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하진 기자] 체포된 김성현이 결국 혐의를 인정했던 날, 지난해 시즌 초 넥센 김시진 감독과 나눴던 대화가 생각났다.
지난해 4월 7일,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된 후 김 감독은 감독실에서 김성현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날 김 감독은 "김성현은 개인적으로 내가 욕심이 많아서인지 몰라도 원래 더 좋은 볼을 던진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김성현에게 두 자리 수 승수를 해달라고 이야기하지는 않겠다. 중요한 것은 마운드 운용 능력이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김 감독은 평소 어린 투수들에게 '맞더라도 볼넷은 내주지 마라'고 말하곤 했다. 마운드에서 위축된 선수들이 볼넷으로 승부를 피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엔 그 투수의 고쳐야 할 부분을 정확히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 김 감독의 설명이었다.
또한 감독은 김성현을 그 해 150 이닝 정도를 소화하게 만들 계획이었다. 마운드에서의 여유가 생기면 다음 시즌부터 풀타임 소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LG와의 트레이드로 김 감독의 계획이 무산되었지만 그만큼 김성현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김성현은 그 여유를 다른 곳에 쓰고 말았다. 김성현은 브로커에게 '첫 이닝 볼넷'을 주문받고 4,5월 두 차례 경기에서 이를 실행에 옮겼다. 두 번의 시도 중 한 번은 실패했지만 볼넷을 본인의 의지대로 만들어낼 정도로 마운드에서 '여유'가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 성공한 한 경기는 홈 구장인 목동구장이었다.
트레이드로 LG에 가게 된 후 김성현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잠실 덕아웃에서 만난 김성현은 덤덤한 반응을 보였지만 '가을야구' 이야기에는 관심을 보였다.
"한번도 안 가봐서 모르겠어요. 나가보고 싶긴 한데…"
결국 김성현은 가을야구는 커녕 이제 마운드에 서지 못하게 됐다. 투수로서 필요했던 여유가 다른 곳에 쓰이자 독으로 돌아오고야 말았다.
[넥센 시절 김성현(왼쪽)과 LG 트레이드 후 마운드에 올랐던 김성현. 사진 = 마이데일리DB]
김하진 기자 hajin0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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