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마가렛 대처, 서구에서 최초로 탄생한 여성 총리. 그리고 '철의 여인'이라는 수식어로 더 유명한 여인. 강건하고 꼿꼿한 그녀의 정치 인생을 조망한 영화가 바로 '철의 여인'인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영화가 조명한 것은 그녀의 강인한 정치인생이 아닌, 모든 정치인생을 뒤로 한 인간 마가렛 대처다. 영화의 첫 장면부터가 그러하다.
한 초라한 노파가 우유를 사러 마트에 들른다. 우유의 가격이 49펜스라는데 깜짝 놀란다. 노파는 집으로 돌아가 같이 늙어가는 남편에게 우유의 가격에 대해 수다를 떨고, 식사 내내 잔소리를 한다. 평범한 노년 부부의 일상이다. 그러나 이 일상에는 커다란 구멍이 존재하며, 이는 곧 노파 대처의 마음의 상처를 대변한다.
이후 영화는 점진적으로 대처의 정치 하이라이트를 조명하는데, 보수당 당수로 선출되고 마침내 영국 최초의 여성총리가 되며, 경기침체와 실업율에 맞서 모두가 반대하는 긴축정책을 승리로 이끌어나가는 정치가의 성공 스토리는 그녀가 당시로서는 태생적인 장애일 수밖에 없는 여성이라는 점에서 더욱 강렬하게 그려진다.
"난 뭔가를 해보려고 노력했는데 사람들은 권력에만 관심이 있다", "위정자들은 사상이나 이념보다 기분을 중시하는데 나는 사상과 이념을 더 중시한다"는 등 자신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여전히 꼿꼿하게 말하고 있지만,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는 어린 시절 딸과 아들의 모습을 담은 비디오를 보며 그들의 망령을 쫓는 장면이 그러하다.
그러니 영화 속 연기로 찬사를 받고 있는 할리우드의 명배우 메릴 스트립은 자신의 주름 속에 철의 여인의 남모를 아픔을 아로 새기는 데 성공한 셈이다. 단호하면서도 애잔한 스트립의 연기는 '장엄하다'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동시에 '맘마미아'에서부터 호흡을 맞춰온 여성감독 필리다 로이드의 섬세함이 영화 곳곳 배치된 점도 이 영화의 미덕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대처는 찻잔을 닦는다. 젊은 시절 그토록 닦기 싫었던 찻잔이었다. 툭툭 불거진 주름살 잡힌 손으로 찻잔을 닦은 대처는 조용한 방안으로 사라진다. 필리다 로이드의 섬세함의 절정이다. 개봉은 23일. 러닝타임 105분.
[사진='철의 여인' 스틸컷]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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