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박찬호, 이승엽, 김병현 등 해외파의 국내 복귀가 잇따르면서 반대로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한 이대호에게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새 출발하는 이대호는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으로부터 '4번 후보'로 거론되면서 벌써부터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해 공식 프로필에 기재된 이대호의 키와 몸무게는 각각 194cm, 130kg이었다. 최근에는 오릭스 스프링캠프 합류에 앞서 15kg을 감량해 일본에서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확인시켰다.
그의 체구를 보면 자연스레 거포 이미지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는 보통 거포와는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롯데 시절 이대호는 많은 홈런을 때려냈지만 그에 비해 삼진은 적은 타자였다. 단 한 차례도 100개 이상 당한 시즌이 없고 44홈런을 때리며 타격 7관왕에 등극한 2010년에도 삼진 개수는 77개에 불과했다.
역대 한국프로야구에서 40홈런 타자는 총 13차례 배출됐고 그 가운데 가장 삼진이 적었던 타자는 2003년 심정수(63개)였다. 그 뒤를 잇는 타자가 바로 2010년 이대호다.
이들과 함께 1992년 장종훈(99개), 2003년 이승엽(89개)을 제외한 나머지 40홈런 타자들은 모두 100삼진 이상 기록했으니 거포 타자에게 있어 홈런과 더불어 삼진은 늘 따라다니는 꼬리표처럼 여겨짐을 알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이대호는 지난 해 133경기 전 경기에 출장했음에도 삼진은 60개에 불과했고 완성형 타자로 거듭나기 전인 2004년 데뷔 첫 20홈런을 때려내며 78개의 삼진을 당한 것이 개인 최다 기록일 정도로 삼진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지난 해 기록만 보면 1경기에 아무리 삼진을 많이 당해도 2개가 최다였다. 2개 이상 삼진을 당한 경기는 6경기에 불과하다.
이대호는 거대한 체구와 동시에 유연성을 타고나 스윙 자체가 부드럽고 웬만한 변화구에도 잘 속지 않는다. 장타 생산 능력과 더불어 상황에 따라 짧은 안타를 때려내는 재주도 상당하다. 이대호의 30홈런 시즌은 단 1차례 뿐이지만 그가 힘에 의존했다면 2006년 사상 2번째 트리플 크라운에 이어 2010년 타격 7관왕을 거머쥐는 '일대 사건'은 불가능했다.
이러한 이대호의 타격 스타일은 과연 일본에서도 이어질까. 이대호와 마찬가지로 국내 무대에서는 삼진이 적었던 김태균은 어땠을까.
올해 한화로 돌아온 김태균은 2003년 31홈런을 때리며 삼진 106개를 당한 후 단 한 차례도 100삼진 시즌이 없었다. 2008년 홈런 31개로 홈런왕에 오를 때도 삼진 개수는 67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일본 무대는 달랐다. 2010년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타율 .268 21홈런 92타점을 기록한 김태균의 삼진 개수는 무려 140개였다. 지난 해에도 119타석에서 삼진 23개를 당한 그였다.
과연 이대호는 다를까. 분명한 것은 이제 그의 신분은 외국인 선수라는 점이다. 거구의 용병 타자에게 장타를 기대한다는 건 당연지사. 자연스레 홈런 개수에 대한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 그렇다면 이대호도 장타를 의식해 '큰 스윙'에 해법을 찾으려 한다면 늘어나는 삼진은 피하지 못할 것이다.
한 가지 이대호에게 희소식은 그가 뛰게 될 퍼시픽리그의 '닥터K' 대표들이 리그를 빠져나간 것이다. 지난 해 퍼시픽리그 탈삼진 부문 4걸 가운데 3명은 올 시즌 퍼시픽리그에서 볼 수 없다. 232이닝을 던지며 무려 탈삼진 276개를 기록한 다르비슈 유는 텍사스 레인저스 유니폼을 입었고 탈삼진 168개로 이 부문 4위에 오른 와다 쓰요시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했다. 171⅓이닝 동안 삼진 177개를 뺏어낸 스기우치 도시야는 센트럴리그의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이적한 상황이다.
현란한 변화구를 장착한 일본 투수들은 절정에 달한 투고타저 속에서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 이대호는 이러한 투수와의 대결과 더불어 자신과의 싸움도 극복해야 한다. 일본프로야구는 한 팀이 144경기씩 치르고 이동 거리에 있어 한국보다 부담이 크다. 따라서 체력에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 차원 다른 리그에서 과연 이대호는 어떻게 살아남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오릭스 이대호.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