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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인턴기자]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서 9번의 저주가 무섭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다발적으로 부진에 빠져있다.
박주영의 우울한 행보가 계속되면서 덩달아 '아스날 9번의 저주'가 축구 팬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아스날 입단 당시 혹시나 했던 우려가 현실로 이어지면서 "정말 번호 때문인가?"라는 호기심 섞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혹자는 9번 저주 이후가 더 무섭다며 박주영의 미래를 걱정하기도 했다.
아스날 9번 저주의 시작은 얼마 전 첼시에서 중국 상하이로 이적한 아넬카(프랑스)부터다. 이후 수케르(크로아티아), 제퍼스(잉글랜드), 레예스(스페인), 밥티스타(브라질), 에두아르두(크로아티아)에 이어 박주영까지 아스날은 15년 가까이 등번호 9번과 좋은 인연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박주영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첼시의 토레스(스페인)와 리버풀의 캐롤(잉글랜드)도 대표적인 EPL 9번 공격수들이다. 이 두 명의 몸값만 무려 1600억원이다. 총 1200억원의 바르셀로나 듀오 파브레가스, 산체스보다도 비싸다.
첼시도 아스날 못 지 않게 9번과 악연을 갖고 있다. 케즈만(세르비아), 크레스포(아르헨티나), 불라루즈(네덜란드), 시드웰(잉글랜드), 디 산토(아르헨티나) 등 많은 선수들이 첼시의 9번을 거쳐 갔지만 뚜렷한 족적을 남긴 선수는 없다. 9번 저주를 깰 해결사로 선택받은 토레스도 1년 넘게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토레스의 첼시 이동이 EPL 9번 저주를 확대시켰다는 점이다. 토레스를 첼시로 이적시킨 리버풀은 대체자로 뉴캐슬의 고공 폭격기 캐롤을 영입했다. 그러나 뉴캐슬에서 펄펄 날던 캐롤도 토레스처럼 새 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캐롤을 잃은 뉴캐슬은 누구에게 9번을 넘겨줬을까? 의도적인 선택으로 보이진 않지만 뉴캐슬은 9번 없이 올 시즌을 소화하고 있다. 캐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영입된 뎀바 바(세네갈)가 9번이 아닌 19번을 받았기 때문이다.
뉴캐슬의 파듀 감독은 최근 영국 데일리 미러와의 인터뷰에서 "바에게 9번을 주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 시즌 바의 활약을 생각하면 오히려 9번을 주지 않은 것이 더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적어도 최근 EPL 9번 공격수들의 부진을 감안하면 그렇다.
EPL 9번의 저주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백작 베르바토프(불가리아)도 올 시즌 9번 저주의 희생양이 됐다. 지난 시즌 득점왕 출신의 베르바토프는 올 시즌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독일 바이엘 레버쿠젠 이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토트넘의 9번 파블류첸코(러시아)도 저주에 빠졌다. 그는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토트넘에서 출전 기회를 보장 받지 못하고 있다. 영국 현지 언론들은 토트넘이 마르세유 공격수 레미(프랑스) 영입을 위해 파블류첸코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밖에 맨시티도 9번이 공석이다. 문제아 아데바요르(토고)를 토트넘으로 임대 보냈기 때문이다. 볼튼도 지난 시즌 돌풍의 주역 중 한 명인 9번 엘만더(스웨덴)가 떠난 이후 툰카이 산리(터키)를 영입했지만 만족할만한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래저래 EPL에서 잘 나가는 9번을 찾기가 어렵다.
[박주영. 사진 = gettyimagekorea/멀티비츠]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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