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연예
광적인 팬들로 인해 끔찍한 사건을 겪은 연예인들
특정 연예인의 사생활 일거수일투족을 쫓는 '사생팬'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다.
학업이나 직장 생활 등을 포기하면서까지 연예인을 사생활을 쫓는다는 사생팬. 본인의 생활을 포기하면서까지 연예인을 뒤를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맹목적인 사랑(?)을 보이는 이들은 비단 한국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기자에게 잠시 한국어를 배웠던 한 주부는 첫 만남에서 자신을 "욘사마의 사생팬"이라 소개했다. 그때는 그저 웃으면서 넘어갔지만, 몇 주 후 "한국에 가서 용준 씨를 만나고 왔다"고 했다. "어디에서 만났느냐" 물었더니, "용준 씨가 자주 다니는 애견 센터 앞에서 기다리다 만났다"고 했다.
"그런 정보는 어디서 얻냐?" 묻자, "사생들만의 방법이 있다"며 웃었다.
그녀는 그후로도 자주 수업에 빠졌다. 욘사마가 일본을 방문하는 날에는 어김없이 공항에 마중을 나갔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에는 배웅하러 공항에 나갔다. 이 정도라면 열광팬의 범주에서 벗어나진 않을 것이다.
'사생'의 대상은 '한류 스타'만이 아니다.
인기 여성 아이돌 그룹 모닝구무스메의 1대 리더였던 나카자와 유코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인기 절정의 시기, 사생팬들 때문에 쓰레기를 버리는 데도 주의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특히 인기 멤버였던 아베 나츠미와 이이다 카오리는 숙소 부지 내 쓰레기통만 사용, 다른 쓰레기통에는 쓰레기를 버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한다.
그녀들은 2000년, 숙소 근처에 자주 출몰하는 남성 집단팬들로 고심, 경시청에 상담을 요청하기도 했다.
특히나 쟈니스 소속 인기 아이돌 그룹에게는 이러한 사생팬이 많이 따라다닌다. 그 중에는 도가 지나친 사생팬들이 집단을 이루어 따라다니기도 한다.
2009년 일본 매체 '일간 사이조'의 인터뷰에 응한 '헤이 세이 점프(Hey! Say! JUMP, 쟈니스 소속 아이돌 그룹)'의 한 팬이 언급한 이야기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헤이 세이 점프의 사생팬들은) 자신들을 헤이 세이 처녀 군단으로 자칭하고 다니는 10명 정도의 그룹이다. 일반 팬들 사이에서는 일련의 룰을 지키지 않고 (스타를) 뒤쫓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로 표적이 되는 것은 15세(당시 나이, 이하 동일)의 나카지마 유토, 16세의 야마다 료스케, 거기에 18세의 야오토메 히카루다.
이 무법팬들은 (그룹 멤버의) 집까지 밀어닥치거나 멤버의 사유물을 훔치거나 다른 팬들을 공격하거나 하는 등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다. 멤버도 꽤 난처해 하고 있다. 특히, 리더 격의 아이는 정신적으로도 위험해 '칼을 가지고 다니고 있다'는 소문도 있을 정도다."
'헤이 세이 점프'에게는 이들 뿐 아니라, 소년 사생팬 그룹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2009년 6월에 '헤이 세이 점프'의 모리모토 류타로(당시 14세)는 자신의 사생팬(당시 17세)에게 휴대전화를 도난 당했다.
사건 당일 요코하마 시의 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모리모토는 자신을 쫓는 소년에게 이미 "따라오지 말아줬으면 좋겠다"고 한 차례 주의를 줬다고 한다. 이에 소년은 "칼로 손을 잘라버리겠다"는 등 협박했다. 위험을 느낀 모리모토가 가게에서 나와 가족에게 전화를 하려고 하는 순간, 소년은 휴대전화를 빼앗아 도주했다.
이후 모리모토는 자신의 또다른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온 소년을 만나기로 약속했고, 소년이 약속 장소에 나온 순간, 잠복해 있던 경찰이 달려나와 그를 체포했다.
