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윤세호 기자] 2할 이하의 승률, 리빌딩 시점에서 특급 신인 부재, 올 시즌 이후 핵심 빅맨의 이탈.
삼성이 그 어느 해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악재가 반복되면서 9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올랐던 농구명가의 자존심이 한 없이 무너지고 있다. 11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 한 달 동안 승리 없이 14연패를 기록했고 지난 10일 모비스와의 홈경기 이전까지는 올 시즌 홈에서 한 경기도 승리하지 못하며 홈 14연패에 빠졌었다.
아직 17경기가 남아있지만 사실상 삼성의 이번 시즌은 끝났다. 삼성은 시즌 전 역대 최장신 빅맨 라모스를 영입, 리빌딩을 한 시즌 미루고 다시 한 번 대권을 노렸지만 개막 후 두 경기 만에 국가대표 포인트가드 이정석이 시즌아웃을 당하며 하나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이정석에 이어 이규섭도 부상으로 팀을 떠났고 기대를 걸었던 라모스는 퇴출 통보 후에나 팀이 원하던 모습을 보였다.
삼성은 대형 트레이드로 분위기 전환을 노렸다. 삼성은 지난 12월 2일 김동욱을 오리온스에 내주고 김승현을 영입했다. 김승현은 한 때 리그를 주름잡는 포인트가드이자 KBL 흥행의 중심에 자리했던 선수인 동시에 2년의 공백을 겪은 33살의 선수다. 리그 정상급 스몰포워드 김동욱이 김승현보다 3살이 어리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삼성은 김승현에 '올인'한 셈이다.
일단 김승현의 코트 적응력과 컨디션은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 현재 한 경기 평균 23.4분을 출장하며 5.8득점 4.2어시스트를 기록, 길지 않은 출장시간에도 리그 7위에 해당되는 어시스트를 올리고 있다. 초반 몇 경기에선 돌파나 점프슛 자체가 안 됐었지만 이제는 언제든지 점프슛을 던지고 빠른 드리블과 천부적인 센스에 의한 패스로 팀 공격을 이끈다. 삼성 구단은 김승현에게 당장의 활약을 바라기 보다는 차후 몇 년 동안 팀의 중심에 자리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어쨌든 김승현이 빠르게 기량을 회복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삼성은 김승현을 살리는 방향으로 팀을 꾸려갈 계획이다. 김승현과 삼성 김상준 감독 모두 빠른 농구를 선호한다. 김 감독은 다음 시즌 런앤건을 바탕으로 한 스피드 농구를 구상하고 있고 김승현 역시 김 감독과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김승현은 어느덧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앞으로 빠른 농구를 할 수 있냐는 질문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나이와 상관없이 빠르게 열심히 뛸 자신이 있다. 속공플레이는 농구의 꽃이라고 불릴 만큼 화려하고 나 자신도 굉장히 좋아한다”며 “다음 시즌에는 지금 보다 몸상태가 더 좋아질 것이다. 동료들이 열심히 달려만 준다면 언제든 득점할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 감독 역시 “앞으로 삼성의 농구는 김승현을 필두로 한 뛰는 농구, 속공이 많이 나오는 농구가 될 것이다”면서 “리빌딩 시점인 만큼 김승현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팀 개편을 생각하고 있다. 만일 올해 드래프트를 두 번 하게 된다면 신인 선수들을 대거 영입할 계획이다. 지난해까지 대학리그에 있었던 만큼 신인선수 선발에 있어선 다른 팀들보다 잘 할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다부진 각오에도 삼성의 리빌딩이 험난하게만 보인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서른 살을 앞두고 있거나 넘은 상태일뿐더러 파워포워드 자리에서 생길 이승준의 공백을 메우는 것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정규시즌에서 호성적을 거두면서 특급 신예 선수 또한 전무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장점만큼 단점도 뚜렷한 김승현을 살리는 방법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 김승현의 스피드로는 매경기 포인트가드 매치업에서 문제가 일어난다. 어쩌면 33살 선수를 중심으로 리빌딩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 볼 수도 있다.
결국 김승현은 다음 시즌부터 2006-2007시즌까지의 활약을 재현해야 한다. 김승현이 공격에서 전성기의 모습을 되찾고 정신없이 코트를 누빈다면 수비에서의 단점은 만회된다. 최전성기의 김승현은 볼을 잡고만 있어도 관중들의 시선을 집중시켰고 이내 관중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팀 동료가 수준급이 아니어도 김승현으로 인해 오리온스는 꾸준히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따낼 수 있었다. 외국인 선수들로부터 ‘매직 핸드’라는 극찬을 받아온 김승현의 손에 삼성의 미래가 달려있다.
[김승현.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세호 기자 drjose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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