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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함상범 기자] 언제부턴가 국내 시청자들 사이에 ‘막장드라마’라는 신조어가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막장드라마’는 사건과 사건 사이의 떨어지는 개연성, 출생 비밀의 극단화, 우연의 남발, 엽기적 혹은 비상식적인 캐릭터, 왜곡된 가족관계의 확대재생산 등 수많은 문제점을 노출시킨 드라마를 의미한다.
이는 일부 시청자들에게는 자극과 쾌감이 되고 시청률을 떠안을 수 있는 아이템이 될 수 있겠지만, 반대로 비상식적인 상황과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 배우, 자극적인 내용에 불쾌감을 얻는 시청자도 양산한다. 또 그 방송사나 연출과 집필을 맡은 PD와 작가에 적지 않은 불명예도 남긴다.
‘막장드라마’가 생산되는 이유에는 먼저 작가와 PD가 시청률을 노리기 위한 의도로 작품을 만들 때다. 그럴 경우 ‘막장드라마’에 대한 비난의 대상은 자연스럽게 생산자에 돌아간다. 하지만 PD와 작가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막장드라마’가 탄생하는 경우가 있다.
KBS 김상휘 PD는 “막장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주로 회차가 많은 가족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일일드라마나 주말드라마에서 많이 생긴다. 특히 일일드라마의 경우 100회에서 120회 정도 된다. 적지 않은 양이다. 출연진은 한정돼 있는데 채워야 하는 분량은 많고, 소재는 다 떨어졌다면, 어쩔 수 없이 분량을 채우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소재를 막 가져다 쏟게 된다. 펑크를 막기 위해 자구책으로 ‘막장드라마’를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일일드라마의 경우 70회차 정도로 줄여서 연장 방송 없이 정확하게 의도에 맞춰서 진행하면 충분히 명품 가족드라마 탄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막장드라마’의 논란이 크게 일었다. SBS ‘신기생뎐’, ‘당신이 잠든 사이’, ‘내사랑 내곁에’, MBC ‘애정만만세’, ‘천번의 입맞춤’, KBS 1TV ‘웃어라 동해야’ 등은 지난해 ‘막장드라마’라는 평을 들은 작품이다.
또 박해미 같은 경우는 작가들에 일침을 날린 적도 있다. 박해미는 “경박스러운 역할도 내가 해야지 누가 하겠나. 작가들 펜대에 놀림을 당하다 보니 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지만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도높은 비판을 때렸다. 또 조민기는 ‘욕망의 불꽃’ 방영 중 정하연 작가에 “자신이 쓴 대본도 기억 못하는 자”라고 비판해 정하연 작가와 날선 대립을 한 적도 있다.
작가가 쓰는 대본에 의해 연기를 해야 하는 배우들이 참다 참다 못해 들고 일어나는 것. 주·조연 가리지 않고 저마다의 스토리가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 내고 드라마에 매번 인생의 메시지를 담아내 웰메이드 작가라는 평을 듣는 노희경 작가 역시 배우들의 입장을 이해했다.
이어 “나 자신도 소품이 되고 싶지 않은데 남들도 마찬가지다. 인생에는 소품이 없지 않냐. 그런 건 작가가 신경써서 한 씬이라도 잘 써내면 제대로 이유를 만들 수가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주인공이란 건 없지 않냐. 저마다의 입장이 있는 거지”라고 설명했다.
한류가 넘치는 요즘 시대에 드라마 한 편은 그 나라의 이미지를 갖출 수 있는 막대한 영향력을 갖춘 콘텐츠다. KBS 2TV ‘겨울연가’의 배용준 캐릭터가 일본 여성들에 한국 남자들을 부드러운 남자로 만든 것처럼 말이다.
시청률 뿐 아니라 대의를 위해서라도 PD와 작가는 시청률만 목표로 한 작품을 지양하고 건강한 작품만을 고수하고자 해야 할 것이다. 또 배우들은 PD와 작가의 작품이 더욱 더 옳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건강한 의견을 서슴지 않아야 한다. 시청자들 역시 ‘막장드라마’에 대한 날선 비판을 가해 ‘막장드라마’가 설 자리가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애정만만세'-'웃어라 동해야'-'신기생뎐' 포스터(맨위사진 위로부터), 배종옥-박해미-조민기(둘째사진 왼쪽부터), 노희경 작가(맨아래 사진)]
함상범 기자 kcabu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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