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지난해 영화 '써니'는 일대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관객 100만 넘어도 다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가, 737만511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써니'가 흥행할 수 있었던 것은 중장년층 관객 덕분이었다. 80년대 학창시절을 배경으로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한 이 영화는 출연 배우들을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았을 뿐 아니라 흥행까지 거머쥐었다.
이런 흥행공식은 2012년에도 이어지고 있다. 중장년층의 감성을 자극하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 '부러진 화살', '댄싱퀸'이 연일 박스오피스 1~3위를 고수하며 장기흥행을 예감케 하는 중이다.
'범죄와의 전쟁', 중장년층의 회고록
'범죄와의 전쟁'(감독 윤종빈)의 주연 최민식은 지난 19일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자신의 배역 최익현에 대해 "어느 순간 본 듯한 아저씨의 모습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내 아버지의 모습 같기도 하고, 우리 형님의 모습 같기도 하다"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 '범죄와의 전쟁'은 80~90년대 부산의 모습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 하다.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된 90년대, 영화 속 인물들이 제목 그대로 '나쁜 놈들'의 길을 걷고 있기는 하지만 그 시절 우리네 아버지들이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모습들이 투영돼 있다.
최민식의 모습을 본 중장년층은 당시 시대적 배경과 그의 모습에 공감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20~30대는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연민을 느낀다.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런 길을 선택해야 했던 인물들을 보며 관객은 가슴 속 깊은 곳에 자리한 연민이 고개를 쳐드는 것을 눈치 챌 수밖에 없다.
영화를 본 다수 관객들은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범죄와의 전쟁'의 '오른팔'이 됐다. 홍보대사를 자처하며 입소문을 낸 결과 젊은이들 뿐 아니라 중장년층을 영화관으로 끌어들이면서 박스오피스 1위라는 '조직의 영광'을 일궈냈다.
'부러진 화살', 중장년층의 관심 자극
'부러진 화살'(감독 정지영)은 지난해 흥행과 더불어 사회적으로 큰 관심과 반향을 일으켰던 고발영화 '도가니'와 맥락을 같이 한다. 사실을 기반으로 한 실화영화라는 점은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고,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 내며 다시 영화에 대한 관심을 부추겼다.
해당 영화는 지난 2007년 김명호 전 교수가 자신의 사건을 담당한 판사에게 활을 겨눈 '석궁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김 교수가 자신의 교수지위 확인소송에 패소하고 항소심마저 기각 당하자 공정한 재판을 요구하며 석궁으로 위협한 사건을 고스란히 담아내 특히 중장년층 남성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주로 여성 관객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로맨스도 아니고 젊은 사람들 취향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도 아닌 사회적 문제를 짚어낸 치열한 법정스토리가 그들의 구미를 당긴 것.
이와 함께 중장년층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안성기라는 배우가 주인공으로 열연한 것은 물론, 원칙주의자로 분한 그의 깐깐하고 철두철미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은 신선한 매력으로 작용해 흥행에 한몫했다.
'댄싱퀸', 중장년층 꿈의 선물세트
'댄싱퀸'(이석훈 감독)은 지극히 중장년층의 공감을 이끌어 낼만 했다. 중장년층의 꿈 찾기를 소재로 한 영화라는 설정부터가 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 충분하다.
이 영화에는 보고 싶은, 되고 싶은 인물들이 모두 등장한다. 극중 황정민은 가난한 인권변호사로, 시장 후보에 출마한 뒤 진심으로 시민들을 위한 정치인의 모습을 선보여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런 정치인은 평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싶은' 인물이기도 했다.
엄정화는 영화 초반 에어로빅 강사로 일하며 집안일까지 소화하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정주부로 등장했지만 그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좇아 화려한 댄싱퀸으로 변신한다. 일반 가정주부가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모습은 중장년층 여성을 대리만족 시키며 '나도 한 번쯤은 엄정화처럼 꿈을 향해 달려가고 싶다'는 또 다른 희망을 갖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부부로 출연하는 황정민과 엄정화의 회상신에서는 중장년층의 공감대가 극대화됐다. 황정민의 청바지, 청재킷 패션과 엄정화의 비비드한 컬러 레깅스 복고 패션은 그들의 추억을 자극했고, 1990년대 클럽을 장악했던 런던보이즈의 '할렘 디자이어'는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가 몸을 들썩거리게 만들었다. 이런 요소들은 추억에 젖고 희망을 꿈꾸는 중장년층을 사로잡아 올해 개봉작 중 최초 200만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다.
[사진 =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부러진 화살', '댄싱퀸' 포스터(위부터)]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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