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3년 안에 국가대표로 큰 일을 할 선수다"
정확히 3년 전이다. 당시 SK 와이번스 사령탑을 맡고 있던 '야신' 김성근 감독(고양 원더스)은 2009시즌을 앞둔 스프링캠프에서 2차 1순위로 팀에 입단한 신인선수에 대해 "정말 열심히 하려고 하는 의지가 보인다. 3년 안에 국가대표로 큰 일을 할 선수"라고 극찬했다.
그리고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이 말은 현실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이제 이는 결코 꿈꾸지 못할 일이 됐다. 경기조작으로 인해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진 박현준 이야기다.
▲ 김성근 매료시켰던 150km 사이드암 투수 박현준
김성근 감독은 칭찬에 인색하다. 다른팀 선수들에게는 립서비스가 종종 있지만 소속팀 선수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내놓는다. 그런 김 감독이 "3년 안에 국가대표로 큰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어느 정도 과장이 섞어 있을 지라도 박현준의 잠재능력을 크게 봤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감독은 박현준에게 여러차례 기대감을 드러냈다. 2009시즌 개막전 엔트리에 박현준을 포함시켰으며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도 그 해 14경기 출장 평균자책점 5.82에 그친 그를 선택했다.
김 감독의 기대와 달리 SK에서 박현준은 별다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워낙 탄탄한 SK 마운드였기에 제구력이 들쭉날쭉했던 박현준은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2010년 중반 그를 LG로 트레이드시키며 "박현준은 정말 아깝다"고 밝히기도 했다. 150km를 던지는 젊은 사이드암 투수였기에 김 감독의 미련도 상당했다.
▲ 이제는 결코 볼 수 없게 된 '국가대표' 박현준
LG 이적 후 박현준은 "3년 안에 국가대표가 될 것"이라는 김 감독의 말을 시기만 조금 지나쳤을 뿐 점차 현실로 만들었다. 2011시즌 초반부터 돌풍을 일으키며 LG 토종 에이스로 거듭났다. 성장 속도를 감안했을 때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나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고지가 결코 멀지 않은 듯 했다.
김 감독도 비록 다른팀 선수가 됐지만 박현준이 많이 발전했다며 흐뭇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비록 로진 사건 등으로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지만 이는 승부 세계인 그라운드 안에서였다.
프로야구 경기조작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2월 중순에도 김 감독은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아는 박현준은 그럴 아이가 아니다"라며 믿음을 보냈다.
하지만 박현준의 경기조작은 사실로 드러났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박현준의 야구 활동을 정지시켰고 별다른 이변이 없는한 영구제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 소속팀이었던 LG도 퇴단 조치와 함께 KBO에 영구제명을 요청할 것을 시사했다. 이제 '국가대표' 박현준은 사실상 볼 수 없게 됐다.
박현준은 자신에게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김 감독의 기대를 한 순간에 무너 뜨렸다. 그리고 김 감독이 그토록 신성시했던 그라운드를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활용하며 그를 두 번 배신했다.
[사진=LG에서 퇴단조치 된 박현준(첫 번째 사진), SK 시절 김성근 감독(두 번째 사진)]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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