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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소녀시대와 f(x)는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소녀시대가 걸그룹의 정석을 걸어왔다면, f(x)는 출발부터 다른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그리고 이제 소녀시대가 음악적 급변을 시도하며 자매 걸그룹이 조우할 태세를 취하고 있다.
▲ f(x)는 왜 언니들의 길을 걷지 않았나?
f(x)란 요상한 그룹명으로 시작한 크리스탈, 빅토리아, 엠버, 루나, 설리 등 다섯 멤버는 음악 역시 대중성과 거리가 멀었다. 첫 출발이던 '라차타'는 언니 걸그룹 소녀시대의 첫 작품인 '다시 만난 세계', 더 나아가 큰 언니인 S.E.S.의 'I'm Your Girl'과는 딴판이었다.
'I'm Your Girl' 스타일의 노래와 파스텔 톤 의상으로 순수함, 소녀다움을 어필하는 전략은 S.E.S.에서 소녀시대로 고스란히 이어진 걸그룹 데뷔 공식이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오히려 다른 걸그룹들이 이러한 공식을 충실히 답습하는데 반해, 정작 동생 걸그룹 f(x)는 같은 길을 걷지 않았다. 언니 걸그룹의 후광과 SM엔터테인먼트란 배경이 있기 때문에 비슷한 길만 걸었어도 어느 정도 인기는 보장됐겠지만, f(x)란 난해한 그룹명 만큼 이 다섯 소녀들의 음악은 낯설고 난해했다.
당연히 대중의 호응도 떨어졌다. 언니인 소녀시대가 'Gee'를 대히트시키며 진정한 '소녀시대'의 도래를 공표한 것과 달리 f(x)가 발표한 '라차타', 'Chu~♡', 'NU 예삐오' 등의 성적은 언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초라했다.
한 번 삐뚤어진 f(x)는 계속 삐뚤게 나갔다. 대중성 결여의 대책으로 음악적 선회가 있을 법 했지만, 나름의 지향점이 있는지 f(x)는 계속 나아갔다.
그리고 'NU 예삐오'서 의외의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깔고 나왔을 때만 해도 한 번 뿐일 줄 알았던 f(x)의 음악 실험은 오히려 이후 발표한 '피노키오'를 통해 더욱 둔탁해진 결과물을 만들었다. 그 때서야 비로소 이 반항적인 걸그룹 f(x)가 무엇을 꿈꾸고 있는지, 다른 걸그룹과 확실히 차별화된 방향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 소녀시대는 지금 어디로?
소녀시대는 차분히 걸그룹의 정석을 걸어왔다. 하지만 이 길에는 분명히 한계가 존재한다.
순수한 이미지로 데뷔해 대중의 시선을 끌고, 발랄한 느낌의 이미지를 보여주며 입에 착 달라붙는 후크송을 내세우고, 비슷한 콘셉트의 2~3차례 반복 뒤 섹시한 이미지로의 변신.
대략 이러한 순서로 진행되는 걸그룹의 인생곡선은 사실 대다수 걸그룹들이 섹시한 이미지로의 변신 이후 더 이상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좌초했다.
성숙하거나 혹은 섹시하거나 하는 식의 변화는 걸그룹이 '걸'로 불릴 수 없는 나이가 되며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이미지 변화는 데뷔 초반의 순수한 모습을 기억하는 팬들을 다른 신생 걸그룹으로 내모는 결과를 낳았다.
소녀시대가 'Gee' 이후 '소원을 말해봐', 'Oh!'를 지나고, 'Run Devil Run', 'Hoot'까지 음악의 정착 없이 방황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소녀시대도 마찬가지로 이 걸그룹 무대에서 퇴장하느냐 생존하느냐를 선택해야 할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 f(x)와 소녀시대, 자매의 힘을 보여줘그렇다면 소녀시대는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답은 'The Boys'에 담겨있다. 소녀시대는 걸그룹으로서 아직 무너질 수 없다는 의지를 'The Boys'란 노래로 분명히 했다.
한계에 달한 걸그룹의 섹시 콘셉트가 아닌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입은 'The Boys'. 소녀시대에겐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의 변화였다. 소녀시대가 노린 변화의 방향은 'The Boys' 맥시 싱글에 실린 리믹스 버전과 일본에 발표한 'Girl's Generation-The Boys' 리패키지 앨범 곳곳에 심어놓은 리믹스 곡들을 통해서 여실히 드러난다.
누군가는 소녀시대의 이러한 변화를 세련된 시도라 했지만 기존 스타일을 크게 벗어난 변화는 팬들조차도 소녀시대의 음악을 낯설게 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소녀시대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낯섦은 f(x) 초기 음악에서 전해졌던 낯섦과 닮았다는 것이다. 얼핏 '왜 이런 음악을 하지?'란 기분이 들게 할 수 있는데, 결국 소녀시대가 변화를 꾀하며 f(x)와 소녀시대 모두 현재 한국 가요계에선 낯선 음악을 추구하는 셈이 됐다.
문제는 이 두 걸그룹의 음악이 통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다행히 f(x)는 이제 어느 정도 자신들의 음악에 익숙해진 모습이다. 걸그룹이 소화할 수 있을까 싶었던 음악도 f(x)는 x값에 대입시켜 y값을 만들어 낸다. 최근에는 음악에 묵직함도 더해졌는데, 지난해 연말 SBS 가요대전에서 선보인 덥스텝 버전 '피노키오'는 f(x) 다섯 소녀들이 굵고 육중한 사운드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소녀시대의 급격한 변화는 아직 팬들을 모두 사로잡지 못했다. 반면 애초에 출발부터 달랐던 f(x)의 음악은 파격을 반복하며 고유한 스타일로 인정받는 추세다.
이 때문에 f(x)의 성공은 소녀시대의 도약과 연결된다. f(x)가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걸그룹 음악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한다면 비슷한 스타일로 변화하고 있는 소녀시대도 좀 더 수월하게 진입할 수 있다.
결국 그동안 f(x)가 소녀시대와 다른 길을 걸으며, 다소 외로운 걸그룹으로 자랐다면 이제서야 언니에게 동생 f(x)가 도움을 줄 순간이다. 물론 전제는 f(x)가 자신들의 음악으로 성공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까지 f(x)의 성장을 봤을 때,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닌 듯 하다. 2012년 두 자매 걸그룹의 진화가 기대된다.
[사진 = f(x)(위 사진)와 소녀시대]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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