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우 "'해품달', 주원 아닌 나의 작품" (인터뷰①)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거침 없이 하이킥'에서 여선생님을 짝사랑하던 반항아 윤호가 어느덧 자라서 '해를 품은 달'의 양명이 되더니 사랑하는 동생과 여인을 위해 목숨까지 내던졌다. 배우 정일우는 윤호에서 양명으로 자라는 동안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아직 잘 할 수 없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거침 없이 하이킥'을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내가 하는 연기 중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부분이 있고, 부족한 부분도 있다. 좋아하는 부분이 있다는 자체만으로 감사하다. 이제 그 다음은 내가 해 나가야 할 몫이다. '해를 품은 달'의 양명도 내가 잘 할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사실 결정 전에 고민과 걱정을 많이 했다. 그래도 이번에 양명으로 정일우의 또 다른 면을 시청자들에게 보여드리고, '연기가 성장됐다'는 말씀들을 해주시니 감사한 마음이 크다"

정일우는 "연기의 균형을 잡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어떤 균형이냐고 물었다. "양명에겐 밝은 모습과 어두운 모습이 함께 있다. 내면의 아픔도 있다. 그런 것들을 균형 잡는 법을 배웠다"

전작인 tvN '꽃미남 라면가게'가 끝난 지 채 한 달이 안돼서 정일우는 '해를 품은 달'로 스스로를 탈바꿈했다. 모든 걸 다 가진 재벌집 외동아들 차치수가 배 다른 동생 이훤에게 모든 것을 다 내준 양명이 되어 버린 것이다.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지만,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작품 시작하기 전에 대본을 굉장히 많이 봤다. 소리 내서 대사를 읽으면서 말투와 톤을 잡으려고 했고, 어린 양명이 연기한 것도 많이 봤다. 어린 양명 이민호가 연기하는 것을 보면서 도움도 받았고, 다른 사람이 연기하지만 결국은 같은 인물이기 때문에 연결고리를 잘 잡으려고 노력했다"

양명이 훤을 위해 죽음을 받아들이는 장면을 시청자들이 잊지 못한 것처럼 정일우도 그 장면을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으로 꼽으며 "사랑하는 이들을 지켜주기 위해서 모든 것들을 희생하며 떠나는 아픔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정일우는 자신이 연기한 양명에 대해 "현실에는 있을 수 없는 캐릭터 아닌가 싶다. 서자로서의 아픔, 어느 것 하나 갖지 못하는 아픔을 가진 캐릭터다. 하지만 그런 것에 대해서 자기 삶을 원망하지 않고 툭툭 털고 유유자적 한량처럼 사는 인물이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양명을 제 3자 입장에서 이해하기 보다는 내가 양명이 되고 거기에 몰입했다. 내가 양명 같은 상황이라면? 양명도 '연우를 얻기 위해선 권력을 가져야겠구나' 하면서 흔들리긴 했다. 그러나 결국 마지막에는 사랑하는 동생을 배신할 수 없었다. 나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정일우의 말처럼 양명은 흔들렸다. 그리고 그 흔들림이 구체적으로 표출됐던 장면이 대왕대비 역 김영애와의 대면 신이었다. 멸시를 받아도 참기만 하던 양명이 대왕대비의 비아냥에 "제 집 앞에 파리떼가 꼬이는 건 고약한 냄새 때문이 아니라 금상께 보위를 넘겨 줄 후사가 없기 때문 아닙니까. 금상께서 무탈 하시려면 할마마마께서 백세를 누리셔야 할 텐데 참으로 걱정이옵니다. 아무래도 할마마마 보다는 소손이 이 생에 오래 남을 듯 한데, 사시는 동안 근심이 얼마나 크시겠습니까?"라고 맞받아쳤던 것이다.

"굉장히 중요한 신이었다. 양명이 정곡을 찌르는 말들을 하지만 쏘아붙이면서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양명은 서자고 왕권을 위협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자칫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었다. 할마마마를 걱정하는 척 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말들을 하는 것. 그래서 연습도 굉장히 많이 하고 열심히 찍은 장면이다. 김영애 선생님이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극 중 악의 무리 핵심 인물인 윤대형으로 등장하는 김응수는 최근 마이데일리와 인터뷰서 정일우에게 아쉽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김응수는 "정일우가 ‘거침 없이 하이킥’을 했는데 그건 정통이 아니었다. 정통이란 건 정극에서 왕처럼 딱딱하고 강인한 역할을 해봤는지를 말한다. 한량은 정말 잘 하는데 아픈 연기를 할 때 조금 아쉽다. 못하는 건 아닌데 조금 아쉽다. 그렇다고 너무 뭐라고만 하면 안 된다. 아픈 게 뭔지 정확히 모를 나이다"라고 전했다.

정일우도 김응수의 인터뷰를 읽었다며 "지적하신 것 중 고쳐야 될 부분이 당연히 있고, 김응수 선생님이 절 좋게 생각하셨기 때문에 말씀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칭찬에는 겸손하고, 부족한 점은 인정할 줄 아는 배우다. 자신의 연기를 만족하냐고 물었을 때 대답이 그랬다.

"만족? 아니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그러나 모든 작품이 끝났을 때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 동안 2년 가까이 쉬지 않고 달려왔다. 휴식기를 가지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한층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생각이 분명했다. 주원이 양명 역에서 하차한 뒤 그 역할을 맡았을 때, 부담이 없었냐고 민감할 수 있는 질문을 던졌다.

"예전부터 생각한 건, 나도 어떤 작품에 출연하기로 얘기가 잘 되다가 안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면 그건 내 작품이 아니다. 이번 '해를 품은 달'은 내가 했기 때문에 이건 내 작품이란 생각이다. 주원씨가 하는 '각시탈'은 주원씨 작품인 것이다. 어느 드라마든 정말 여러 명의 캐스팅 후보를 두며, 끝에 가서 캐스팅되는 사람이 있다. 그 때 그 작품은 그 사람 게 되는 것이다"

정일우가 곁에서 본 배우 김수현 그리고 정일우의 이상형 등 인터뷰②에서 계속.

[배우 정일우.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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