사건이 있기 반 년 전, 스토커처럼 모리모토를 괴롭히던 소년 때문에 모리모토의 가족이 경찰에 상담하기도 했다.
◆ 일본의 역대 유명 연예인 스토킹 사건
옆나라 일본에서는, 한국의 사생팬은 애교로 느껴질 정도로 심각한 스토커 사건도 종종 발생한다.
단순한 주택침입에서 상해를 입히는 수준까지 그 종류 또한 가지각색이다. 그 중 역애 일본 연예계를 술렁이게 했던 유명 연예인 스토커 사건들을 정리해 보았다.
스타를 향한 비뚤어진 사랑은 1950년대에 이미 존재했다.
당대 최고의 배우 겸 가수로 손꼽히는 미소라 히바리는 1957년 1월, 만 19세였을 당시, 한 소녀팬에게 염산 테러를 당했다.
도쿄 아사쿠사의 국제극장에서 미소라 히바리의 공연이 한창일 때, 갑자기 객석에 있던 소녀팬이 무대로 뛰어 올라가 히바리에게 염산을 뿌렸고, 히바리를 비롯한 주변 배우 3명이 화상을 입었다.
소녀의 수첩에는 "염산을 뿌려 보기 흉해진 얼굴을 보고 싶다"고 적혀 있었다.
미소라 히바리의 열혈팬이었던 소녀는 사건 10개월 전부터 도쿄에 올라와 식모로 일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녀의 방에는 얼마 되지 않는 급료로 산 미소라 히바리의 브로마이드가 붙어 있었다. 또한, 그녀는 히바리의 영화라면 빠트리지 않고 보았다. 여기까지 들으면 그저 일반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히바리의 집에 전화를 걸고 몇 번이고 찾아가는 등 사생팬의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사건 이틀 전 "세상이 싫어졌다. 죽고 싶다"는 유서를 남기고 주인집을 나간 소녀는 그날도 국제극장에서 히바리의 공연을 보았다. 그날 소녀의 수첩에는 "이렇게 좋아하는데... 히바리 짱이 밉다"고 적혀 있었다.
다음날 약국에서 염산 300cc 1병을 구입한 후, 다시 공연장을 찾은 소녀는 공연 중 무대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히바리 짱!"이라 소리치며 미소라 히바리에게 다가가 상의 주머니에 있던 염산을 꺼내 뿌렸다. 히바리의 얼굴과 가슴 등에 화상을 입혔고, 그녀 근처에 있던 배우 3명도 염산을 뒤집어썼다.
소녀는 무대 뒤로 도망가려고 했으나, 관계자에게 붙잡혔다. 그러나 큰 저항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히바라는 곧바로 모친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함께 근처 병원으로 향했다. 얼굴 좌측, 머리, 가슴 등에 화상을 입어 전치 3주의 진단이 받았다. 함께 염산을 뒤집어 쓴 배우들도 얼굴 등에 화상을 입어 전치 1~2주의 진단을 받았다.
당시 요미우리 신문 등의 인터뷰에 응한 소녀의 모친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다.
"딸이 그런 엄청난 일을 했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 중학생 시절부터 히바리의 팬으로 그녀가 나오는 라디오는 빠뜨리지 않고 들었다. 도쿄에 가면 히바리의 실물을 보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하며 도쿄로 갔다. 왜 그렇게 좋아하던 히바리 짱에게 그런 일을 했는지... 딸은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전형적인 시골 처녀라, 도쿄에 보내는 것이 걱정되긴 했는데..."
스타를 아끼던 일반팬이 어느 순간, 스토커가 되어 있었다.
또한, 70년대에는 당시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아이돌 가수 오카다 나나가 스토커에 의해 충격적인 사건을 겪는다.
1977년 7월 15일 새벽, 칼을 든 스토커가 열려 있던 그녀의 방 창문으로 침입해 들어온 것. 이 범인은 아침 7시까지 그녀의 방에 머물다 현관을 통해 유유히 빠져나갔다고 한다.
