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프로야구에서 외국인 자체가 생소하던 1990년대. 대부분 팀의 3루 코처스 박스에는 한국 코치가 자리했지만 한 팀만은 그렇지 않았다. 때로는 쌍방울, 때로는 롯데, 또 때로는 LG가 그 팀이었다. 팀은 달랐지만 사람은 한 명이었다. 콧수염을 기른채 2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열심히 팔을 돌리던 쿠바 출신 미국인 조 알바레즈 코치가 그 주인공이다.
▲1990년대 프로야구에 강한 인상 남겼던 알바레즈 코치
알바레즈 코치는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를 시작으로 롯데 자이언츠, LG 트윈스에서 1998년까지 수비 및 주루코치 생활을 했다. 특히 1995년 롯데 코치 시절에는 팀도루를 220개나 만들어내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한 팀이 한 시즌동안 200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한 것은 그 해 롯데가 프로야구 역사상 유일하다.
그가 한국 프로야구에 모습을 드러낸 지 7년이 지난 1998년부터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후 알바레즈 코치는 자취를 감췄다. 1998년 LG 코치를 마지막으로 그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 사이 프로야구 팬들의 알바레즈 코치에 대한 기억도 점점 희미해졌다.
그가 떠난지 10년이 훌쩍 넘은 2011년 말. 다시 알바레즈 코치에 대한 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야구 색깔을 180도 바꾼 SK에서 알바레즈 코치를 영입한 것. 지난해 11월 열린 SK 마무리 캠프에서 인스트럭터로 활동한 알바레즈 코치는 올시즌을 앞두고 SK와 정식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에는 미국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 산하 루키리그 팀인 걸프코스트리그 레이스의 감독을 맡았다.
▲"한국 야구 큰 발전… 선수들 하드웨어 좋아졌지만 섬세함도 잃지 않아"
알바레즈 코치는 2012시즌 SK에서 '예전처럼' 3루 주루코치로 활동할 예정이다. 결코 어색하지 않은 자리지만 한국 야구에 오랜만에 복귀했기에 감회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알바레즈 코치는 "늘 한국 야구 복귀를 준비하며 노력을 기울였다"며 "내겐 확고한 야구철학과 좋은 코치가 될 수 있는 자원이 풍부하다고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SK가 최고의 팀이 되는데 일조할 것이다. 빨리 한국으로 들어가서 열정적인 한국 야구팬들을 만나고 싶다"고 복귀 소감을 밝혔다.
알바레즈 코치가 자리를 비운 사이 한국 야구는 발전을 거듭했다. 두 차례 치러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준우승과 4강을 일궈냈으며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0년 시드니올림픽 동메달까지 국제대회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
1990년대 당시와 현재 한국야구에 대한 느낌을 묻자 알바레즈 코치는 "큰 발전이 있었다"고 단언했다. 그는 "무엇보다 선수들의 하드웨어가 좋아졌다. 더욱 파워풀해졌다"면서도 "섬세한 야구도 게을리하지 않은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리그 수준은 국제대회에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느냐"고 되물으며 "빨리 우리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보고 싶다. 설렌다"라고 웃으며 기대감을 표했다.
그렇다면 코치로서 선수단에게 강조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그는 "항상 염두하고 가르치는 것이 생각하는 야구다. 나는 그들을 '생각하는 야구 선수', '창조적 플레이를 과감하게 시도하는 야구선수'로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내가 왜 이 플레이를 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철학을 가진 선수만이 창조적 플레이를 할 수 있다"면서 "선수들을 가르치는 부분은 잘 진행되고 있으며 더욱 좋은 선수로 거듭날 것을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30대 중반 젊은 나이에 한국 무대를 밟았던 1955년생 알바레즈 코치는 어느덧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중년으로 변했다. 하지만 열정만은 그 때 당시와 다르지 않다. 창조적인, 그리고 과감한 플레이를 요구하는 알바레즈 코치의 지도가 서서히 도루 개수가 줄어 들었던 SK 주루 부문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4년만에 한국 야구로 복귀한 SK 조 알바레즈 코치. 사진 = SK 와이번스 제공]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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