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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배우 한가인의 첫 사극 MBC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 종영했다. 한가인은 '해를 품은 달'을 통해 '국민드라마 여주인공의 연기력 논란'이란 아이러니한 상황을 겪어야만 했다. 한가인은 첫 사극 도전에서 무엇을 잃고, 또 무엇을 얻었을까.
연우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김유정은 어린 나이답지 않게 섬세하면서도 강약을 조절할 줄 아는 감정 표현으로 극찬 받으며 '해를 품은 달' 초반 인기를 이끌었다. 그러나 김유정의 호연은 도리어 한가인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첫 사극 도전인데 아역에 쏠린 관심까지 크다 보니 한가인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어오는 건 쉽지 않았다. 김유정이 형성해 놓은 연우의 이미지가 한가인에게 옮겨오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또 상대 배우 김수현과의 6살이란 나이 차이 때문에 일부 시청자들이 '어울리지 않겠지'하는 선입견을 갖기도 했다.
아역의 잔상, 나이 차이 등의 문제는 연기력으로 넘어설 수 있는 논란거리였지만 아쉽게도 한가인은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해를 품은 달'에서 연우는 8년의 시간 동안 기억을 잃고 전혀 다른 인물의 삶을 살다가 가까스로기억을 되찾게 된다. 그러나 연우 앞에 놓인 현실은 잔인했다. 조선의 왕비가 될 몸이었지만, 자신 때문에 집안이 몰락했으며 아버지까지 세상을 떠났다. 복수심이 끓어올라야 하지만 이훤에 대한 사랑과 남겨진 이들에 대한 연민 때문에 복수와 용서의 중간에서 갈등해야만 했다. 즉 연우는 이성과 감성이 상반된 복잡한 감정을 지닌 인물이었다.
하지만 한가인은 연우를 충분히 표현해내는데 실패했다. 배우가 연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만큼 넉넉한 시간이 주어지지 못했던 게 사실이나 단조로운 표정, 그리고 '차분'과 '어색'의 경계에서 방황하던 말투는 한가인의 연기력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연우가 기억을 되찾는 장면에서 한가인이 오열 연기에 모든 노력을 쏟아 부었음에도 그것만으로 연기력 논란을 종식시키긴 역부족이었다.
연기력 논란이 끊이지 않았음에도 '국민드라마 여주인공'이란 타이틀은 한가인이 얻은 가장 큰 수확이다. 또 마땅히 한가인이 아니고선 연우 역에 어울릴 만한 여배우가 선뜻 연상되지 않는 것도 그만큼 한가인이 연우를 자신에게 투영시키며, 시청자들에게 '연우는 곧 한가인'이란 이미지를 각인시켰음을 의미한다.
특히 한가인이 '해를 품은 달'을 통해 여배우 인생의 제 2막을 열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미모의 젊은 여배우들이 대표작 한두 개를 남긴 뒤 배우가 아닌 CF 모델로 전업하는 것과 달리 한가인은 사극이란 자신에게 전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용기를 보였다.
그동안 착실히 쌓아온 조신하고 청순한 이미지 만으로도 CF 스타로 군림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 없었겠지만 한가인은 과감히 '해를 품은 달'로 배우의 길을 고집했다. 비록 연기력을 높이 평가 받지 못했어도 연기 도전을 포기하지 않은 결단력은 비슷한 인기의 또래 여배우들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한가인. 사진 = 마이데일리DB-MBC '해를 품은 달' 공식홈페이지]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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