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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이나영은 영화 '하울링'에서 사건 뒤에 숨겨진 비밀을 밝히려는 신참 형사 은영 역으로 분했다.
보통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형사라고 하면 드센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그렇기에 드세지 않은 이나영이 연기하는 형사의 모습이 머리 속에 바로 그려지지 않았지만 '하울링' 속 그는 강력계 여형사 그 자체였다.
그는 이번 영화에 임하기 전 자신을 비웠고, 영화를 찍으면서 비워낸 공간을 채워나갔다. 그에게 이번 작품은 일종의 실험과 같았다. 본인 스스로는 연기가 어려웠다고 하지만 '이나영의 재발견' 등의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본인의 스펙트럼을 한 단계 넓히는 계기가 됐다.
이나영은 "저 때 표정을 다시 한 번 해보라면 못 하겠다. 영화 전반적으로 꽉꽉 눌러서 담담하게 표현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며 "적당선을 지키는 것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강력계 선배에게 대드는 신에서도 격양된 감정을 방출하지 않았다. 도드라질 경우 자칫 캐릭터화 될까 걱정한 탓이다. 때문에 이나영에게 '하울링' 속 연기는 매 순간이 어려운 작업이었다.
그는 "'뭐든 배워보겠다', '내가 해보지 않았던 것, 어려운 것들을 이겨내보고 싶다'는 마음가짐으로 이 작품을 시작했다. 저한테는 저에 대한 실험이자 해야 됐던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실험은 성공했을까? 이나영은 스스로 얼마나 만족했냐에 대해 논하기 전 "일단 영화를 무사히 마쳤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하울링'에 어울리는 느낌들이 영화 속에서 표출된데 짐짓 안심하는 기색을 보인 뒤 "일단 감독님께 오케이를 받아 영화가 끝났을 테니, 그건 성공하지 않았나 싶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데뷔한 지 14년차가 된 배우가 새로운 시도를 하려 결심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닐 테지만 이나영은 자신을 비워내고 다시 채워나가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는 그의 연기 욕심 덕분이지 않을까 싶다.
실제 '하울링'에서 이나영은 송강호(상길 역)와 대립하는 이성민(영철 분)에게 호되게 뺨을 맞은 장면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눈빛을 빛내며 "그 신 괜찮지 않냐"고 되물을 정도였다.
그는 "찍고 나서 너무 뿌듯했다"며 "저 원래 그런 걸 좋아한다"고 장난기를 드러냈다. 워낙 제대로 뺨을 맞은 탓에 2~3일 뺨이 부어있었지만, 촬영 전부터 자신에게 미안해하던 이성민을 오히려 걱정했다. 한 번에 촬영이 끝나긴 했지만 뺨을 때린 후 대사를 말하는 이성민이 떨고 있었기 때문.
반면 유하 감독은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나영은 "감독님은 너무 잘 맞아서 아쉬워 했다"며 해당 신을 다시 찍고 싶어 했던 유하 감독의 이야기를 전했다. 정통으로 맞은 덕분에 머리카락이 뺨을 가리자, 손자국이 잘 보일 수 있도록 머리를 묶은 후 다시 촬영하고 싶어 했던 것. 그러나 머리를 묶을 경우 연결이 맞지 않아 다른 신들까지 모두 다시 찍어야 하는 탓에 유하 감독을 설득시켰다는 후문이다.
이나영은 자신을 "저는 제가 봐도 웃긴 것 같다"고 평했다. 험난한 액션 연기('하울링', '도망자 PLAN B')도 마다하지 않고, 때로는 트랜스젠더로 분하며('아빠는 여자를 좋아해'), 콧수염을 붙이고 남장을 하는 것도 서슴치 않는('지붕뚫고 하이킥' 카메오 출연) 그는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지는 유쾌한 배우였다.
[이나영.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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