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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남안우 기자] 28일 오후 7시. 공연 시작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무대에 막이 오르자 서울 체조경기장을 가득 메운 1만 명의 관객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R&B/소울 보컬그룹 브라운아이드소울(이하 브아솔) 콘서트 현장이다.
브아솔은 올해로 데뷔 9년을 맞은 그룹이다. 당초 소울 중창단을 만들려 했지만 맏형 정엽을 비롯해 나얼, 영준, 성훈 등 네 명의 구성 멤버로 지금까지 왔다. 보컬그룹이 장수하는 예는 극히 드물다. SG워너비와 먼데이키즈 등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지만 브아솔 만큼은 아니다. 보컬그룹이 체조경기장을 꽉 채운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브아솔은 전 소속사와의 갈등을 청산하고 현 소속사 산타뮤직으로 옮긴 뒤 매년 공연을 통해 팬들을 만나오고 있다. 소통의 창구가 공연이다. 브아솔의 공연에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1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팬들이 공연장을 찾아 이들의 음악과 소통한다. 전국 투어도 인산인해다. 아이돌 평균 수명이 대략 3~4년 정도라는 가요계 평가를 본다면 이들의 활약은 이례적이다. 브아솔과 아이돌을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다. 하지만 이들을 통해 장수할 수 있는 아이돌의 비결과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브아솔은 멤버 네 명의 보컬 톤이 다 다르다. 데뷔 초 어울리기 힘들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각자의 장점을 살려 멋진 화음을 만들었다. 모두 목소리가 똑같았다면 브아솔의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을 수 있다. 다른 목소리에서 오는 하모니는 팬들의 마음을 울렸다. 다른 보컬그룹과의 차별화 전략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노래 잘하는 가수는 많지만 하모니가 좋은 팀은 브아솔이다. 목소리의 차별화가 이들의 매력”이라고 했다.
브아솔은 차별화 외에도 멤버별 특성화된 매력이 있다. TV 등을 통한 매체로 얼굴을 내비치기 전까지 오로지 음악적인 실력으로 승부했다. 이후 브라운관을 통해 각 개인별 매력이 표출됐다. 정엽과 영준은 재치 있고 순발력 강한 말솜씨, 성훈은 댄스 실력, 나얼은 팬들의 호기심을 자아내는 수줍은 감성이다.
브아솔의 힘은 바로 음악에 대한 기본 바탕 위에 차별화와 특성화된 매력이 있다는 점이다. 기본기가 없다면 장수하기 힘들다. 노력과 열정만으로는 커버할 수 없는 것이 음악에 대한 이해와 기본기다.
최근 발표한 영준까지 브아솔 멤버들은 모두 솔로 앨범을 냈다. 한 곡 짜리 싱글을 배제했다. 적어도 4곡 이상의 미니와 정규로 승부했다. 완성도 높은 음악이라는 한결같은 뚝심이 만들어낸 결과다.
활동 수명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는 현 가요계에서 브아솔의 시사점은 크다. 특히 아이돌의 경우 그렇다. 매년 30~40개의 신생 그룹이 탄생하지만 정작 대중들의 기억엔 3~4개 팀 정도만 머무른다. 이런 음악이 되니까 쉽게 따라가는 습성이 단명을 부추겼다.
음악에 대한 기본기와 뚝심, 여기에 차별화와 특성화된 매력이 더해졌을 때 오래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잘 되니까 치고 빠지는 단기 전략은 후발 주자에 의해 금세 역전당하고 만다. 따라 해서 잡히느냐 달리해서 오래가느냐는 중요한 선택의 문제다.
[9년간 한결같은 길을 걸어온 실력파 R&B/소울 보컬그룹 브라운아이드소울. 사진 = 산타뮤직 제공]
남안우 기자 na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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