다. 보란 듯이 자유롭게 옮기는 걸음. 'Rover'다.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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