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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변영주 감독에게 이번 영화 '화차'의 대박 행진은 의외였다. 애초 '화차'가 현재와 같이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며 3월 개봉작을 대표할 만한 영화가 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화차'는 개봉 8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저예산 영화 중 하나였던 '화차'의 빠른 흥행 속도는 감독은 물론 배우들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3월 극장가의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만큼 배우와 감독들을 불러주는 곳도 많다. 주연 배우인 이선균, 김민희, 조성하 못지않은, 인터뷰는 물론 예능 프로뿐 아니라 교양 프로그램까지 러브콜은 받고 있는 변영주 감독은 바쁜 스케줄 탓에 조금 피곤해 보였다.
변영주 감독은 "사실은 과부하가 왔다. 고마운 과부하다. 생각보다 손익분기점을 빨리 넘겼다. 관객분들의 호불호가 명백한 영화라고 생각했지만 호의 기운이 좀 더 강해 고맙고 감사하다"고 밝혔다.
규모가 작은 영화였던 화차는 처음 많은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하지 않았다. 농담 삼아 '극장 300개 이상은 걸어준대?'라고 말했을 정도. 하지만 평균 500개 정도의 스크린에서 관객몰이 중인 화제의 영화로 떠올랐다.
여기에 배우들의 연기력도 재조명 받았다. 특히 여배우 김민희의 재발견은 파란을 불러 일으켰다. 그는 김민희의 연기가 화제가 될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까지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변영주 감독은 "만들 때는 '이런 느낌의 영화야'라고 만들지만 관객과 만드는 순간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민희가 이 정도로 평가받을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거기엔 여배우의 기근, 갈증 같은 것이 깔려 있다. 여자 배우들이 무언가를 해주는 걸 그리워했던 게 화학작용을 일으켜 민의 역을 강하게, 세게, 열심히 봐준 것 같다"고 평했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김민희의 모습과 또 다른 모습을 끄집어 낼 수 있었던 건 그의 습관 덕분이다. 평소 변영주 감독은 기억을 해둬야 연기할 때 써먹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배우들의 얼굴과 행동을 훔쳐보곤 한다.
김민희의 재발견을 가능케 한 변영주 감독, 흡사 자식을 키워 시집을 보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그는 "자식이 아니라 조카?"라면서도 "민희는 특히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선균이와 성하는 이미 다 큰 사람들이고, 민희는 그런 느낌이 조금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김민희를 패셔니스타가 아닌 배우로 인정받도록 한 변영주 감독은 이 모든 것이 김민희 덕분이라고 평했다. 김민희가 자신을 이끌어주고 본인을 위해 준비한 스태프들의 노력에 군말 없이 따라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김민희는 없었을 터라는 것. 그는 극 중 선영 역을 위해 100벌이 넘는 의상 피팅, 펜션 신을 위한 속옷 피팅에도 짜증 한 번 내지 않았다.
이런 김민희의 변화를 가능케 한 또 한 명의 인물이 있다. 바로 이선균이다. 변영주 감독과 이선균은 김민희가 주목받을 것을 예상하고 있던 인물들 중 하나다.
변영주 감독은 "애초에 나와 선균이가 각오했던 것"이라며 "이 영화에서 선균이의 연기는 보여주는 연기가 아닌 관객의 손을 잡고 김민희 앞으로 데려가는 연기였다. 사람들이 김민희를 보고 마음 아파하고 안 됐다 싶어 한다거나 그녀를 이해할 것 같은 이유는 이선균의 연기 때문인데, 관객들이 이선균의 연기 때문에 그렇게 됐다고 생각하지 못한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저는 이 영화를 통해 이선균의 장르가 확장되지 않았을까 싶다. 선균이한테 주고 싶었던 선물은 이선균이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에만 어울리는 게 아니라 사내영화에도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선보이고 싶었던 것이고, 그건 성공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변영주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발레교습소' 이래 7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했다. 그동안 따로 공부를 했고 쉬기도 했다. '화차'를 영화화 하는 작업에도 열과 성을 다했다.
그는 "출사표라고 생각한 영화였고, 출사표라 잘 봐주시는 걸로 안다. 감사하다. 바꿔 말하면 다음 작품에서는 기대가 더 크다는 얘기일 것이다. 더 열심히 정교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화차'를 즐겁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먹먹한 마음이든 처연한 마음이든 슬픈 마음이든 짜증나는 마음이든 그것이 다 카타르시스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두 시간이 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한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변영주 감독.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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