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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지훈 기자] 3만 2000년 전 시베리아 지역에서 다람쥐가 굴 속에 감춰놓은 덜 익은 열매가 과학자들의 혁신적인 실험으로 다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미국 경제전문지 블룸버그는 21일(한국시각) 매머드 화석 유적지인 시베리아의 콜미아강 둑에서 석죽과 식물 실레네 스테노필라(Silene stenophylla)의 열매를 발견한 러시아 세포생물물리학 연구소 과학자들이 이 열매의 조직을 이용해 꽃을 피우고 번식력 있는 열매를 맺게 하는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연구진은 3만년 전 표토층이었던 지하 20-40m 지층에서 동결 상태를 유지해 온 다람쥐 굴 70여개와 그 안에 저장된 수많은 씨앗과 열매를 발견했다. 방사선 연대측정 결과 이들 식물의 연대는 3만 2000-2만 8000년 전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됐다.
지금까지 고대 식물을 되살려 낸 사례로 가장 오래된 것은 이스라엘 마사다에서 발견된 2000년 전 야자 씨앗이며 중국 과학자들은 1300년 전 연꽃 씨앗으로 꽃을 피워내기도 했다.
학자들은 처음엔 씨앗을 이용해 옛 식물을 되살리려고 노력했으나 실패하자 동물로 치면 '태반조직'과 같은 열매의 조직을 채취해 배양액에서 키웠다. 이 열매 조직의 세포들은 식물의 모든 부위로 자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배양액 속에서 조직이 싹을 틔우자 연구진은 이를 일반 토양에 옮겨 심었고 묘목은 잘 자라 꽃을 피우고 번식력 있는 열매까지 맺었다.
연구진은 대부분의 식물 씨앗은 몇 년 안에 죽지만 1300년 전의 연꽃이나 스테노필라처럼 생명력이 강한 종들은 식물의 DNA를 보존하거나 수리하는 자체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람쥐 굴이 발견된 지층은 매머드와 털코뿔소, 들소, 말, 사슴 등 대형 포유동물의 뼈들이 묻혀 있는 층 아래 쪽에 위치해 있으며 축구공 크기의 굴들은 맨 밑에 마른 풀, 그 위엔 동물의 털 등이 깔려 있어 천연 저장고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학자들이 되살려낸 식물은 지금도 시베리아 툰드라 지대에서 자라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이런 종류의 실험이 식물의 진화 과정과 과거의 환경을 밝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며 고대 표본이 존재할 경우 멸종한 식물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 블룸버그 홈페이지 캡처]
강지훈 기자 jho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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