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함태수 기자] 일본 생활을 접고 2년만에 돌아온 두산 베어스의 좌완 이혜천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예전처럼 제구가 불안하지도 않았고 볼넷을 남발해 위기를 자초하지도 않았다. 올 시즌 팀의 4선발로 낙점된 이혜천은 삼성과의 시범경기서 5이닝 3피안타 무실점 7탈삼진을 기록하며 3-1 승리를 이끌었다.
무엇보다 볼넷이 없다는 것이 고무적이었다. 이혜천은 직구 최고 구속이 143km가 나올 정도로 페이스가 100% 올라온 상태는 아니었지만 좌우 구석을 찌르는 슬라이더, 체인지업, 싱커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며 상대 타선을 농락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혜천을 이렇게 바꿔 놓았을까.
▲ 제구에 대한 자신감
경기 후 이혜천은 "변화구 제구가 잘 됐다. 싱커가 가운데로 몰리면 큰 타구로 연결되지만 오늘은 싱커 제구가 잘 됐다"고 했다. 이어 "결정구는 슬라이더를 구사했는데, 제구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대체적으로 공이 낮게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혜천은 이날 삼성 타자들을 상대로 7개의 삼진을 잡았다. 5이닝 동안 직구(23), 싱커(20), 슬라이더(17), 체인지업(10) 등 총 68개의 공을 소화했고 직구와 변화구의 비율은 1:2이었다. 특히 박한이와 가코를 상대로 각각 2개의 삼진을 빼앗았다.
5이닝 동안 삼진을 7개나 잡은 것에 대해 이혜천은 "이제는 어느 정도 원하는 곳에 변화구를 던질 수 있는 것 같다"며 만족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처음 호흡을 맞춘 양의지의 리드대로 던졌는데 포수의 볼배합이 좋았다"고 양의지에게 공을 돌렸다. 하지만 제구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있었기에 포수 양의지의 볼배합도 가능했다.
▲ 일본에서의 노하우
겉으로 드러난 성적은 5이닝 3피안타 무실점 탈삼진 7개. 위력적인 투구였다. 하지만 이날 경기서 위기가 없던 것은 아니다. 3회 이혜천은 강명구를 루킹 삼진 처리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채상병에게 우전안타, 김상수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하며 1사 2,3루의 위기를 맞았다. 예전 같으면 흔들릴 법도 한 상황. 그러나 이혜천은 배영섭과 박한이를 잇따라 삼진 처리하며 스스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혜천은 경기 후 "1루가 비어있어 배영섭을 볼넷으로 내보낸다는 생각으로 던졌는데 카운트가 유리하게 돼 삼진 처리할 수 있었다"며 "위기를 맞아 템포를 늦춘 것이 주효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어 "일본에서 타자들을 피하지 않는 법을 배운 것 같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고 항상 볼카운트 싸움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도록 노력하고 있다. 주위에서는 노하우가 생겼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 감독의 굳건한 믿음
새 시즌을 앞둔 김경문 감독은 사실 좌완 용병 투수를 영입하려 했다. 삼성, LG 등 좋은 좌타자를 보유한 팀을 경계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수준급의 좌완 투수를 찾기란 힘들었다. 하지만 이혜천이 있었다. 2년 만에 친정으로 복귀한 그는 연신 호투를 펼쳤다. 일본 전지훈련에서 4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한 이혜천은 상무와의 연습경기서 3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안정감을 선보였다.
이에 김경문 감독은 "쓸데없는 볼넷이 없어졌다. 투구폼도 간결해지면서 마운드에서 한결 여유 있어 보인다"며 "이혜천의 가세로 이현승의 활용폭도 넓어졌다. 올 시즌 이혜천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고 했다. 이어 이날 승리에 대해 "이혜천의 호투를 바탕으로 한 번의 찬스를 잘 살려 이길 수 있었다"며 이혜천의 안정된 투구를 높이 평가했다.
[이혜천. 사진제공=두산베어스]
함태수 기자 ht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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