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세호 기자] 풀타임 첫 시즌부터 구원왕 등극, 리그 최고의 마무리를 꿈꾸던 파워피처가 이제는 수준급 선발투수로 도약하려 한다.
부상, 수술, 재활, 구원왕, 선발투수. 지난 5년의 프로생활 동안 두산 이용찬(23)은 많은 일을 겪었다. 시작은 고통과 아쉬움이었지만 이를 이겨내고 마무리를 맡은 첫 해부터 구원왕에 등극했다. 그러다 자신의 부주의로 그간 쌓아올린 것을 스스로 무너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대로 끝나지 않았다. 다음해 팀의 승리를 지키는 마무리가 아닌 승리를 만들어가는 선발투수로 긴급 투입됐고, 가능성을 보였다. 절반의 성공일지 모르지만 앞으로의 성공을 유도할 발판을 마련했다.
“작년은 의미 있는 한 해였다. 성적은 비록 안 좋았어도 더 좋은 투수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된 것 같다. 템포 조절이라든지 제구력의 중요성도 깨달았다. 시즌 중반까지는 선발투수에 대한 감도 없이 마운드에 올랐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느꼈다. 내가 빨리 던져야 뒤에 수비수도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투구에 있어 제구력과 강약 조절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게 됐다.”
129이닝 6승 10패 평균자책점 4.19. 마무리로 나서자마자 구원왕에 오른 2009년과 비교하면 미약해 보일 수 있다. 제구력에서 기복을 보이기도 했고 특유의 강속구도 잘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팀의 선발진이 붕괴된 상황에서 매 경기 4이닝 이상을 던졌고 꾸준히 발전했다.
“작년에 갑자기 공을 많이 던지다보니 팔꿈치에 통증을 느꼈다. 한 번 부상을 당해서 그런지 어느 정도에서 세게 던지면 팔꿈치에 무리가 간다는 걸 알 수 있었고 그래서 일부러 살살 던지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빠른 공을 포기할 마음은 없다. (김)선우 선배도 자신이 비록 스타일을 바꿨지만 절대 빠른 공은 포기하지 말라고 하셨다. 나도 거기에 동의하고 올해는 강약 조절을 하되 필요하면 마무리 때처럼 빠른 공을 구사하려고 한다.”
그동안 두산은 전도유망한 신예 투수들을 선발 보다는 구원에 집중 투입했다. 팀이 우승을 목표로 움직였기 때문에 눈앞의 1승이 미래의 1승보다 크게 다가왔다. 하지만 김진욱 신임 감독은 다른 노선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무엇보다 토종 선발을 키워내 10년 동안 강한 팀을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 그리고 2005년 이후 두산에서 종적을 감춘, 팀이 키워낸 선발 10승 투수에 이용찬이 다가가고 있다.
“아직도 프로에서 첫 세이브를 올린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첫 해부터 구원왕도 했었고 두 번째 해도 내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좋게 마무리했을 것이다. 통산 200세이브 목표도 여전하다. 그러나 선발도 팀에서 내려준 자리고 또 다른 기회다. 그래서 올해는 선발만 생각할 것이다. 아직 전지훈련에 임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내가 선발진에 합류할지는 알 수 없지만 선발투수에 맞춰 연습에 임할 계획이다. 때문에 올 시즌 목표는 전 경기 퀄리티스타트다. 작년 6월 사직 롯데전에서 선배들이 6이닝 3실점만 하라고 하신 적이 있다. 그날 딱 6이닝 3실점을 했는데 내가 승을 챙기지는 못했지만 팀은 거짓말처럼 역전승을 거뒀다. 선발 투수와 팀에 퀄리티스타트가 얼마나 중요한 건지 일깨운 순간이었다.”
[두산 이용찬.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세호 기자 drjose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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