그녀는 칼을 든 스토커에게 저항하다 손에 30 바늘을 꿰맬 정도의 큰 부상을 입기도 했다. 그녀의 소속사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그녀는 손에 붕대를 말은 채로 등장해 전말을 설명했다.
성폭행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극구 부인했다. 그녀는 사건 이틀 뒤부터 아무렇지 않게 드라마 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사건이 보도되자, 온갖 루머가 양산됐다. '그냥 폭행이 아닌, 성폭행을 하려고 했을 것이다'라는 소문부터 '이미 여러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는 등 갖가지 소문이 퍼졌다. 이 사건 때문에 그녀의 아이돌 인생이 내리막을 걸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결국 그 범인은 잡히지 않았고, 공소시효는 만료됐다.
한편, 18세라는 어린 나이에 이런 충격적 사건을 겪은 오카다는 당시 일들이 트라우마가 돼 50살이 넘은 현재까지 독신으로 살고 있다.
80년대엔 아이돌 가수로 큰 사랑을 받았던 니시무라 토모미가 광적인 팬으로 인해 일련의 큰 사건을 겪었다.
1989년 11월, 토모미의 열혈 남성팬(무직, 27세)이 토모미의 친언니(당시 대학생, 20세)를 납치해 도주한 것.
토모미의 친언니를 강제로 차에 태워 야마구치 현에서 히로시마 현까지 도주한 남성이 잠시 라면 가게에서 식사할 때, 토모미의 언니가 차창을 두드려 차 옆을 지나던 통행자의 도움으로 약 8시간 만에 구출됐다.
범인은 체포된 후 "(토모미의) 언니를 데려가면 (토모미를)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범인이 당시 토모미의 언니를 납치하는 데 사용한 차량은 당시 니시무라 토모미가 CF 모델로 나온 닛산의 차량이었다. 범인은 징역 1년 6개월의 형이 확정됐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연예인 스토커 사건이 줄을 잇는다.
스토커들은 기본적으로 연예인의 뒤를 쫓을 뿐 아니라, '(연예인) 자택 앞에서의 매복', '(연예인의) 주거 침입', '(전화, 편지 등을 통한) 협박' 등의 범죄를 일으킨다.
2007년 한 영화시사회에서 여배우 사토 타마오는 "6, 7년 전 일인데, 새벽 4시경에 깨어났더니, 발 밑에 모르는 남자가 서있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녀가 "누구시냐" 물었더니 이 남자는 "신인이다"라는 알 수 없는 대답을 했다고 한다. 사토 타마오는 침착하게 그에게 "잠시 밖에 나가주시겠느냐"고 청했고, 그가 순순히 나가자 경찰에 신고했다.
나중에 경찰은 그녀에게 "이 사람 몇 번이나 (사토 타마오 씨 집에) 왔었네요"라고 알려줬다. 그는 아무 것도 훔치지도 않고, 만지지도 않고, 단지 그녀를 보고 있기만 한 듯하다. 이 일이 있고 사토 타마오는 즉시 경비 보안이 철저한 맨션으로 이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안이 철저한 집으로 이사를 한다고 안전할까.
2007년 8월, 후지 TV 나카노 미나코 아나운서의 자택에도 젊은 남성 스토커가 불법 침입, 경찰에 연행됐다.
당시 주간지에 한 스포츠지 기자는 "나카노 아나운서의 자택 맨션은 도쿄도 내에서도 보안에 만전을 기울인 맨션으로 유명하다. 그것을 돌파하다니 아주 대단한 집념이다"라고 밝혔다. 스토커의 집념 앞에 철통 경비 또한 소용 없었던 것.
남자 연예인도 예외는 아니다.
국민 MC인 아카시야 산마는 2010년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 '춤추는 산마 저택(踊る! さんま御殿!!, 니혼TV 화요일 오후 7:56 방송)'에서 "집에 와 보니, 흰 옷을 입은 여성이 침대에 앉아 '어서 오세요'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처음엔 귀신인 줄 알았지만, 그의 여성팬이 몰래 숨어 들어왔던 것.
