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김민성의 스타★필(feel)] '국민 배우’ 안성기의 2012년은 숫자 ‘5’와 인연이 남다르다. 5살에 연기자로 데뷔해 올해로 55년 차 배우가 되었고, 순제작비 5억 원의 초저예산 영화 ‘부러진 화살’에 노 개런티로 출연했으며, 이 영화는 손익분기점 50만 명을 넘기고 개봉 12일 만에 300만 명을 돌파했다.
안성기는 이 영화에서 실제 사건 주인공인 타협을 모르는 강성(强性) 김경호 교수로 출연해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력과 존재감으로 ‘역시 구관이 명관’이라는 찬사를 듣고 있다. 김교수는 교수 부당 해고에 맞서 사법계와 홀로 싸우는 독불장군 같은 인물로 오로지 영화만을 고수해온 고집불통 안성기와 어딘지 닮아있다.
1957년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로 데뷔한 안성기는 1959년 ‘10대의 반항’으로 7살 나이에 대종상의 전신인 문교부 영화상의 장관상과 미국 샌프란시스코 영화제에서 아역상을 받으며 천재 아역으로 명성을 떨쳤다. 이후 70여 편 영화에 출연한 후 고등학교 진학과 함께 배우의 길을 일단 접지만 대학 졸업 후 충무로로 복귀한다. 1977년 ‘병사와 아가씨’로 활동을 재개한 후 1980년 ‘바람 불어 좋은 날’, ‘만다라’, ‘고래사냥 1~2’, ‘깊고 푸른 밤’, ‘겨울 나그네’ ‘기쁜 우리 젊은 날’, ‘칠수와 만수’, ‘투캅스 1~2’, ‘라디오스타’, ‘화려한 휴가’ 등 숱한 히트작을 쏟아내며 국민 배우 반열에 오른다.
특히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물게 계산된 연기와 철저한 사전 준비, 그리고 천부적 재능과 끊임없는 자기 변신에의 노력은 수많은 영화제의 수상과 함께 톱의 자리에 그를 올려놓았고, 지금까지 140여 편에 출연하며 대한민국 국민을 울고 웃겼다.
그러나 어떤 어려움에도 1982년 ‘안개는 여자처럼 속삭인다’로 데뷔, 올해로 감독 30년차를 맞은 노장 정지영 감독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남부군’, ‘하얀 전쟁’ 등으로 1990년대 최고 감독 반열에 올랐던 정감독이 1998년 ‘까’ 이후 13년 만에 연출한 ‘부러진 화살’은 한국 영화계에서 작품 활동이 전무하다 싶은 60대 중견 감독들의 맥을 잇는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를 지닌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심도 깊게 다룬 작품들을 내놓으며, 영화를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진중하게 전달해온 정지영 감독은 ‘부러진 화살’을 통해서도 약자의 시각에 서서, 사회 비판적 주제의식을 오롯이 담아낸다. 서울종합예술학교의 초대학장을 지낸 정지영 감독의 곧은 성품과 창창한 사회의식을 담긴 이 영화는 관객들 가슴에 부러지지 않은 화살이 되어 실제 사건에 대한 물음표를 남기게 됐다.
안성기 또한 이런 정감독과 뜻을 같이 해 출연료 없이 흔쾌히 승낙한 후, 나영희, 박원상, 김지호 등도 합류했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 영화 제작에 급물살을 타게 됐다. 영화 속 인물인 김경호는 직설적이며 거침없는 독설가인데 반해 안성기는 선한 미소와 부드러운 말투가 트레이드마크이다.
소탈하면서 인자한 성품 또한 소문이 자자하다. 이번 ‘부러진 화살’ 촬영 현장에서도 쉬는 시간에 코펠에 누룽지를 직접 끓여 스태프들에게 나눠졌다는 훈훈한 후문이 돌았고, 다른 현장에서도 추운 촬영 현장에서 모닥불 지킴이를 자처하거나 현장 스태프 빨래를 소일거리를 삼았다는 일화가 전설처럼 내려온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와 ‘형사’에서 같이 했던 이명세 감독에 그에 대한 평가한 ‘비범한 평범’은 그를 대변하는 가장 적절한 말 같다. 평범한 얼굴에 평범한 역할을 밥 먹듯 연기하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범하면서 존재감이 막중한 영화계 큰 어른이 되었다.
1989년 어느 인터뷰에서 “어떤 작품이든 역사성과 진실성을 지니고 완결 구조를 갖는다면 기꺼이 헌신하겠다”던 안성기. 오랜 세월 한결같은 믿음과 신념으로 배우의 길을 지켜왔고, 한국 영화계 발전에 묵묵히 지원해온 안성기는 국민배우로 국민들 가슴에 명중해있다. 오랜 세월 한국 영화계를 묵묵히 지켜온 명장 감독 정지영과 국민 배우 안성기, 그들의 존재는 한국 영화계에서 꺼지지 않는 큰 등불이 되고 있다.
[안성기. 사진 = 영화 '부러진 화살', '남부군' 포스터]
김민성 , 서울종합예술학교 이사장 www.sa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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