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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꼬마가 참 많이 컸다. 제법 제 생각도 의젓하게 말할 줄 아는 이 꼬마는 이제 단지 아역으로 부르기는 아깝다. MBC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김유정은 연우의 아역이 아니라 여주인공이었다. 자란 연우 역의 한가인을 깎아 내리려는 게 아니다. 워낙 김유정의 연기가 대단했다. 그 어떤 여배우도 김유정이 '해를 품은 달'에서 보인 섬세함을 감히 흉내내지 못했을 것이다.
아버지 허영재(선우재덕 분)가 신병에 걸린 딸 연우의 고통을 없애주기 위해 목숨을 끊는 약을 건네는 장면서 울지 않았던 집이 없었을 터. 딸에게 죄스러운 마음을 구구절절 털어놓는 아버지에게 딸 연우는 "어서 주세요 약. 그 약 먹고 이제 그만 아프고 싶어요"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마치 모든 걸 이해한다는 듯, 아버지 사랑을 다 알고 있다는 듯, 그렇게 미안해할 것 없다는 듯, 연우의 차분한 말투에선 모든 걸 놓고 떠나야 하는 심정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그래서 더 슬펐고, 어쩜 이렇게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정작 김유정은 아쉽단다.
"생각보다 안 슬펐던 것 같아요. 대본을 보면 엄청 슬펐거든요. 매 신들이 거의 다 슬픈 신이었어요. 가슴에 와 닿는 신이 많았는데 전 직접 찍어서 그런가? 그래도 좀 더 슬플 수 있었고 사람들 다 울릴 수 있었는데, 하하"
겨울의 시작과 함께 연우의 삶을 살다가 한가인에게 연우의 남은 삶을 전해준 김유정은 "아직 실감이 안 나요. 성인 연기자 분량에서도 회상 신에 조금씩 나와서 아직 끝난 게 아니라서요"라며 웃었다.
김유정이 잘해도 너무 잘해버리는 바람에 한가인에게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의도치 않게 김유정이 한가인에게 부담을 안긴 꼴인데, 김유정은 "(한)가인 언니가 워낙 연기를 잘 하시잖아요. 얼굴도 예쁘고요. 저보다 잘 하실 것 같아요"라고 했다.
김유정은 한가인의 첫인상을 들려줬다.
"(제 연기를) 잘 봤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딱 절 보자마자 제가 언니랑 닮았다고 했어요. 닮았나?"
한가인과 닮았다고 말해주며, 자신과 한가인 둘 중에 누가 더 예쁜 것 같은지 물었다. 그랬더니 김유정은 "하하하"하고 크게 웃더니, "당연히 가인 언니가 훨씬 예쁘죠. 진짜 예쁘거든요. 완전 기대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딱 보니까 '와! 미모가 장난이 아니다' 했어요. 여신미모!"라고 했다.
상대 배우인 왕세자 이훤 역의 여진구와 양명 역의 이민호는 김유정과 이미 다른 작품에서 만난 적이 있다.
"같이 연기했던 적이 있어서 호흡은 더 잘 맞겠지만, 설레는 감정이 덜 하지는 않을까 걱정도 했어요. 그렇지만 (여)진구 오빠랑 (이)민호 오빠가 잘 맞춰줘서 화면에 예쁘게 나왔어요. 그리고 민호 오빠랑 찍은 게 더 잘 나온 것 같아요. 같이 비 맞는 신은 촬영을 급하게 찍어서 신경을 많이 못 썼는데, 편집해 놓은 걸 보니까 다르더라고요. '조선시대판 늑대의 유혹'이라고 많이 말씀하더라고요"
"재미있죠. 연기를 하면서 재미있는 게, 캐릭터에 대해 알아가고, 같이 연기하는 사람들과 지내는 것도 재미있고, 다 재미있어요. 항상 새로운 캐릭터를 만날 수 있는 게 매력이에요"
반대로 해보고 싶은 연기는 의외였다.
"액션 연기는 진짜 해보고 싶어요. 드라마 '구미호: 여우누이뎐'때 조금 해봤는데, 그 때 액션에 필 받았어요"
갑자기 치솟는 인기가 사춘기에 갓 접어 든 여배우를 들뜨게 하진 않을까 내심 걱정이었다. 그러나 그 마음을 알았는지, 김유정의 대답은 '해를 품은 달'속 연우만큼이나 현명했다.
"죽는 그 날까지 연기할 거에요. 숨 넘어갈 때까지. 중간에 새로운 것도 해보겠지만 가장 큰 목표는 계속 연기를 하는 거에요. '김유정' 하면 '천생배우'란 소리를 듣고 싶어요. 연기로 승부하고 싶고, 상대방을 배려해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한복 협찬 = 박술녀 한복>
[김유정.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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