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역대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거포를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은 주저 없이 이승엽(삼성)의 이름을 외칠 것이다.
이승엽은 한국프로야구에서 뛰었던 9시즌 동안 324홈런을 폭발했고 2003년엔 56홈런을 쏘아올리며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한국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은 다 이뤘던 그는 전국을 열광시킨 2003시즌을 보내고 지바 롯데에 입단했고 2006년 요미우리로 이적했다. 지난 해 오릭스에서 일본 무대 마지막 해를 보내고 삼성에 컴백한 그는 일본에서 8시즌 동안 홈런 159개를 남기고 돌아왔다.
그가 한국 무대를 떠났던 8년 동안 한국프로야구는 얼만큼 그의 공백을 실감해야 했을까. 한국프로야구는 이승엽이 떠난 뒤 8시즌을 치르며 많은 변화를 겪었고 수퍼스타의 영향력도 확인할 수 있었다.
▲ 단 한 명의 40홈런
이승엽의 빈 자리는 정말 그렇게 컸던 것일까. 지금도 이승엽은 2003년 당시 53홈런을 터뜨렸던 심정수와 함께 마지막으로 50홈런을 마크한 선수로 남아 있다.
물론 경기수가 줄어든 변수도 있었다. 2004년 병역비리 파동 여파로 2005년부터 팀당 126경기로 줄어든 뒤 2009년 팀당 133경기 체제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승엽이 없었던 8년 동안 50홈런 아니 40홈런 타자는 이대호 단 1명이었다는 것은 이승엽의 공백을 실감케하는 부분이다.
2010년 9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내는 등 44홈런으로 야구판을 집어 삼킨 이대호와 달리 홈런 부문 2위 최진행은 32개로 무려 12개가 적었다. 한마디로 이대호는 '돌연변이'였던 셈이다. 이는 홈런 1위와 2위의 격차가 가장 컸던 시즌으로 남아 있다. 지난 해 홈런왕 최형우 단 1명이 30홈런을 채웠을 뿐이었고 20홈런 타자도 최형우를 포함해 4명에 불과했다.
50홈런이 먼 과거의 일이 된 것은 야구 트렌드의 변화와 이승엽을 대체할 거포의 활약이 없었던 점에 비롯됐다.
이승엽의 공백 속에서 한국프로야구는 변화의 시기를 겪게 된다. 지키는 야구와 전원 야구, 발야구 등 장타와 거리가 먼 신종 야구 스타일이 출현했고 2006년엔 투고타저 시즌을 맞이하기도 했다.
이승엽이 떠난 후 그의 공백을 메울 후보로 꼽혔던 선수는 심정수와 김태균이었다. 2003년 이승엽과 홈런 레이스를 펼친 심정수는 2005년 삼성에 입단했지만 2007년 31홈런으로 홈런왕에 오른 게 유일한 실적이라 할 만큼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2003년 프로 3년차에 31홈런을 터뜨리며 이승엽의 길을 걷는 듯 했던 김태균은 다시 30홈런을 치는데 5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 2년 연속 MVP-홈런왕-타점왕 전무
1997년 생애 첫 페넌트레이스 MVP를 수상한 이승엽은 1999년 사상 첫 50홈런 시대를 열며 MVP의 영광을 다시 안았고 2001년부터 3년 연속 정규시즌 MVP를 수상하며 수퍼스타의 위엄을 과시했다.
이승엽이 떠나고 그와 동등한 위치의 수퍼스타는 등장하지 않았다. 3년 연속 MVP를 제패한 이승엽처럼 2년 연속 수상자도 전무했고 2차례 이상 수상한 선수도 없었다. 이승엽은 3년 연속(2001~2003년) 홈런왕, 2년 연속(2002~2003년) 타점왕을 마크하고 일본으로 떠났고 그처럼 2년 연속 홈런과 타점 타이틀을 거머쥔 선수 역시 보이지 않았다.
MVP는 대부분 투수의 몫이 됐다. 이승엽이 떠나자마자 투수 MVP가 배출됐다. 이는 1996년 구대성이 수상한 후 8년 만이었다. 2004년 정규시즌 MVP를 수상한 배영수는 삼성 구단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인 MVP 투수로 남아 있다.
이후 2008년까지 모두 투수가 MVP를 수상했다. 2005년 손민한, 2006년 류현진, 2007년 다니엘 리오스, 2008년 김광현이 한 차례씩 거머쥐었다.
2009년 김상현이 LG에서 KIA로 트레이드된 후 괴물 같은 활약을 펼치면서 MVP를 수상하지만 이후 2009년과 같은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2010년 타격 7관왕을 차지하며 MVP를 받은 이대호는 지난 해 홈런과 타점 타이틀을 사수하지 못했고 MVP는 다시 투수(윤석민)의 몫이 됐다.
이 기간 동안 20승 투수는 1명(2007년 리오스)이었고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도 1명(2010년 류현진)이었다. 그만큼 리그에서 압도적인 기록을 갖춘 타자가 등장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2006년엔 이대호가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지만 투고타저 탓에 타율 .336 26홈런 88타점을 기록해야 했다.
지난 8시즌 동안 2년 연속 MVP-홈런왕-타점왕이 없었다는 것은 이승엽의 위대함을 실감케한다. 투수를 봐도 2년 연속 다승왕과 평균자책점 1위는 없었다. 이승엽이 떠났던 8년 동안 수퍼스타급 선수는 분명 배출됐지만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퍼스타는 아직 없다고 말하는 게 정답이다. 이승엽이 걸은 길은 아무나 따라올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사진 = 이승엽]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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