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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악마 장경철은 반달 최익현이 됐다. 섬뜩한 눈동자에 바짝 선 힘은 풀렸지만 남의 목숨을 제멋대로 앗아가던 광기가 삶에 대한 징글징글한 집착으로 변했다. 건달도 아니고, 일반인도 아닌 그래서 반달인 최익현 캐릭터가 배우 최민식(50)의 주름잡힌 얼굴에서 탄생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는 최민식 캐릭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8할쯤 된다. 초반 검사의 발에 짓밟히면서도 능글능글하게 웃는 그의 잔상은 러닝타임 내내 곱씹히고 곱씹히며 그가 어떤 인간인지를 알게 해준다. 징글징글하지만 때로는 측은하기도 한 최익현에 대해 최민식은 "결국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던 사내였다"라며 연민에 가까운 느낌을 털어놓았다.
"영화는 건달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비단 그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우리 세계에 늘 있었던 사람이죠. 조선시대, 고려시대도 없었던 것은 아닐 겁니다. 다만 이 영화를 보면서 '원래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랬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심각하긴 심각한 거구나' 싶긴 했죠. 그래서 청소년 관람불가인가요?"
최익현은 대체 어떤 인물이길래 피가 솟구치는 징글징글한 악마를 연기했던 최민식마저도 혀를 내두르는 것일까."딱 한국남자에요. 돈과 권력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한. 영화에서 보면 최익현이 빈 권총을 가지고 다니죠. 총은 곧 그에게 힘이에요. 사내애들은 어린애들조차도 총칼 들고 싸우잖아요. 태생적으로 본능적으로 모든 수컷들에게 힘에 대한 동경이 있어요. 그런데 그 빈총은 곧 최익현을 상징하는 거죠. 최익현은 총을 들고 쏘지 않고 그걸 빼서 사람을 때려요. 아휴, 제가 생각해도 다 창피해요. 차라리 망치로 때리지 무슨 총으로 때려요(웃음). 아마 총알이 들어있어도 그걸로 쏠 배짱은 없는 인간이에요. 빈총을 차고 다니는 건 곧 자기 위안이자 허세인 거죠."
익현의 권력지향적인 비굴한 모습이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속성인 것일까 생각이 드는 찰나, 최민식은 "온갖 인맥을 동원하려는 익현의 습성은 곧 자기 방어와 과시"라고 정리했다.
"'너 나 함부로 하면 안돼, 나 이런 사람이랑 친해'라는 거죠. 측은하고 연민이 가요. 개뿔도 없으면서. 그런데 사실 저 역시도 똑같아요. 집안 어른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할라치면 저 역시도 접수하고 대기번호 받는 게 아니라 인맥을 찾게 돼요. 편법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거죠. 또 그걸 비리라고 체감하지도 않아요."
그의 말대로 익현의 모습은 멀리가서 찾을 필요도 없다. 가까운 친척 아저씨 중 누군가는 꼭 이런 사람이 있다. 집에서는 무뚝뚝한 우리네 아버지도 밖에서는 최익현과 같은 모습일지도 모르지. 윤종빈 감독도 '집에서는 말 없던 아버지가 밖에서는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하며 만든게 바로 이 영화니 말이다. 그러나 서글픈 것은 그 아버지의 모습이 바로 내 모습이 돼버리는 순간의 자조일 것이다.어쩌면 그래서 최민식의 최익현은 악마 장경철보다 더 섬뜩하다. 멀리가서 찾을 필요 없이 바로 내 자신이 최익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범죄와의 전쟁'은 2월 2일 개봉된다.
[최민식. 사진=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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