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배우 주진모(38)는 또 한 번 혹독한 사랑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영화 '가비'에서 어려서부터 연모해온 따냐(김소연 분)를 위해 나라도 버려야하는 가혹한 운명의 일리치를 연기했다. 그는 이제 "순정마초는 그만하고 싶다"라고도 말했지만, 사실 그만큼 순정마초에 어울리는 이도 없다. 그러니 캐릭터 변신에 대한 욕구가 앞서되, 멜로 영화에 대한 배우 본인의 깊은 애정은 여전했다.
'가비' 개봉을 앞두고 8일 오후 삼청동에서 만난 주진모는 멜로영화를 향한 여전한 갈망을 털어놓았다.
"사랑이라는 단어로 내 마음 속의 것들을 풀고 거기서 나오는 감정표현을 좋아한다. 그런 영화도 물론 좋다. 예전에 했었던 '사랑'이라는 영화도, '쌍화점'도 그리고 '가비'도 내가 연기한 인물들은 '어떤 누군가를 위해서'가 전제돼있다. 늙어서도 멜로 영화를 찍고 싶은 것이 내 바램이다."
"처음 시나리오 초고에는 따냐와 고종 외에 일리치는 없었다. 그 빈틈에 찾아들어갔다. 장윤현 감독이 처음 제게 '반은 너한테 주겠다'하시면서 시나리오 구성 짜는 것과 인물 관계도, 캐릭터 잡는 것을 맡겨주셨다. 책임감과 부담을 느끼며 해봤다. 지금 영화에 나온 일리치의 대사들과 일리치와 대화하는 따냐의 대사들을 조금 바꿔봤다."
영화를 보면, 일리치와 따냐의 사랑만큼이나 중심이 되는 것이 바로 고종이라는 인물의 내적갈등이다. 그러니 이 영화는 고종을 재조명한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주진모는 "고종에 대한 인물을 재해석한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고, 이런 좋은 의미의 영화는 만들어져야한다라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왕 역할에 대한 욕심도 있었지만, '쌍화점'에서 이미 왕 역할은 해봤었으니까"라며 일리치가 됐던 이유를 밝혔다.
일리치가 되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았다. 극중 일리치는 한국어 대사보다 일본어와 러시아어 대사가 더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외국어 하나 배우기도 골치아플텐데, 일본어에 그 어려운 러시아어까지 소화해야했으니. 거기에 서부극 뺨치는 액션신까지 등장한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일본어 대사나 러시아 대사, 그리고 액션들 그 어떤 배우들보다 오히려 준비를 안 했다. 그런 준비 때문에 내가 가지고가고자 하는 캐릭터에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캐릭터 분석에 절대적인 시간을 쏟고 싶었고, 상황과 감정이 더 중요하니 예를 들어 일본어 대사를 할 때는 늘 곁에 일본어 선생을 두고 '이 감정 맞아? 이 발음 맞아?'라고 물어보며 했다."
그의 방법이 맞았던 것인지 외국어 대사들이 나오는 장면들은 이질감이 없다. 고생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일리치에 대한 고민이 깊었던 만큼 애정은 남달랐을 것이다.
그래도 주진모는 영화의 공을 온전히 김소연과 박희순에게 돌렸다.
"'가비'의 의의는 새로운 여배우가 탄생한 작품이라는 점, 그리고 실존한 마지막 왕, 나라를 빼앗긴 왕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관객들이 무엇보다 그 두 가지를 확실히 알았으면 좋겠다."
영화 '가비'는 오는 15일 개봉된다.
[주진모. 사진=유진형 기자zolong@mydaily.co.kr]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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