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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신하균은 도통 속을 알수 없는 배우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페이스, 순수한 빛과 욕망의 빛을 동시에 담고 있는 눈동자, 한가지로 정의 내릴 수 없는 묘한 매력이 있는 배우가 바로 신하균이다.
KBS 2TV '브레인'에서 신하균은 고독한 신경외과 의사 이강훈 역을 맡았다. 이 드라마에는 선악 캐릭터가 구별되지 않은, 선악구조가 없는 독특한 드라마다. 드라마 속에는 선인도, 악인도 없다. 모든 사람 안에는 선과 악이 공존하고 '욕망'은 인간들의 공통된 본능이라는 것에서 드라마는 출발했다.
이런 점에서 신하균은 이강훈 역에 딱 맞아 떨어지는 캐릭터다. 앞서 언급했듯이 선과 악이 공존하는 페이스, 순수한 빛과 욕망의 빛을 동시에 담고 있는 눈동자는 '이강훈' 그 자체였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속모를 얼굴을 하고 있는 신하균을 만나 탐구하기 시작했다.
'브레인'만을 통해 신하균을 본 사람이라면 '이 사람, 평소에도 버럭거리고 날카롭고 여유가 없는 사람은 아닐까?'라는 의심을 품었을만하다. 그만큼 신하균과 이강훈은 닮은꼴이었다. 하지만 배우 신하균이 아닌, 인간 신하균과 이강훈은 교집합이 하나 없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신하균은 무척이나 게으른(?)사람이다. 이강훈이 자신의 급한 성질머리를 누르지 못하고 자동문을 손으로 휙 저어 여는 모습은 신하균에게서 찾아볼 수 없다. 쉬는 날이면 집안에서 뒹굴거리고 책을 보고 시간을 보낼만큼 게으른 사람이 신하균이다.
그는 집에서 고양이 두마리와 개 한마리를 키우고 있는 애묘·애견인이다. 신하균과 고양이. 묘하게 어울렸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서로 무심한듯 다른 곳을 바라보고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고양이와 신하균의 모습을 상상해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저는 참으로 심심한 사람이에요. 그냥 집에서 뒹굴 거리는 것을 좋아하고, 작품이 끝나면 어딜 가서 특별한 것을 한다기 보단 한없이 게을러지죠. 집에서 TV도 보고 강아지, 고양이랑 같이 놀아요. 상상이 잘 안되죠?(웃음)"
신하균의 인터뷰는 지난 19일 진행됐다. 이미 '브레인'이 종영한 뒤였고, 인터뷰가 보도될 시점은 설 연휴가 끝난 뒤. 드라마 이야기만 할수도 없는 일이었고, 그렇다고 드라마 이야기를 빼고 인터뷰를 진행할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떻게 해야 신하균을, 또 이강훈을 맛나게 요리해 독자들에게 전할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들로 머릿속을 가득 채운 채 인터뷰 장소로 이동했다. 하지만 신하균을 만나는 순간, 고민했던 것들은 말끔하게 사라지고 미소가 떠올랐다.
음료수를 들이키다 사레가 걸린 기자에게 "내가 빤히 쳐다본다고 겁먹지 말아라. 이강훈처럼 화를 내진 않을 것이다"고 위트있는 농담을 건넬만큼 신하균은 생각보다 훨씬 더 유쾌한 사람이었다.
연애하는 스타일도 이강훈과 신하균은 딴판이었다. 이강훈은 서툴게나마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누군가를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을 잘 몰라 서툴게 상처를 주기도 했지만 분명 사랑하고 있었다. 음유스러운 '노래'와는 거리가 먼 이강훈이지만 사랑하는 이가 원한다면 기꺼이 노래를 '바쳤'다.
현실속 신하균. 무뚝뚝한 남자. 재미없는 남자. 결국 여자와는 거리가 먼, 그런 남자였다. 다정다감하지도, 달달하지도 않는다고했다. '그래도 한가지는 있을것 아니야'라는 눈빛으로 바라보자 "저랑 연애하면 재미 없어요"라고 결정적인 한방을 날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속 이강훈은 몹시도 매력적이다.
"러브신에 몰입하는 방법이요? 그냥 연기잖아요. 배우란 그 상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사람이니까요. 평소 갖고 있었던 생각과 상상력, 대본에 쓰여진 대사와 지문에 의해 하는거죠." 그래도 재밌는 대답이 돌아 올것이라는 것은 기자만의 착각이었다.
발랄하지도, 많은 연예인들이 지니고 있는 특유의 친절함이 있지도 않는 신하균이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세상 모든것을 알고 있는 듯 하지만 순수한 눈빛에 있다. 그 속에 숨겨진 반전이 많은 사람이기에 매력적인 것이다.
'재미없는 사람'임을 강조했지만 그렇다고 사교적이지 못한 사람도 아니다. 술을 좋아하고 즐길줄 아는 사람이다. "독주를 즐기진 않고 요즘엔 막걸리를 주로 마신다"고 말했을때는 막걸리 한사발을 입에 털어 넣고 잘 익은 김치를 쭉 찢어먹는 그의 모습이 상상돼 웃음이 나기도 했다.
탐구하면 탐구할수록 새로운 모습이 발견되는 신하균. 배우라는 타이틀을 달지 않았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현재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배우에 이름을 올리고 있기에 '배우 신하균'이 아닌 다른 모습은 생각해 볼 수 없었다.
그렇다면 신하균의 어린시절은 어땠을까. 인터뷰가 진행되는 한시간 만에 드디어 재밌는 대답이 돌아오는 듯 했다. 바로 '상상력이 발달했다'는 것. 하지만 이뿐이었다. 꼬마 신하균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였는지 궁금했지만 어떤 상상을 했는지는 결국 들을수 없었다.
"어린시절, 일반적인 가정에거 너무 평범하게 자랐어요. 트라우마 같은 것은 전혀 없었어요. 콤플렉스는 누구나 있는 거잖아요. 저도 있긴 하지만 특별하가 싶을 것은 없어요. 어린시절 성격은 낯가림이 심하고 내성적이라 상상력이 발달했던 아이였어요. 엉뚱한 상상이나 생각을 많이 했죠. 워낙 조용했던 아니라서 지금 연기자로 살고 있는 저를 보면 이상하게 생각하기도 해요.(웃음)"
신하균이라는 배우를 탐구하기에 인터뷰 시간으로 주어진 한시간은 너무나도 짧았다. 달변가도 아니었고, 말문이 터지기까지 꽤 오랜시간이 걸린 탓도 있었지만 그보다 숨겨둔 매력이 더욱 많은 덕도 있었다.
[신하균.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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