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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두선 기자] 지금까지 이런 참가자는 없었다.
이승훈은 SBS '일요일이 좋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의 참가자다. 그는 18일 오후 진행된 세 번째 생방송에서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하지만 "추석특집 장기자랑 같았다"며 양현석, 박진영, 보아에게 연이어 혹평을 들은 그는 TOP7진입이 확정됐을 때 웃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그의 탄식은 어떤 의미였을까.
'K팝스타'는 생방송 전 예선전만 해도 오디션 열풍을 주도한 M.net '슈퍼스타K'와 차별화에 성공하며 주목받았다. 이런 인기의 기반에는 참가자들의 뛰어난 실력이 뒷받침됐다. 박지민, 이미쉘 등 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었던 가창력의 소유자들과 이하이, 이정미 등 참가자들의 괄목할만한 성장은 YG, SM, JYP의 심사와 맞물려 프로그램의 인기를 주도했다.
이승훈, 'K팝스타' 양날의 검
그 중에서도 이승훈은 달랐다. 이승훈은 방송초반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대를 꾸몄다. 천편일률적인 가창력 대결에서 이승훈의 퍼포먼스와 기발한 댄스, 그리고 재치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심사위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박진영은 이승훈의 무대에 심사 중 폭소를 참지 못했고, 양현석과 보아는 우리 기획사에 안무 연출 담당자로 영입하고 싶을 정도라고 극찬했다.
기발한 아이디어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다. 아무리 천재적인 재능이 있어도 매주 새로운 무대를 선보인다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마지막 생방송 진출자 TOP10을 가리는 배틀 오디션에서 이승훈에 대한 한계점이 서서히 보였다. 이승훈은 손미진을 제치고 생방송 진출권을 따냈지만 일각에서는 "너무 큰 모험이다" "손미진의 안정적 보이스를 제칠 정도인가" 등의 의구심을 표했다.
이런 우려는 생방송 무대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이승훈은 첫번째 생방송 무대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를, 두 번째 생방송에서 조용필의 '단발머리'를 불렸다. 이승훈다운 무대였지만 기발하진 않았다. 예선에서 보여준 창의력도 없었다. 18일 보여준 세븐의 '내가 노래를 못해도' 역시 마찬가지였고 235점으로 최저점을 면치 못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부정적 여론은 더욱 기승을 부렸다. 이승훈보다 먼저 탈락한 이정미, 김나윤, 백지웅 등과 비교되며 자격여부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기발했던 퍼포먼스, 귀가 아닌 눈을 사로잡다
이승훈의 TOP7 진출은 과연 운이 좋았던 것일까. 이승훈은 원래 우승후보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K팝스타'의 다양성을 대표했고 훌륭한 요리의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러한 모습은 시청자들의 선호도에서 엿볼 수 있다. 방송직후부터 생방송 전날 자정까지 진행되는 사전투표 비율은 심사점수에 10%를 차지하고 있으며 시청자 선호도를 공식적으로 알 수 있는 객관적 지표다.
첫 번째 투표에서 이승훈은 이하이의 뒤를 이어 10,600여 표로 2위를 차지했다. 두 번째 생방송 투표에서도 이하이, 박지민에 이어 3위를 했다. 세 번째 투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생방송 무대로 인해 4위로 부진했지만, 우승후보 이미쉘, 박제형 등을 제쳤다. 이승훈은 25일 진행된 네 번째 생방송 사전투표에서도 이하이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는 박지민, 이미쉘, 백아연 등 모든 우승후보를 제친 결과다.
SBS 예능국 관계자는 "이승훈은 일주일 내내 다른 도전자보다 더 많이 노력하고 연구한다. 자신의 노래 실력이 다른 참가자보다 부족한 것 역시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매번 무대에 오르기 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도전한다"고 전했다.
이승훈은 18일 방송 인터뷰에서 "노래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응원해주셨다.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라며 '내가 노래를 못해도'를 선곡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매주 더 새로운 퍼포먼스 보여주고 싶은데 정신적인 압박감이 심했다. 만약 오디션에서 떨어진다고 해도 진심만은 담을 수 있게 노래하겠다"고 전했다.
이승훈은 다르다. TOP7에 진출한 이승훈은 오는 25일 생방송 무대에서 박지민, 이하이, 이미쉘, 백아연, 박제형, 윤상현과 겨룬다. 음악의 표현방식과 감동을 주는 방식은 다양하다는 것을 몸소 입증한 이승훈. "제가 떨어질 것 같다." 18일 결과발표를 앞두고 내뱉은 그의 마지막 탄식이 다음 무대에서 웃음으로 바뀔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승훈. 사진 = SBS 방송캡처]
최두선 기자 su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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