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누구도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지 않았다.
박찬호(38·한화)가 14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SK 와이번스와의 연습경기에서 4실점으로 부진하며 패했다. 하지만 박찬호의 2012시즌에 대한 전망은 하나같이 낙관적이다. SK 이만수 감독은 단도직입적으로 "우리 팀과 경기할 때 안 나왔으면 좋겠다"며 박찬호가 좋은 활약을 할 것이라는 점을 에둘러 표현했다.
실제로 박찬호에게 쏟아지고 있는 낙관적 전망들이 단순한 립 서비스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2.2이닝 5피안타 4실점이라는 성적보다 박찬호의 투구 내용이 더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박찬호는 총 62개의 투구수를 기록했다. 이 중 빠른 볼이 32개였고, 나머지 30개는 모두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변화구였다. 빠른 공과 변화구의 비율이 거의 1:1이었다. 일반적인 투수의 투구 패턴보다 변화구가 많이 섞인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추운 날씨에는 변화구 구사가 쉽지 않다. 손가락이나 손등이 얼어 변화구의 각이 예리하지 못하다. 게다가 박찬호가 구사하는 커브, 체인지업, 슬러브 등은 위에서 아래로 가라앉는 구종이다. 의도한 것보다 떨어지지 않아 공이 높은 코스에 형성될 수 있다.
박찬호는 경기가 끝난 뒤 "높은 볼에 SK 타자들의 방망이가 나가지 않아 그것들이 볼이 되면서 볼카운트가 불리해졌다"고 밝혔다. 날씨가 따뜻해 변화구가 마음먹은 대로 구사됐다면 타자들이 변화구에 속았거나 스트라이크로 판정을 받았을 수도 있다.
변화구를 100% 상태로 가동하기 힘든 날씨에 변화구 구사 비율을 높인 것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베스트 피칭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빠른 공을 위주로 볼 배합을 가져갔다면 다른 결과를 얻었을 수 있다. 이날 최대구속이 145km에 이를 정도로 구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이만수 감독은 이날 박찬호의 직구에 대해 "이미 지금 상태로도 수준급"이라고 말하며 구위를 인정했다.
박찬호는 이날 경기 후 "현재 60개인 투구수를 점차 늘려 100개를 던질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바꾸어 말하면 아직은 60개를 던질 수 있는 상태밖에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 정도 컨디션에도 140km대 중반의 강속구를 던졌다는 점은 충분히 긍정적일 수 있는 부분이다.
상대 감독과 선수들이 박찬호의 2012년 활약 가능성을 높게 점친 것도 3월 중순이라는 시점에 140km대 중반까지 올라온 구속과 무관하지 않다.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정규시즌이 개막되고 날씨가 풀리게 되면 박찬호는 낮게 깔리는 예리한 변화구와 140km대 중후반의 강속구를 지닌 투수가 될 수 있다. 비록 첫 실전 등판에서 4실점했지만 박찬호의 2012시즌 전망은 밝다.
[박찬호. 사진 = 마이데일리 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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