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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160만 ‘마이웨이’, 82만 ‘퍼펙트 게임’ 2012년 새해 첫날 받은 한국 영화계의 성적표다. 한 주 앞서 개봉했다지만, 500만 관객을 돌파한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과 비교하면 너무나 초라한 성적표다.
지난해 12월 21일 크리스마스 및 연말 대목으로 노리며 야심차게 개봉한 두 영화는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과 ‘셜록홈즈: 그림자 게임’이라는 외산 블록버스터에 무참하게 밀려나고 말았다.
‘마이웨이’와 ‘퍼펙트 게임’은 국내 4대 배급사로 불리는 CJ엔터테인먼트와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맡은 작품이라는데서 그 충격은 더하다. 특히 CJ엔터테인먼트의 경우 ‘MI4’의 국내 배급 또한 맡고 있는 상황, “‘마이웨이’가 입은 손실을 ‘MI4’가 막을 수도 있지 않냐?”는 질문이 나올 법도 하지만 두 영화로 얻는 수익은 큰 격차를 보인다.
당초 극장가에서는 이같은 겹치기 개봉에 대해 ‘혹여 올 여름이 재현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컸다. 올 여름 극장가에서는 ‘퀵’과 ‘고지전’에 이어 ‘7광구’가 개봉했지만, 앞서 6월과 7월 초 각각 개봉한 ‘트랜스포머3’와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2부’에 밀려 ‘퀵’만이 유일하게 손익분기점을 맞췄다.
하지만 올 겨울 극장가는 지난 여름보다 더하다. 280억의 순제작비가 투입된 ‘마이웨이’는 물론이고, 이제 80만 고지를 채운 ‘퍼펙트 게임’또한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손익분기점 돌파가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충격적인 성적표를 우리 영화계는 받아보게 됐을까? 이는 양대 배급사의 자존심 싸움이라는 것이 영화계의 평이다.
당초 CJ와 롯데 관계자는 두 영화의 ‘동반 쌍끌이’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두 영화가 모두 관객들에게 좋은 평을 받으면서 극장가에 사람을 불러 모으리라는 예상이었다.
좋게 말해 ‘쌍끌이’지만 일반적인 배급사의 경우 대목 시즌에 기대 영화를 내 놓아야 한다는 자존심이 담겨 있다. 특히 계열사에 극장 체인을 보유하고 있는 CJ와 롯데이기에 연말 극장가에 자사에서 투자, 배급하는 영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
실제로 올 여름 극장가에서도 이 같은 자존심 싸움이 불거졌다. 한 배급 관계자는 “당초 ‘퀵’의 경우 추석 극장가 예정작이었다”며 “하지만 쇼박스에서 ‘고지전’ 개봉을 7월 말로 정하면서 CJ에서 여름 방학 초입 극장가를 놓칠 수 없다는 계산하에 무리하게 개봉일을 앞당겼다”고 전했다.
그 결과 ‘퀵’과 ‘7광구’의 제작사 JK필름은 무리한 개봉일에 쫓겨 ‘7광구’의 후반 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촌극을 빚었다. 대형 배급사의 자존심 싸움에 애꿎은 제작사만 눈물을 흘린 것이다.
이번 겨울 극장가 또한 여름과 비슷하다. 여름이 CJ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미디어플렉스의 눈치싸움이었다면 이번에는 CJ와 롯데로 바뀐 것 뿐이다.
'마이웨이'는 개봉 초반 'MI4'와 비슷한 600개 관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절반의 관객 동원을 기록했다. 2주까지 개봉관을 유지했지만, '장사가 되지 않으면 걸 수 없다'는 극장 관계자들의 말 처럼 '마이웨이'는 1일 400개 후반대로 극장수가 줄어들었다.
CJ가 '7광구' 당시 겪었던 SNS의 비평은 영화의 관객 감소까지 결부됐다.
제작사에서 교차상영 논란까지 들고 나온 '퍼펙트 게임'에 대해 영화팬들은 과연 개봉 시기가 적절했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물론 잘 만든 작품이고, 선동렬 감독과 故 최동원 감독의 실화를 다뤄 야구를 좋아하는 남성 팬들을 불러모으리라 예상됐지만, 연말 극장가에 걸린 영화를 선택하는 것은 여성의 몫이다.
결국 ‘퍼펙트 게임’은 개봉 초반 데이트 영화로 적격인 로코물인 ‘오싹한 연애’에 까지 밀리는 민망한 상황까지 겪어야 했다.
개봉 초반만 해도 관계자들은 “주말이 되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에 가득찬 예상을 전했다. 하지만 결과는 ‘MI4’에 대한 일방적인 관객들의 선택으로 정리됐다. ‘마이웨이’는 개봉 이후 2위를 달려오다 ‘셜록홈즈2’에 밀리면서 3위로 밀려난 상황이라 기대됐던 역전 가능성 또한 멀어졌다.
지난 여름 극장가에서 다른 경쟁자들이 ‘박 터지게’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뒤 늦게 슬그머니 개봉한 ‘최종병기 활’로 재미를 본 롯데는 쇼박스의 전철을 밟으면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배급의 힘으로 600개 관을 유지하던 ‘마이웨이’의 개봉관 또한 1일 400개 후반 대로 떨어지면서 더 이상 역전은 힘들어 보인다. 올해 국내 3개 대형 배급사는 자존심 때문에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사진 = 마이웨이-퍼펙트 게임]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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