또, 산마는 "여성팬이 자신의 집을 찾아온 것은 그 때가 처음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매주 일요일 저녁 6시경이 되면 산마의 집을 찾아와 문을 두드리며 "사자에상(일본의 국민만화, 후지TV에서 방송중) 보자"고 하던 여성이 있었다고 해 녹화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주거 침입까지는 차마 하지 못하는 소심(?)형 스토커들은 스타의 집을 찾아가 장시간 문을 두드리거나, 인터폰을 누른다.
2005년 7월, 싱어송 라이터 가수 오니즈카 치히로(당시 25세)는 "자택 앞에서 30분째 인터폰을 누르고 있는 남자가 있다"고 경찰에 신고, 이에 급하게 출동한 경찰에 남성이 체포되는 일이 있었다. 당시 남성은 꽃다발을 들고 있었으며, "꽃다발을 전하고 싶었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외에도 수도 없이 반복되는 '무언(無言) 전화'나,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전화나 편지 등을 통해 '협박'을 하는 경우도 많다.
2007년 7월, 국민 가수 가토 토키코는 소속사로 보내져 온 살인 예고 편지를 받는다. '콘서트를 중지하지 않으면 당신을 살해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범인은 3개월 동안 비슷한 내용의 살인 예고 편지를 3번에 걸쳐 보낸다.
그런데 범인은 이외의 여성이었다. 홋카이도에 사는 26세 여성으로, 토키코의 팬클럽 회원이었다. 살인 예고 편지를 보낸 이유에 대해서는 "콘서트가 끝나면 함께 돌아가자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그 분풀이였다"고 밝혔다.
한편, 스토커에 의해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던 이도 있었다.
바로, 2008년 5월 26일 자신의 승용차 뒷 자석에 연탄불을 피워 자살해, 열도를 술렁이게 했던 가와다 아코 아나운서.
그녀는 미모와 실력을 겸비, TBS의 간판 아나운서로 활약하다 2007년에 프리 아나운서 전향,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던 터였다. 그녀의 느닷없는 자살이 의문시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가와다 아코 아나운서의 자살 보도가 나고 얼마 안 돼 "가와다 아코가 스토커 때문에 힘들어 했었다"는 소문이 돌았고, 실제 그녀를 괴롭혔던 스토커 남성이 경찰에 체포되었다.
이에 "자살한 이유가 스토커 때문이 아닐까"라는 추측이 제기됐다.
체포된 남성은 훤칠한 키에 준수한 외모의 40대 영상 프로듀서로 2002년 TBS에 막 입사한 가와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고, 가와다와 이내 친밀한 관계가 되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가와다가 그에게서 거리를 두려 하자, 이것이 오히려 그의 스토커적 기질에 발동을 걸게 했다. 그는 가와다의 코스프레 복장 사진 등을 주간지에 기삿거리로 팔고, 이를 바탕으로 협박하는 등 그녀를 괴롭혔다.
그러나 그의 스토커 행위가 그녀를 자살로 몰아갔는지는 알 수 없다. 그녀의 유서에는 '삶의 피곤함에 지쳤다'는 내용과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적혀 있었을 뿐, 스토커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그녀가 스토커 때문에 자살했는지 알 길은 없다. 분명한 것은, 실제 스토커, 혹은 스토커에 가까운 광적인 팬들 때문에 고민하는 연예인의 괴로움은 이루 말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연예인 스토킹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일본 언론은, 연예 소속사가 일부 팬들의 지나친 스토커 행위를 '스타가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취급, 소속 연예인의 괴로움을 방치해 문제를 키운다고 비판한다. 특히 10대 초중반으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이 소속된 소속사라면, 이 같은 과격한 팬들에 대한 대책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일부 연예인들이 사생팬, 스토커 문제로 경찰에 도움을 요청해도, 경찰은 이렇다 할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한국, 일본 두 나라의 연예인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스타는 자신의 몸을 스스로 지킬 수 밖에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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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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